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서울시가 지난 25일 시내 325개 모든 역세권을 고밀 개발해 2031년까지 장기전세주택 21만2천호를 공급하겠다는 '서울 역세권 직·주·락 활성화 전략'을 공식화했다. 오세훈 시장은 환승역 용적률을 최대 1천300%까지 허용하며 도시 공간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조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그러나 업계와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발표된 이번 계획이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과 인프라 수용 능력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파격적 용적률 상향과 규제 완화
서울시는 역세권 개발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역세권 용적률은 서울 평균의 약 1.1배 수준에 머물고 있고, 40년 이상 노후 건축물 비율도 높아 공간 활용도가 낮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2022년 역세권 범위를 250m에서 350m로 넓히고, 35층 층수 제한을 철폐하는 등 제도를 손질했다.
이번 전략은 그 연장선이다. 기존 153개 역에 한정됐던 상업지역 용도 상향 대상을 서울 전역의 325개 역세권으로 확대하고, 향후 5년간 100곳을 추가 개발한다는 목표다.
환승역에는 성장거점형 도심복합개발 방식을 도입해 최대 1천300%의 용적률을 허용한다. 일본 도쿄 롯폰기힐스(84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특히 비강남권 11개 자치구에 대해서는 공공기여 비율을 기존 증가 용적률의 50%에서 30%로 낮춰 사업성을 보전하기로 했다.
다만, 용적률을 높여 개발 이익을 키워주면서 공공 환수 비율까지 낮추면, 그 이익 대부분은 민간 사업자에게 귀속되고, 해당 자치구 주민들이 누릴 공공시설·인프라 확충 몫은 그만큼 줄어드는 구조다.
발표 당시 오 시장은 "민간과 공공이 협력해 역세권의 고밀·복합개발을 추진함으로써, 누구나 살고 싶고 머물고 싶은 미래세대를 위한 서울만의 도시공간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 계획과 실적 사이의 간극
서울시에 따르면 역세권활성화사업은 2021년 이후 개발 대상지가 56개소 늘었고, 세대수도 1만여 세대를 추가 확보했다. 업무시설 53만6천㎡, 상업시설 56만6천㎡, 호텔 12만3천㎡, 지역필요시설 25만7천㎡도 확보했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 추진 현황(2026년 3월 기준)에 따르면 총 68개소 중 실제 착공에 이른 곳은 4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64곳은 대상지 선정, 위원회 심의, 고시 등 행정 절차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익명을 요구한 도시계획 분야의 한 선임연구원은 "현재 착공률이 약 6%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실제 현장에서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등 시장의 암초를 전혀 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기존 68개소 중 절반이 여전히 서류상 단계(계획 수립)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향후 5년간 100곳을 추가하겠다는 발표는 실현 가능성보다 정책적 선언에 치중한 '숫자 부풀리기'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역세권 활성화 사업은 도시관리계획으로 법적 절차에 따라 확정된 것"이라며 "인허가, 착공, 준공 등 단계적으로 변경없이 진행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또한 여타 정비사업과 비교해봐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인프라 수용 능력과 교통 혼잡 우려
용적률 1천300%는 단순히 건물이 높아지는 문제가 아니다. 해당 부지의 거주·업무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의미다.
서울시 자료에서 일반상업지역 기준 용적률(800%)의 1.6배 수준이지만, 기존 도로·전력·상하수도 인프라는 현재 용적률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기반시설 확충 계획은 이번 발표에는 없었다.
건물은 민간이 짓지만 도로·전력·지하철은 공공이 책임진다. 개발 이익은 민간에 귀속되고, 인프라 확충 비용은 결국 시민이 부담하는 구조다.
지하 공간 문제도 있다. 서울 역세권 지하에는 지하철 터널, 상하수도관, 통신선, 가스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초고밀 개발을 위해 지하 수십 미터를 굴착하는 과정에서 기존 지하 시설물과의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서울시는 매년 GPR(지표투과레이더) 탐사를 실시하며 도심 땅 꺼짐 예방에 나서고 있다.
1호선·4호선이 교차하고 GTX-C 노선까지 예정된 창동역처럼 복수 노선이 겹치는 환승역은 대규모 굴착 공사 시 기존 선로와의 간섭 문제가 특히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청년안심(?)주택, 시장 냉기 속 재원 조달의 불투명성
부동산 시장 상황은 서울시의 구상과 대조적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경색과 공사비 급등으로 지난해 서울 청년안심주택 신규 인허가는 한 건도 없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노량진역(299채), 미아사거리역(247채), 중랑역(211채) 등 7곳에서 1천316채 규모의 공급 계획이 해제됐다. 2024년 한 해 준공 물량(3천709채)의 35.5%에 달하는 규모다.
착공 후 10년간 임대 운영을 해야 하는 사업 특성상 민간 건설사가 선뜻 나서기 어려운 환경이다. 서울시는 인허가 절차를 24개월에서 5개월로 단축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구체적인 법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아 실행 의지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실제 청년안심주택 공급 사업에 과거 참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민간 건설사 입장에서는 시공 이익은 정해져있고, 지분 투자 등을 통해 개발 이익을 얻어야 하지만, 운영 부분에서도 큰 메리트가 없어 참여하는 건설사가 많지는 않았다"라고 밝혔다.
◆ 선거용 청사진 논란과 정책의 연속성
정치적 시점에 대한 비판도 가열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를 두 달여 앞둔 시점에 대형 정책을 발표한 것도 문제지만, 핵심 실행 일정 자체가 선거 당월로 설정돼 있다는 점은 더 노골적이다.
시는 지난 25일 발표에서 환승역 성장거점형 개발의 대상지 선정 공모를 6월에 추진하겠다고 명시했다. 6월은 서울시장 선거가 치러지는 달이다. 선거 국면에서 대규모 개발 공모를 띄워 유권자에게 직접 개발 이익을 가시화하겠다는 구도다.
특히 이번 전략의 목표 기한인 2031년은 오 시장의 현 임기는 물론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도달할 수 없는 시점이다.
구체적인 재원 조달 계획이나 인프라 확충에 대한 기술적 검토 없이 숫자 위주의 청사진만 제시한 것은 선거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책의 연속성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차기 시정에서 계획이 수정되거나 폐기돼 행정력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강훈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변호사는 "지자체장 선거를 앞두고 무리한 발표를 한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이라며 "서울 주택 공급이 안 된 근본 원인은 높은 토지 가격인데, 이런 식의 발표가 토지 가격만 들썩이게 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