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임대차 시장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임차인의 주거 안정과 전세사기 근절을 목표로 하는 이 법안은 계약갱신청구권 확대 및 임대차 기간 연장이 골자다.
특히 최장 9년 거주를 보장하는 ‘3+3+3 제도’ 도입은 임대인의 재산권 침해 주장과 전세 물건 감소 우려를 확산시키며 격렬한 논란을 촉발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발표한 10·15 부동산 대책과 이번 임대차 관련 규제 강화 법안이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 정책 간의 시너지보다는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 또한 제기된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임차인의 거주 기간을 최대 9년까지 보장하는 소위 '3+3+3 제도'다.
현행 2년인 기본 임대차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고, 기존 1회였던 계약갱신청구권을 2회로 늘리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경우 임차인은 3년씩 2회 연장해 최장 9년간 해당 주택에 거주할 수 있다.
이는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임차가구의 평균 거주 기간이 3년 초반에 머물고 있어 주거 안정성이 미흡하다는 현실 인식을 반영했다.
그러나 임대인들은 해당 조항에 강하게 반발 한다.
실제 카카오 부동산 관련 오픈 채팅방에서 한 임대인은 "이 법안은 기존 임차인이 9년간 한시적으로만 행복할 뿐, 집주인이든 새로운 임차인이든 누구에게도 좋을 게 없는 최악의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익명을 요구한 서울지역의 중개업소 대표 또한 "9년 장기규제로 묶고 임대인에게만 과도한 의무를 부과한다"라며 "중개업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지적했다.
법안에 따르면 임대료 인상 폭은 9년간 누적되어도 최대 약 10% 수준에 머물게 된다.
임대인들은 세금, 금리, 시세 변화와 관계없이 장기간 임대 수익이 고정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재산권 침해라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장기 거주 보장 외에도 개정안은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안전성을 높이고 전세사기를 실질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강력한 법적 장치들을 다수 포함했다.
먼저, 임대인의 재정 건전성 확인 의무와 보증금 상한 규정이다.
임대인은 계약 시 국세·지방세 납세증명서 외에 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 등 재정 상태 자료를 임차인에게 제시해야 한다.
또한 임차보증금과 선순위 담보권 등의 합계액이 주택 가액의 70%를 초과할 수 없도록 보증금 상한제를 설정해 무자본 갭투자 위험을 제한한다.
이어 권리 효력 발생 시점 및 승계 관련 규정 강화다.
임차인의 대항력 발생 시점을 '입주 다음 날 0시'에서 '입주 당일 0시'로 앞당겨 임대인의 잔금일 담보권 설정 가능성을 차단했다.
아울러 임대인이 주택을 양도할 때 임차인이 양수인에게 이의를 제기하면 기존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가 유지되도록 규정해 악의적인 책임 회피를 막는다.
보증금 회수 절차의 간소화와 보호 범위 확대도 담겼다.
임차권등기를 마친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경우, 별도의 소송 없이 임대차기간 종료 후 2개월 내 경매 청구가 가능해진다.
소액 임차인의 최우선변제 보호 범위 판단 기준도 최초 담보물권 설정 시점이 아닌 최후 계약일 기준으로 변경해 보호의 실효성을 높였다.
이와 같은 전세사기 방지 조항과 임차인 보호에도 불구하고, 시장과 여론은 ‘9년 거주 보장’ 이슈에 집중하며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전날 마감된 해당 법안의 국회 입법예고 게시판에는 총 3만 7,882건의 의견이 접수됐으며, 이 중 3만 2,752건(86.46%)이 반대 의견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가격 폭등을 부를 악법”, “사실상 무상 임대법” 등의 반대 청원도 빗발치는 상황이다.
더욱이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의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월세로의 전환이 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같은 법 개정은 '주택시장의 월세화'만 가속시킨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국토교통부 8월 주택 통계에 의하면 전세 거래량은 7만2천573건으로 전월 대비 17.6% 감소, 전년동월 대비 17.7% 감소했다.
또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의 월세거래량 비중(보증부월세·반전세 등 포함)은 62.2%로 전년동기 대비 4.8%증가했다.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은 "전세사기와 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계속 늘어나 ‘전세포비아’라는 말까지 생겼다"라며 법안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이런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법의 빈틈을 악용한 사기가 많아,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창민 의원실은 국감이 끝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입법 취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을 "의도는 선하나 현실적 시장 논리를 외면한 입법"이라고 평가하며 우려를 표한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2020년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당시 전세가격이 급등했던 전례를 교훈 삼아야 한다"며 "임대차 제도에 대한 과도한 개입은 공급 축소, 전세가 상승, 임차인 피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승훈 부동산 연구소'의 이승훈 소장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임대인이 9년 동안 전세를 내놓아야 한다면, 누가 앞으로 전세를 내놓겠나"라며 "결국 전세 매물은 사라지고 시장에는 월세만 남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임대인도, 임차인도 모두 피해자가 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