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갓생, 조급함을 이겨내기 위한 청년들의 자구책

등록 2023.12.17 08:00:00 수정 2023.12.17 08:00:07
청년서포터즈 7기 우희린 gmlsflsdl@naver.com

 

【 청년일보 】 SNS 및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간다는 '인증', 일명 '갓생'이 쏟아지고 있다. '갓생'은 신을 뜻하는 '갓(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生)'의 합성어로 허투루 보내는 시간 없이 매우 부지런하게 사는 삶을 의미한다. 개인마다 목표나 활동은 조금씩 다르지만, 일·학교를 제외한 시간에 독서, 공부, 취미 등 자기 계발 루틴을 만들어 지속해서 SNS에 올리는 방식이다.


'갓생 살기' 챌린지는 무한 경쟁과 끊임없는 비교 속에서 불안을 일시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자구책일 수 있다. '갓생'은 자신을 통제하려는 심리가 내포되어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불확실한 미래가 주는 위기감으로 인해, 불안정한 마음 상태에 '확신'을 채우려는 심리가 작동한다고 해석한다. 대세를 따라야 한다는 동조 심리가 강해지면 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타인의 '갓생' 루틴을 그대로 삶에 적용하는 예도 존재한다.


졸업 후 취업 준비생인 이 모(23) 씨는 '미라클 모닝'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요가, 필라테스, 헬스를 병행하며 무리한 루틴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가지만, “남들보다 뒤처질 것 같은 불안감에 취업 준비와 자기 관리 모두 포기할 수 없다”하고 자신을'갓생 중독자'로 표현한다.


무리한 루틴이 지속될 때 인증에 대한 강박적 사고와 심리적 압박감을 일으킨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갓생'을 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의 일종으로 해석했다. 즉, 남들에게 뒤처지면 안 된다는 강박감이 '갓생'을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자신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회에서 성과를 증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모두가 자신을 증명하느라 애를 쓰고, 도달할 수 없는 목표와 그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은 오히려 심리적인 위축이 될 수 있다.


사회구조적 상황과 생존을 위한 경쟁에 익숙한 청년층이 '타인과 비교'를 통해 자신을 평가하는 행위는 청년의 심리·정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국 19~39세 청년층 5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의 상대적 박탈감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의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자살 생각, 자살 시도, 자살사망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2 자살백서'에도 '상대적인 박탈감'이 청년층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끄는 주된 경로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과와 성공의 여부에 치우치지 않고 하루를 열심히 사는 모든 삶이 인정받는 '시선'이다. 현재 청년들은 성과주의 사회에서 끊임없이 인정을 찾게 되고, 타인을 넘어 본인 스스로를 평가하는 자조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성균관대는 '실패 주간', '2023 성균인을 위한 실패 기념 주간'을 운영하며 학생들의 실패 경험을 공유하는 사진전과 강연 등 행사를 진행하였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에서 '실패자'로 낙인이 두려운 청년들에게 같은 실패라도 관점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음을 고취하고 포기보다 '재도전'을 응원하는 시간을 가졌다.


임명호 교수는 "작은 성취감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혹시 실패하더라도 '그럴 수 있다'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의 생존에 몰두하여 분절된 칸에서 혼자만의 '싸움'을 지속하는 삶에서 벗어나 삶을 다각적으로 바라보는 건강한 시선이 필요하다. 남들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조급함과 심리적 부담으로 '나'를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목표를 유지하는 꾸준함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위해 기존의 목표를 중단하는 '멈춤'도 삶에서 필요하다.
 


【 청년서포터즈 7기 우희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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