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지속되는 간병살인…치매 환자 간병은 더 이상 가족만의 몫이 아니다

등록 2025.05.04 09:00:00 수정 2025.05.04 09:00:07
청년서포터즈 8기 김민정 oooo0521@naver.com

 

【 청년일보 】 지난 19일, 치매를 앓고 있는 70대 친형을 간병하던 60대 남성이 존속 살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남성은 돌봄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노후주택에 단둘이 거주하며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간병살인은 2007년부터 2023년까지 총 228건 발생했다. 2000년대 연평균은 5.6건이었으나, 2020년대 연평균은 18.8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간병 살인의 주된 원인으로는 길어지는 간병 생활로 인한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이 지목된다.

 

특히 치매는 호전되지 않는 퇴행성 질환으로 지속적인 치료 비용이 부담되며, 악화되는 증상을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가족의 정서적 소진이 큰 질환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3년 치매역학조사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치매 환자 가족의 45.8%가 돌봄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고,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경제적 부담을 꼽았다. 또한, 치매 환자 가족의 40%가 가족 삶의 질의 부정적 변화를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이중 절반은 정신 건강 악화를 가장 큰 변화로 답했다.

 

따라서 치매 환자 가족에게 기약 없는 간병을 함께해 줄 제도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치매 환자 가족의 돌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마련된 장기요양 가족휴가제도마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기요양 가족휴가제는 치매가 있는 장기 요양 수급자를 돌보는 가족이 일시적인 휴식이 필요할 때 단기 보호나 종일 방문요양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제도이다. 2014년 7월 도입되어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최근 5년간 실제 이용률은 고작 0.2%에 불과했다. 정책 홍보 부족과 서비스 이용의 제한성이 원인이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제도 미비로 인한 간병 살인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전가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현재, 계속해서 증가하는 치매 환자 가족을 위해 공공 돌봄 체계의 강화, 실효성 있는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치매 간병이 국가와 사회가 함께 분담해야 할 책임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우선되어야 한다. 치매 환자 가족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 청년서포터즈 8기 김민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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