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청년 정신건강, 말하지 못하는 고통이 더 크다

등록 2025.05.25 10:00:00 수정 2025.05.25 10:00:06
청년서포터즈 8기 최재완 eric3417@naver.com

 

【 청년일보 】 최근 청년층의 정신건강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경고음이 사회 전반에 울려 퍼지고 있다. 그중 청년들이 가장 대표적으로 겪고 있는 정신 위기에는 우울증, 우울장애가 있다.


질병관리청의 2018년, 2020년, 2022년 국민 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3번 모두 20대의 우울장애 유병률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우울증.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걸릴 수 있는 질병이나 이를 감기처럼 단순히 저절로 회복하기만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우울장애를 마음의 ‘코로나19’ 또는 ‘마음의 암’처럼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

 

정부는 자살예방 기본계획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정신건강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책의 상당수가 노인과 청소년에게 집중되어 있고, 정작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청년층은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특히 취업 준비생, 프리랜서, 비정규직 노동자 등 대학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청년들은 아예 공적 제도권의 시야 밖에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정신적 어려움을 겪어도 이를 치료해야 할 질환으로 인지조차 못 하거나, 자신의 문제로만 여기고,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렇다면 청년의 정신건강 향상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2021년 발표된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평생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 중 10.1%, 최근 1년간 걸린 사람 중 7%만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통계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정신과적 치료에 대한 편견이 남아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에 더해 특히나 청년들이 앞으로 취업과 승진에 있을 불이익을 우려하며 병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기록’과 ‘사회의 시선’으로부터의 두려움은 심리적 고통을 조기에 해소하지 못하게 하는 큰 장벽 중 하나다.

 

그러나 현행 의료법상 공공기관과 사기업이 지원자의 의료기록을 범죄 수사 등의 법률 근거가 있는 이유를 제외하고는 열람할 수 없다. 그렇기에 진료기록이 남을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줄이고, 기록의 차원을 넘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신건강 치료는 특별한 경우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건강 관리의 일환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감기에 걸려 내과에 다녀왔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것처럼, 마음이 힘들어 정신건강의학과에 다녀왔다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개인적 차원에서도 나와 타인의 마음 상태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오늘날의 우리 사회는 나와 타인의 정서에 무감각하며 무관심하다. 스스로의 마음 상태를 인지할 수 있고 정신적인 고통을 표현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타인의 정서를 존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제도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의 태도와 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우리의 언어 사용의 변화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다.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는 말처럼, 우리의 언어표현에는 오랫동안 자리 잡힌 정신건강에 대한 편견들이 남아 있다. “정신 나갔다”, “미쳤다”, “또라이”와 같은 표현은 방송, SNS, 일상 대화 등에서 빈번하게 사용된다. 이러한 정신건강과 관련된 모욕적 표현들은 무의식적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강화하며, 편견과 차별을 고착한다.

 

따라서 우리는 일상 언어부터 바꿔 나가야 한다. 또한 “정신지체”라는 표현 대신 “지적장애”, “ 정신 상태가 정상/비정상이다.”는 표현보다는 “일반적이다”, “전형적이다”로 표현해야 한다.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표현은 질병에 대한 무겁고 고통스러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병을 단순히 가지고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우울증이 있다”는 더 중립적인 표현을 쓰는 것이 좋다.

 

우리는 이처럼 언어사용의 변화로부터 정신건강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고 근본적으로는 사회적 낙인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정신건강 챌린지는 누구나 언제든지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 또한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누구나 편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정신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 하나, 표현 하나가 타인의 마음을 구할 수도 헤칠 수도 있다. 정신건강을 특별한 문제가 아닌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고 서로의 정신건강을 돌볼 수 있는 사회적 연대가 만들어질 때 우리는 비로소 더 건강하고 따뜻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낙인을 줄이고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돌봐준다면 더 건강한 우리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청년서포터즈 8기 최재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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