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불일치"...'경기부양' SOC 예산은 "증액", 주거안정 자금은 "대폭 삭감"

등록 2025.11.05 08:00:06 수정 2025.11.05 08:01:16
김재두 기자 suptrx@youthdaily.co.kr

국토부, 주택구입·전세자금 융자 4.8조 감액...청약해지 급증에 12.1조 원금 상환 예산도 편성
위례-과천선 등 신규 SOC 예산은 증액 반영, 가덕도신공항 등 기존 사업은 '집행 부진' 감액

 

【 청년일보 】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예산이 27조5천억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2025년 본예산(25조4천억원) 대비 2조원(7.9%) 증액된 수치로, 국토교통부 소관 SOC 예산은 20조9천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SOC 예산 증액과 달리 '서민 주거 안정' 관련 예산은 대규모 삭감이 이뤄졌다.

 

국회예산정책처 '2026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55개 부처 중 가장 큰 규모인 6조7천341억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삭감은 대부분 주택도시기금에 집중됐다.

 

SOC 예산은 2조원 증액된 반면, 동일 부처의 핵심 민생 사업인 주택도시기금의 융자 예산은 4조8천억원 이상 삭감됐다.

 

'주택구입·전세자금(융자)' 항목에서 3조7천556억원, '분양주택(융자)' 항목에서 1조446억원이 각각 감액됐다.

 

서민 주거안정과 직결된 두 융자 사업에서만 총 4조8천2억원의 예산이 줄어든 것이다.

 

국토부는 주거 안정성 지원보다는 인프라 건설을 통한 경기 부양에 힘을 쏟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동시에 주택도시기금의 재정 건전성 문제도 나타났다.

 

기금의 핵심 재원인 청약저축의 해지가 급증함에 따라 내년 예산안에는 해지자들에게 원금을 돌려주기 위한 '기타민간예수금원금상환' 명목으로 12조1천262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12조원이 넘는 대규모 상환 예산 편성은, 주택 시장 침체 및 가계의 유동성 확보 수요가 반영된 현상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기금의 재원 운용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주택금융 전문가는 "12조원이 넘는 원금 상환 예산은 기금 재원 배분의 왜곡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신규 주택 구입이나 전세 융자 등 본래의 정책 목적에 쓰여야 할 재원이 기존 가입자의 이탈을 막는 '방어적 운용'에 투입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금리와 주택 시장 침체로 청약 통장의 매력도가 낮아진 결과다. 결국 융자 사업 예산 삭감의 한 원인으로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삭감된 주거 예산과 달리, 신규 SOC 사업 예산은 대거 반영됐다.

 

16대 분야 기준 '교통 및 물류' 분야에서 71개 신규 사업(3천697억원), '국토 및 지역개발' 분야에서 13개 신규 사업(2천170억원)이 편성됐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신규 도로 건설사업 21건(제천-영월 고속도로, 천안 목천-삼룡 국도 등)에 대한 투자가 반영됐으며, '위례-과천선 광역철도' 사업(1조1천209억원)이 2026년 임대형 민자사업(BTL) 한도액안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기존 대형 SOC 사업은 '집행 부진'을 사유로 예산이 감액됐다.

 

대표적으로 '가덕도신공항건설' 사업은 2천750억원(NABO 분석 기준), '포항-영덕 고속도로건설'은 1천893억원이 삭감 조정됐다.

 

특히 '집행 부진'으로 명시한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시공사 선정 단계부터 난항을 겪으며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애초 가덕도신공항은 2029년 12월 조기 개항을 목표로 했으나, 핵심 공정인 부지조성공사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다.

 

국토교통부는 '84개월(7년)' 공기를 제시했으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해상 매립 공사의 안정성을 이유로 '108개월(9년)'을 주장하며 사업 참여를 사실상 포기했다.

 

현재까지도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재입찰 공고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정부가 제출한 2026년도 예산안은 이제 국회 심의 절차에 들어간다.

 

국토교통부 소관 예산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의 예비 심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 심사를 거치게 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적한 SOC 예산 증액과 주거안정 융자 예산 삭감의 '정책적 엇박자' 및 주택도시기금 재원 문제 등이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예산안은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법정 시한인 12월 2일까지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저작권자 © 청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35길 4-8, 5층(당산동4가, 청년일보빌딩) 대표전화 : 02-2068-8800 l 팩스 : 02-2068-8778 l 법인명 : (주)팩트미디어(청년일보) l 제호 : 청년일보 l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6 l 등록일 : 2014-06-24 l 발행일 : 2014-06-24 | 회장 : 김희태 | 고문 : 고준호ㆍ오훈택ㆍ고봉중 | 편집·발행인 : 김양규 청년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청년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youth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