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정부가 추진하는 서울 서초 '서리풀2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2차 공청회가 주민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1차에 이어 또다시 무산됐다.
12일 서초구 서초종합체육관에서 열린 공청회 현장은 시작 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150여 명의 송동마을 주민들과 우면동성당 성도들은 '결사 반대'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와 현수막을 들고 공청회장을 메우며 사업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LH는 지난달 1차 공청회 무산 이후 주민 의견 수렴을 재차 시도했으나,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강경한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이날 공청회 주재를 맡은 유병로 국립한밭대학교 교수는 개회 직후 "오늘 자리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자리"라며 원활한 진행을 위해 단상을 가린 대형 현수막 철거를 요청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지금 걸려 있는 현수막 내용이 곧 우리의 의견"이라며 단호히 거부했다.
유 교수가 "절차에 따라 의견을 듣고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자"고 재차 설득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주민들은 "주민 99.9%는 무조건 사업 반대"라며 "형식적인 공청회를 당장 멈추고 무산을 선언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당 등 일부 시설 존치 의견에 대해서도 "마을 전체를 존치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결국 유 교수는 더 이상 정상적인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LH 관계자와의 논의 끝에 시작 10여 분 만에 공청회 무산을 선언했다
당초 LH는 이날 공청회를 통해 사업의 세부 계획과 환경 대책을 설명할 예정이었다.
이날 현장에 배포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서울특별시 서초구 우면동 일원 19만3천259제곱미터 부지에 4천600인(2천 세대)을 수용하는 공공주택지구를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LH는 내년 1월까지는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LH는 평가서 초안을 통해 사업지구 내 환경 현황과 저감 대책을 상세히 밝혔다.
가장 큰 쟁점인 생태계와 관련해서는 사업지 내에 수달, 맹꽁이 등 법정보호종 4종과 족제비 등 서울시 보호 야생생물 7종의 서식이 확인됐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LH는 ▲맹꽁이 포획 및 이주 계획 수립 ▲생태계 교란 식물 제거 ▲공사 차량 속도 제한 등을 제시했다.
또한 공사 시 발생하는 오수는 전량 탄천물재생센터로 연계 처리하고, 비점오염저감시설을 설치해 수질 오염을 막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주거지 인근 소음 피해를 막기 위해 가설방음판넬과 방음벽을 설치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러한 LH의 계획은 주민들에게 전달되지조차 못했다.
공청회가 파행으로 끝난 직후 만난 이세희 송동마을 주민대책위원장은 주민들의 분노가 단순한 보상 심리가 아닌 '생존권' 문제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조상 대대로 천 년 가까이 살아온 터전을 강제로 수용하려 한다"며 "일부에서 보상금을 더 받기 위한 꼼수라고 매도하지만, 주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내 집에서 계속 사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사전 협의도 없이 방송으로 사업을 통보하고, 엉터리 환경영향평가를 근거로 밀어붙이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절차적 문제점도 꼬집었다.
대책위 측은 무조건적인 반대 대신 '마을 제척'이라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기존 마을 구역은 그대로 두고, 나머지 유휴 부지를 활용해 용적률을 높여 공공주택을 짓는다면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공청회 자체를 거부하며 강력히 맞서고 있어 향후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LH 측은 원칙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LH 관계자는 "오늘 공청회는 환경영향평가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2차 공청회를 진행한 것"이라며 "추후 일정도 적법한 절차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