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영유아 사교육 이대로 괜찮은가?…청년이 겪어야 하는 자본주의의 악순환

등록 2025.04.20 12:00:00 수정 2025.04.20 12:00:06
청년서포터즈 8기 황성은 sungeunni88@gmail.com

 

【 청년일보 】 교육부가 발표한 '2024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사교육비 총액은 29조2천억원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 인구는 점점 감소하는데 사교육비는 계속해서 오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또한 영유아 사교육비는 총 8천154억원으로, 엄청난 금액의 통계를 보여준다. 왜 계속해서 사교육비는 증가하는 것일까?

 

최근 강남에서 이른바 'N세 고시'가 유행하고 있다. 'N세 고시'는 강남의 유명 영어유치원과 학원에 들어갈 자격을 부여해 주는 시험을 말한다. 강남의 4세 영유아들은 '빅5 영어 유치원'이라고 불리는 유명 영어 유치원 5개 안에 입학할 수 있도록 '4세 고시'를 통과해야 한다. 게다가 '4세 고시'는 강남 학부모들 사이에서 경쟁률이 높아서 입학 조건도 까다로워지는 추세이다. 영유아들의 기본적인 지적 능력과 일정 영어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4세 고시'에 합격한 아이들은 2~3년 후에 유치원을 졸업하고 유명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다시 '7세 고시'를 준비해야 한다. 강남의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이러한 'N세 고시'를 치르게 하는 이유는 추후에 수학능력시험과 같은 대입 과정을 위한 영어 실력을 만들어 주기 위함이다. 학부모들은 절대 평가인 영어 과목이 아이들의 발목을 잡게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고 말한다.

 

이러한 'N세 고시' 열풍에 이어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이른바 '의대 준비반'도 만들어져 사교육이 점점 더 심화하고 있다. 영어 조기 교육이라는 인식 때문에 영어 유치원의 선호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4세 고시'에 합격하기 위해 준비해 주는 학원이 생겨나는 것이다. 즉, 사교육이 또 다른 사교육을 낳고 있다. 이렇게 강남에서 시작된 'N세 고시' 열풍은 교육열이 높은 몇몇 경기도 지역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인다. 이렇게 생겨난 영유아 사교육이 정말 아이들에게 실효적인지, 도덕적으로 올바른 것인지에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 3월 16일 국책 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는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과 발달'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내놓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영유아기의 사교육은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사교육의 부정적인 영향으로 이른 나이의 스트레스, 끈기 부족, 이기적인 성향, 자율성 부족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한 영유아 사교육을 경험한 학생들이 이후 초등학교, 중학교 과정에서 보인 학업 수행 능력은 초기를 제외하고 미미하게 나타났다.

 

이 결과를 토대로 연구진들은 영유아기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사교육을 하기보단, 주도적으로 자유롭게 놀고 가족과 함께하는 경험으로 시간을 채워 나감으로써 영유아의 성장, 발달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BBC는 "한국은 4세부터 수학, 영어, 음악, 태권도 등 다양하고 값비싼 사교육 활동에 참여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과도한 교육 시스템이 저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외신에서도 우려하는 대한민국의 사교육 과연 이대로 괜찮을까?

 

1989년 'UN 아동권리협약'을 발표했으며, 우리나라도 이 협약을 비준한 바 있다. 여기에는 신체적, 정신적, 도덕적, 영적 및 사회적으로 발달하기 위한 기회를 가질 권리, 놀이와 여가 시간을 보낼 권리, 학대 및 방임, 착취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등을 명시하고 있다. 'N세 고시'로 우리나라의 아이들은 아동권리협약을 위반하는 심각한 권리를 침해 받고 있다.

 

우리나라 공립 유치원 취원율이 30%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영유아기까지 뻗어 나간 사교육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립 유치원이 활성화돼야 한다. 법적으로 우리나라의 사립 유치원들을 금지하고, 공립 유치원을 위한 지원이 활발해진다면, 과열된 사교육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농어촌 전형으로 대입이 유리한 것처럼, 사교육이 아닌 혼자서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만 대입에서 유리한 전형을 만들어 관리하는 제도도 사교육을 완화할 수 있다. 학령 인구는 점점 감소하는데 사교육비는 나날이 갈수록 높아진다.

 

미래에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결혼을 생각하기도 벅찬 청년들은 어마 어마한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아이를 키울 것이라는 계획이 사라지는 것이다. 현재 사교육이 저출산을 만들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는 하루 일찍 사교육의 방향을 바꿔야 하며, 정부는 사교육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처럼 사교육은 우리나라의 미래, 청년 세대, 그리고 아이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 청년서포터즈 8기 황성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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