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생명을 살리는 것만이 전부일까?"…중증 소아환자의 일상에 주목하다

등록 2025.04.19 11:00:00 수정 2025.04.19 11:00:06
청년서포터즈 8기 김영빈 ybink911@naver.com

 

【 청년일보 】 중증 질환을 앓는 소아 환자에게 치료는 곧 일상이다. 선천성 대사질환, 뇌 병변, 중증 심장질환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가진 아이들은 매일 입원, 시술, 처치 속에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생명을 연장하는 치료만으로 이들의 삶이 온전히 보호받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이들의 '삶의 질'까지 충분히 살피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중증 소아 환자는 약 15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병원에서 퇴원한 후에도 꾸준한 진료와 간병이 필요하고, 의료기기에 의존해 생존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아이가 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놀고, 느끼고, 관계를 맺는' 삶의 시간은 자연스럽게 지워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중증 환아와 가족들은 치료에만 집중하는 시스템 속에서 "삶 자체가 사라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 아동은 "병원에서만 살아서 친구와 놀아본 적이 없다"라고 답했고, 보호자들 역시 "아이의 삶은 의료기기와 함께 있는 침대에 갇혀 있다"라고 토로했다. 아이들의 싸움은 곧 가족의 싸움이기도 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진행한 중증 소아 재택 의료 시범 사업 평가에 따르면, 간병 보호자 중 90% 이상이 주 양육자였고, 그중 65.9%는 경제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보호자는 끝없는 간병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형제자매는 정서적 소외를 겪는다. 가족 전체가 고립되어 가는 셈이다.

 

중증 환아의 삶은 단순히 생존의 문제가 아니다. 통증을 줄이고, 정서적 안정을 돕고, 삶의 질을 높이는 완화의료(Palliative Care)가 필요한 이유다. 완화의료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더 깊이 들여다볼 예정이다.

 

2023년 기준, 국내 소아 완화의료 전문기관은 손에 꼽을 정도이며,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다. 방문형 재택 의료 역시 의료 인력 부족과 지역 불균형 탓에 전국적 시행이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치료 외 시간'을 돌보는 시스템의 부재가, 아이들에게서 삶의 기회를 빼앗고 있다.

 

중증 소아환자에 대한 의료는 단순히 생존만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삶의 마지막까지 인간다운 시간이 존중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 정서적· 사회적 돌봄을 아우르는 완화의료가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치료는 단순히 생존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삶을 회복하기 위한 출발점이어야 한다.
 


【 청년서포터즈 8기 김영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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