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병원 대신 스마트폰(?)…논란 속 확산되는 "원격진료"

등록 2025.07.06 10:00:00 수정 2025.07.06 10:00:06
청년서포터즈 8기 이주현 dbddeo@naver.com

 

【 청년일보 】 "아플 때 병원을 안 가고, 앱을 켠다고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하게 들리던 이 말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팬데믹을 기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의료 분야 역시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원격진료'다.

 

환자가 직접 병원을 찾지 않아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의사와 상담하고 처방을 받을 수 있는 이 서비스는, 특히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이나 바쁜 직장인·학생층 사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 편리한 의료 서비스의 확산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기술 발전이 의료의 본질을 위협하거나 새로운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 원격진료, 팬데믹 이후 급속히 일상 속으로

 

대한민국에서 원격진료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의료가 불가피해진 2020년 이후다. 감염 우려로 병원 방문이 제한되면서 정부는 한시적으로 전화 상담과 처방을 허용했다. 이후 관련 기술과 플랫폼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많은 민간 기업들이 원격진료 앱 시장에 뛰어들었다.

 

실제로 한 대형 플랫폼 기업의 앱은 24시간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단순 감기부터 만성질환 상담, 정신과 진료까지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이용자는 앱을 통해 의사와 영상통화를 진행하고, 처방전은 가까운 약국으로 전송된다.

 

한 20대 직장인은 "회사 근처 병원은 늘 붐비고, 점심시간에도 진료받기 어렵다"며 "앱으로 간편하게 진료 받고 약까지 받을 수 있어서 정말 편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연 '안전'할까?

 

원격진료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안전성과 윤리성에 대한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가장 큰 우려는 정확한 진단의 어려움이다. 직접 촉진하거나 청진이 필요한 질환의 경우, 화면을 통한 상담만으로는 오진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초진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이라며 "화면을 통한 진료는 일부 증상에 국한된 제한적 도구로만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원격진료가 대형 IT 플랫폼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의료의 상업화와 정보보호 문제도 함께 우려하고 있다. 의료 데이터가 민간 기업 서버에 저장되거나, 광고와 연계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국민의 건강 정보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지방·고령층 환자에겐 기회가 되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격진료가 가진 긍정적 측면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서는 이동의 어려움을 겪는 고령 환자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원격진료는 물리적 거리의 한계를 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강원도 평창군의 한 보건소는 고령 주민들을 위해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도입해, 상시 혈압·혈당 데이터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보건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감기 한 번 걸려도 읍내까지 한참을 가야 했는데, 이제는 집 근처에서도 관리가 가능해졌다"며 효과를 언급했다.

 

현재 정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원격진료의 제도화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며, 의료계와 시민단체, 기업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다. 의사단체는 여전히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으며, 시민들 사이에서도 편리함과 불안감 사이에서 입장이 갈리고 있다.

 

의료 서비스는 단순히 '편리함'으로만 평가되어선 안 된다. 그것은 생명과 직결된 영역이며, 모든 국민이 형평성 있고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정보 격차가 큰 노년층이나 장애인, 저소득층이 디지털 서비스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충분한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

 

◆ 기술보다 중요한 건 '신뢰와 형평성'

 

원격진료는 분명 현대 사회가 마주한 의료 접근성의 문제를 부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망한 수단이다. 하지만 그것이 의료의 본질, 신뢰, 안전, 공공성을 훼손하게 된다면, 그 편리함은 오히려 불안을 가중시킬 뿐이다.

 

기술은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이며, 진짜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이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사용되느냐이다. 앞으로의 의료 시스템은 단순한 디지털 전환을 넘어, 사회적 합의와 윤리적 성찰을 동반한 발전이어야 한다.
 


【 청년서포터즈 8기 이주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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