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많은 은퇴자들이 가장 후회 하는 것이 더 많은 노후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퇴 이후의 삶에 대비해 저축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하기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탈러 교수는 은퇴 이후를 대비한 저축이 인류에게 비교적 새로운 과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은퇴 이후 삶에서 문제가 나타나기 전에 죽었다. 운이 좋아서 노년까지 살아 남은 사람들은 대개 대가족 구성원의 보살핌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에 이런 환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기대수명이 늘어났고 가까운 가족이라 하더라도 멀리 떨어져 살게 되면서 자신의 노후를 스스로 대비할 필요가 생겼다. 인류 전체 역사에서 보자면 이런 변화가 나타난 것은 최근 일인 셈이다.

노후를 대비한 저축을 하지 못했다고 자책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직장인인 당신에게 퇴직연금은 매우 좋은 기회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그 어려운 은퇴 이후를 보다 효과적이고 쉽게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자동으로 가입된다. 관련 법에 의해 1년 이상 근속한 근로자라면퇴직연금 제도에 의무적으로 가입된다. 설립된 지 오래된 회사의 경우 퇴직금 제도를 적용받기도 한다. 일부러 당장의 소비를 줄여서 노후를 위한 저축을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퇴직연금제도는 소비를 줄이지 않아도 되며 다니는 회사에서 부담한다.

둘째, 정기적으로 적립된다. 회사가 운용하는 확정급여(DB)형은 임금 상승분 만큼 늘어난다. 근로자 개인이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은 매년 급여 총액의 1/12 만큼 자신의 퇴직연금 계좌에 적립된다. 회사에 따라 다르긴 하나 매년 1회 혹은 매월 단위로 나눠 정기적으로 쌓인다.

셋째, 장기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중도에 일시금으로 찾아 가기 보다는 55세 이후 연금으로 나눠서 받아 갈 때 훨씬 유리하도록 설계돼 있다. 따라서 일반적이라면 장기간 운용 한다. 경제나 자산 가격에 따라 단기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다.

넷째, 큰 세제혜택이 주어진다. 운용기간 동안에는 운용 수익에 대해 세금을 떼지 않고 은퇴 이후 연금으로 받으면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추가로 적립할 경우 매해 일정 금액까지 세금을 깎아 준다. 세제 혜택을 감안하면 기본적인 운용수익이 높아지는 셈이다.

끝으로 다섯째, DC형과 IRP의 경우 자신이 직접 결정한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결정하고 관리하길 바란다. 나중에 돌려 받는 돈이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줄어들거나 다른 용도로 활용될까 우려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퇴직연금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한다면 무관심하게 방치하거나 중도에 인출해서 목돈으로 써 버리는 일이 줄지 않을까? 조금만 관심을 갖고 관리하면 은퇴 이후 삶을 준비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더욱 여유로워 질 수 있을 것이다.

글 /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 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