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AI와 간호의 만남, 병원 돌봄의 방식이 바뀐다"

등록 2025.07.06 09:00:01 수정 2025.07.06 09:02:13
청년서포터즈 8기 이윤서 dbddeo@naver.com

 

【 청년일보 】 "데이터로 감지하고, 예측하고, 연결하는 새로운 간호의 시대"

 

병원 현장에서 인공지능(AI)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과거 진단·판독 보조에 머물던 AI 기술이 이제는 병원 운영과 환자 돌봄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간호 분야에서는 업무 효율과 환자 안전을 동시에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AI 도입이 활발하다. 반복적이면서 예측이 어려운 간호 업무 특성상 AI의 정밀한 데이터 분석과 실시간 대응 능력이 큰 변화를 이끌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병동과 중환자실에서는 활력징후와 심전도, 산소포화도 등 생체 정보가 지속해서 수집된다. AI가 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 수치나 이상 징후 발생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간호사에게 미리 알려준다.

 

과거에는 수치 변화가 눈에 띌 때까지 기다려야 했지만, 지금은 패턴을 통해 앞으로 위험할 수 있는 환자를 먼저 인식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기술은 단순한 경고음을 넘어서 간호사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

 

AI는 간호 업무의 효율도 높이고 있다. 병원 간호사의 하루는 처치와 기록, 관찰와 응대, 행정과 물류의 반복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낙상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거나 욕창 발생 가능성을 분석하는 AI 도구가 도입되면서 간호사는 관찰과 문서화에 들이던 시간 일부를 환자와 직접 마주하는 돌봄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환자의 나이, 병력, 움직임 기록, 약물 복용 정보를 종합해 낙상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우선 모니터링하고 중재하는 시스템이 여러 병원에서 실증을 거쳤다.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인 업무를 줄임으로써 간호의 질도 함께 높일 수 있다.

 

AI 기술은 병원 전체 운영 시스템에도 통합돼 간호 실무에 직접 영향을 준다. 삼성서울병원은 'DOCC(Data-based Operation & Communication Center)'라는 AI 기반 디지털 트윈 병원 운영 시스템을 도입해 수술실, 검사실, 병상, 의료진, 장비 배치를 실시간으로 조정한다. 이 과정에서 간호 인력 배치 역시 AI 예측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으로 조율된다.

 

응급실 과밀도나 병동 혼잡도를 사전에 예측해 필요한 인력이 언제 어디에 집중돼야 하는지 알려주는 시스템은 간호 인력의 효율적 배치를 가능하게 한다. 덕분에 간호사는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고 응급 상황 대응 속도도 개선된다.

 

이러한 변화는 간호교육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부 간호대학에서는 전자의무기록을 활용한 시뮬레이션 교육을 시행하며 AI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환자의 위험도를 판단하거나 중재 계획을 세우는 훈련을 진행한다. 단순 처치 기술보다 '정보를 읽고 해석하며 임상적 결정을 내리는 역량'이 강조되는 흐름이다.

 

실제 병원에서는 간호사가 AI 시스템이 제공한 데이터를 근거로 환자의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간병보조 인력과 역할 분담을 조정하는 등 과거보다 더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물론 모든 것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기술이 간호사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는 오해나 인력 감축 같은 비현실적 기대가 존재한다. 하지만 AI가 간호의 본질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고통을 공감하고 낯선 병실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 곁에 머무는 일은 여전히 사람만 할 수 있는 영역이다. AI는 그 시간을 만들어주는 수단일 뿐이다.

 

간호사의 손은 여전히 사람을 돌보지만, 그 손이 가는 방향을 AI가 비춰주기 시작했다. 기술은 보이지 않게 일하며, 사람은 본질에 더 집중한다. 병원의 미래는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 청년서포터즈 8기 이윤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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