[청년발언대] 갈 곳 없는 환자와 받을 곳 없는 병원…'응급실 뺑뺑이' 이대로 괜찮을까

등록 2023.04.16 09:00:00 수정 2023.04.16 09:00:06
청년서포터즈 6기 주아현 ahynj@naver.com

 

【 청년일보 】 지난달 19일 10대 여성이 2시간가량 응급실을 찾아 떠돌다 결국 사망에 이른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당일 오후 2시 15분, 대구 북구 대현동의 한 골목길에서 A양(17)이 4층 높이의 건물에서 떨어져 우측 발목과 왼쪽 머리를 다쳤다.


구급대 도착 당시 A양은 의식이 있었고 호흡과 맥박 모두 정상적이었으나, 계속되는 '응급실 뺑뺑이'로 인해 2시간이 지나서야 응급실에 도착할 수 있었고, 병원으로의 인계 과정 중 심정지가 발생해 심폐소생술을 했음에도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다.


◆ '응급실 뺑뺑이'에 영향을 미치는 '환자 이송소요시간'


이처럼 119구급차를 타고도 응급실에 가지 못해 거리를 표류하는 것을 '응급실 뺑뺑이'라고 하는데, 소방청의 '119 구급 서비스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구급차가 환자를 태우고 응급실에 갔지만 받아주지 않아 되돌아간 '재이송' 사례는 전국적으로 7천634건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에는 응급실까지 갔다가 거절당한 환자만 포함되므로, 전화로 수용이 어렵다고 통보받은 사례까지 포함한다면 '응급실 뺑뺑이' 현실은 통계치보다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골든타임'이 중요한 중증외상 환자를 현장에서 병원까지 이송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매년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발간한 '2015-2020 지역사회기반 중증외상조사 통계'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발생한 중증외상 환자는 총 4만8천953명으로, 2015년 6천250명에서 2019년 9천115명으로 상승했고, 2020년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소폭 감소했다.


이 기간 동안 중증 환자 이송 소요 시간은 길어지는 추세를 보였는데, 연도별 중증외상 환자 신고 시간부터 구급대가 병원 도착까지 걸린 이송 소요 시간을 보면 2015년 전국 평균 25분에서 2016년 26분, 2017년 27분, 2018년 28분, 2019년 28분, 2020년 32분으로 증가했다.

 


중증 환자 이송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데 병원의 수용 거부 또한 하나의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병원이 환자 수용을 거부함으로써 응급실 도착 시간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지방에서 많이 나타난다. 수도권에 비해 부족한 의료시설과 턱없이 부족한 전문의의 수 때문이다.


◆ '응급실 뺑뺑이' 현상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이번 대구 사건과 같은 '응급실 뺑뺑이'의 발생 빈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의료진 충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환자 중증도에 따른 명확한 분산 체계와 상급종합병원 응급실로 향하는 경증 환자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응급실에선 외상, 심근경색, 뇌졸중, 심정지 환자가 우선이 돼야 하므로 응급실 시스템을 이해하고 이에 따를 수 있는 국민 인식 개선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개선과 더불어 환자의 상태를 가장 먼저 파악하고 처치를 하는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가 확대된다면,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체계 개선과 국민의 인식 개선 등을 통해 더 이상 갈 곳 없는 환자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응급실 뺑뺑이'라는 용어도 사라지길 소망한다.
 


【 청년서포터즈 6기 주아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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