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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이독경' 그리고 '아전인수'...논란 커지는 언론중재법

 

【 청년일보 】 검찰개혁에 이어 언론개혁을 추진해오던 여당이 '언론중재법' 처리를 강행하고 나서면서 야당과 극심한 마찰을 빚고 있다. 여당은 법안 통과를 강행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반면 야당은 "재갈 물리기"라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정치권내 한 바탕 소용돌이가 몰아칠 기세다.

 

본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이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 의결까지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또 한번 분명히했다.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앞서 지난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상임위원장을 둘러싼 채 강하게 반발, 이준석 당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여당 단독 처리에 두고 "언론 말살", "언론 재갈"이라며 문체위 회의장 밖에서 3시간 가까이 항의했다.

 

그럼에도 불구 이날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도종환 위원장은 기립 표결을 진행했고, 언론중재법 개정을 추진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찬성하면서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결국 언론사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 담긴 언론중재법, 즉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이날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전체 16명 중 찬성 6명으로 통과됐다.

 

이를 두고 언론계와 야권에서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언론의 '권력 견제' 및 '감시'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법안이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언론중재법 개정안 내용이 매우 모호하고, 주관적인 해석이 가능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꼴'이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일례로, 언론중재법의 제2조 17항의 3에서 적시하고 있는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언론, 인터넷뉴스서비스,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을 통해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에서 의미하는 허위∙조작 보도의 개념이 모호해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또 허위∙조작 보도의 특칙에 대해 설명한 제30조 2항의 '언론의 명백한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 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또는 정신적 고통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허용'한다는 부분이다. 이를 두고 기존 민∙형법 체계와 중복돼 위헌 소지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항목 표현에 '보복적', '충분한 검증절차', '회복하기 어려운' 등의 표현 역시 주관적인 해석이 다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밖에도 제17조 2항에서 열람차단 청구 요건에 대해 '제목∙맥락상 본문의 주요한 내용이 진실하지 않은 경우, 개인의 신체∙신념∙성적 영역 등과 같은 사생활의 핵심 영역을 침해하는 경우, 그 밖에 인격권을 계속 침해하는 경우 등' 이라고 정의한 부분은 모든 개인에 대한 부정∙비판적 기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

 

법안 개정을 추진해온 더불어민주당은 야당과 시민단체, 언론단체의 반발이 강하다는 점을 의식해 언론중재법에 대해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이라고 대응하고 있다. 또 기성 언론들이 법안의 취지와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오해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법안 자체를 살펴보면 정치∙사회 권력층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차단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에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의 주요 인사들은 언론중재법에 대해 앞다퉈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언론중재법을 '언론재갈법'이라고 규정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페이스북에 "언론중재법은 가짜뉴스를 막는다는 핑계로 언론의 자유를 막는 짓"이라며 "이 법의 수혜자는 국민이 아니라 권력자들이 될 것"이라는 힐난했다.

 

정작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개정안을 두고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적잖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김두관 의원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정권이 바뀌었을 경우 좋은 언론에도 재갈을 물릴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면서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더 논란을 키우는 점은 법안 처리 과정이라는 점이다. 논란이 클 수 있는 만큼 법안 처리에 충분한 논의가 요구시됨에도 불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쪽수(?)'를 내세워 일방 강행 처리라며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 같은 행태를 두고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 대표는 심지어 "자유가 박탈된 탈레반 국가에서 살기보다 목숨 걸고 싸워서 인간답게 사는 길을 택하겠다"며 비판의 수위를 눞였다.

 

이어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할 것"이라며,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수단으로 의사 진행을 지연시키는 무제한 토론) 투쟁을 예고했다.

 

법안 개정 과정에서 여야간 충분한 논의와 합의는 또 실종됐다. 국회는 또 '합치(合治)'를 이루지 못했다. 정치인들은 이에 따른 혼란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인식하지 않는 듯 하다.

 

한편 국내 비영리 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세계인권선언과 자유권규약에 규정된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하며, 유엔 특별보고관에게 진정서를 보냈다.

 

진정서에 담긴 내용과 지적이 합당하다고 판단되면 우리나라 정부에 '긴급탄원' 권고를 발송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결의 원칙이 민주주의를 이루는 하나의 요소이기도 하나, 다수당이라고 해서 소수의견을 일방적으로 무시만 한 채 국정을, 의정을 다룬다면 결국 독재와 별반 다르지 않다.

 

결국 정치인들은 이 같은 '밀어붙이기 식' 법안 처리를 지속한다면 종국적으로 민주주의의 후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국민들이 원치 않은 마스크를 쓰고 있듯이, 언론에도 마스크를 강제로 씌우는 것이 진정 국민을 위한,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인지 되묻고 싶다.

 

 

【 청년일보=최시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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