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서포터즈 8기 김소정 [을지대학교 성남캠퍼스 임상병리학과 4학년]](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522/art_17485012322657_910081.jpg)
【 청년일보 】 “암입니다.”
이 단 한 마디의 진단은 환자의 삶 전체를 흔든다. 하지만 이 중대한 판단이 단지 영상 검사 한 장으로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CT, MRI, 초음파 등 다양한 영상 장비가 암을 의심하게 만들 수 있지만, 실제로 암으로 ‘확정’하기 위한 과정에 현미경 너머 세포와 조직의 실체를 마주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세포의 세계에서 암의 흔적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임상병리사다.
임상병리사의 대표적인 암 진단 업무는 조직 검사와 세포 검사다. 환자의 몸에서 채취한 조직은 병리 검사실로 옮겨지고, 임상병리사는 이를 슬라이드 형태로 절단, 염색하여 병리과 전문의가 판독할 수 있도록 만든다.
슬라이드 한 장에는 암세포의 존재 여부와 종류, 침윤 여부 등 치료 방향을 결정할 핵심 정보가 담겨 있다. 내시경으로 위나 대장의 조직을 채취하거나, 자궁경부에서 브러시로 세포를 채집하거나, 피부를 절개하거나 주사기로 세침흡인하는 방식 등으로 얻어진 조직은 조직절편 제작 → 염색 → 슬라이드 준비라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조직 검사 외에도 종양표지자 검사(Tumor marker test)는 혈액을 기반으로 암의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평가하는 도구이다. 종양표지자는 암세포 자체에서 생성되거나, 암세포가 주변 조직에 영향을 주어 생성된 물질로, 혈액, 소변, 조직, 배설물 등에서 검출될 수 있다.
간암은 AFP, 폐암과 대장암은 CEA, 전립선암은 PSA, 난소암은 CA-125 등으로 표시된다. 종양표지자는 조기 선별, 재발 여부, 치료 반응 평가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지만, 암이 아닌 질환에서도 수치가 상승할 수 있으므로 단독으로 확진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종양표지자 검사는 항체를 활용한 면역학적 방법으로 혈액에서 수행되며, 임상병리사의 정확한 분석과 해석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암 진단이 세포 수준을 넘어 유전자 수준으로 확장되고 있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은 암세포에서 추출한 DNA, RNA를 분석해 유전자 변이, 증폭, 결손 여부 등을 확인하는 정밀한 진단 기술이다. 기존 검사보다 많은 정보를 빠르게 분석할 수 있어, 개인 맞춤 치료를 위한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유전자 분석의 시작과 끝에는 임상병리사의 섬세한 전처리와 데이터 관리가 있다. 암 진단을 위한 조직 슬라이드와 혈액 검사 뒤에는 임상병리사의 세밀한 분석이 있다. 이들의 역할은 생존율을 좌우할 수 있는 정밀 진단을 가능하게 한다.
임상병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암 진단 분야는 단순한 직무를 넘어선 사회적 책임을 느끼게 해준다. 미세한 세포 하나를 통해 수많은 삶의 가능성과 마주하는 이 일은, 때로는 조심스럽고 때로는 단호해야 하는 과학과 판단의 경계선 위에 있다.
현미경 너머에서 조용히 싸우는 이들 덕분에는 우리는 암에 이름을 붙이고, 맞설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 청년서포터즈 8기 김소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