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서포터즈 9기 윤선희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간호학과 4학년]](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1041/art_17600863601169_319d12.jpg)
【 청년일보 】 최근 몇 년간 의료 현장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웨어러블 기기 등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스마트워치를 통해 심박수를 기록하고, 화상 진료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의사와 상담하며, 인공지능이 엑스레이 영상을 판독하는 시대는 이미 현실이 됐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규모는 2023년 기준 6조4천억원을 돌파하며 전년 대비 13.5% 성장했고, 전 세계 시장 또한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기술은 의료 현장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으며, 앞으로는 맞춤형 관리와 예방 중심의 의료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발전이 모두에게 동일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보건산업진흥원(2023)의 '환자 대상 디지털 헬스케어 수요 및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2.7%가 건강정보 모니터링 서비스를, 40.1%가 진료 예약·관리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연령별로 보면 응답자의 분포에서 40~50대가 59.8%로 가장 많았고, 60대 이상은 22.2%에 그쳤다. 이는 고령층의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낮음을 보여주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나 농어촌 지역 주민들이 새로운 의료 서비스로부터 소외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술이 의료 접근성을 넓히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또 다른 격차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특히 농어촌 지역에서는 인터넷 연결 불안정 등 인프라 한계로 인해 원격진료 도입률이 15% 수준에 그친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원격 진료 시스템을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장비 부족이나 네트워크 문제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기기의 활용 여부에 그치지 않는다. 의료 데이터는 민감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보안 문제가 뒤따른다.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발생한 의료 데이터 해킹 사건은 환자 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확대될수록, 데이터 유출에 따른 피해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또한 AI 의료 솔루션이 비용 대비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초기의 높은 도입 비용과 보급속도가 더딘 점은 공공 의료 차원에서 여전히 큰 걸림돌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간호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환자가 스마트 기기를 다루지 못해 데이터 입력조차 어려워하는 경우, 간호사는 직접 도와야 한다. 또 환자가 기록한 수치를 단순히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이를 해석하고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해 신속히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고령 환자나 저소득층 환자에게는 간호사가 제공하는 교육과 정서적 지지가 없이는 새로운 의료 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결국 간호사는 단순한 '보조 인력'이 아니라, 기술과 환자를 연결하는 가교로서 핵심적인 전문가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디지털 헬스케어가 진정한 혁신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의 발전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는 농촌과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문해력 교육을 확대하고, 통신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의료기관은 보안 체계를 철저히 마련하고, 의료진이 환자 교육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정책은 단순히 산업 육성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사회적 약자까지 포괄하는 포용적 관점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분명 의료의 미래를 여는 열쇠이다. 그러나 그 문 앞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있다면, 그 혁신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기술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직시하며, 모든 환자가 동등하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윤선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