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서울 주택 시장에 닥친 역대급 '입주 가뭄'이 청년 1인 가구의 주거 불안을 심화시키고 있다. 전세 사기 여파로 월세 선호 현상이 뚜렷한 상황에서 신축 공급마저 끊기자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양상이다.
직장인은 물론 대학생들까지 도심과 대학가 임대차 시장의 연쇄적인 수급 불균형 속에 월세 부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는 전세 사기 여파로 굳어진 빌라 기피 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
보증금 미반환 우려에 청년층 수요가 오피스텔과 소형 아파트로 일제히 쏠린 결과, 해당 상품군의 임대료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서울 시내 주요 역세권의 소형 아파트 보증금은 1억5천만원, 월세는 120만원을 넘어서는 매물도 적지않다. 사회초년생의 평균 월급을 고려하면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고스란히 방값으로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대졸 신입 사원의 평균 연봉은 3천675만원 선으로, 실수령액 기준 매달 200만원대 초중반에 머문다. 이들이 영등포나 마포 일대의 높은 도심 임대료를 온전히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벅찬 실정이다.
그 결과 도심의 높은 방값을 피해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낮은 대학가를 주거 마지노선으로 삼고 머무르는 사회초년생과 졸업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구직 활동을 이어가거나, 직장을 구했더라도 높은 월세 부담에 대학가를 떠나지 못하는 청년들이 주거 시장에 장기 체류하는 흐름이다.
기존 세입자들이 대학가에 계속 머물면서 신입생들은 당장 방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외국인 유학생 수요까지 겹치며 대학가 원룸 매물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서대문구 일대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현재 원룸 월세는 70만원에서 90만원 선을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초년생과 졸업생이 대학가에 머무르면서, 정작 대학생들은 더 싼 외곽 지역으로 밀려나는 '이중 이동'이 나타나고 있다.
신촌 일대 원룸에 거주하는 서강대학교 재학생 A씨는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와 관리비를 합치면 매달 80만원이 훌쩍 넘게 나간다"며 "(주말과 주중)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는데 감당하기 벅차 다음 학기에는 통학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신림이나 구로 등 외곽으로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결국 한계에 달한 주거비에 밀려 하숙집이나 고시원 등으로 주거 하향을 택하는 청년들도 빈번하게 관찰된다.
주택 공급 시장의 한파도 청년들의 주거난을 부추기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2023년과 2024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와 공사비 급등으로 착공이 미뤄졌던 여파가 2026년 현재 입주 물량 급감이라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신축 공급이 막히면서 기존 주택의 임대료마저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고용 불안과 주택 공급 부족, 고물가가 맞물린 구조적 병목 현상을 타개할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청년 취업난 장기화로 졸업생들이 대학가에 체류하는 현상이 고착화하는 데다, 신축 비아파트 공급마저 끊기면서 그 부담이 청년층에게 오롯이 전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자산 가치 상승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이 임대료에 반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실물자산의 가치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이는 임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특히 소형 주택 라인의 전세보증금이 급등하면서 수요가 월세로 이동했고, 전세 물량 감소가 다시 월세 가격을 밀어 올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근본적인 취업 시장 개선은 물론, 1인 가구 맞춤형 소형 주택 건립을 위한 규제 완화, 정부 차원의 기숙사 확충 및 실효성 있는 주거비 지원 등 다각적이고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