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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솜방망이 처벌에 활개치는 산업스파이…양형기준 강화 급선무

 

【청년일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반도체 기술 패권을 둘러싼 국가 간 '각축전' 양상이 치열해지고 있다. 반도체는 단순한 산업 제품의 개념이 아니라 안보 및 전략 자산의 핵심으로 각광받고 있는 만큼 기술 보호가 엄중히 요구되는 분야다.

 

이같은 국가 핵심기술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반도체 산업 근간을 뒤흔드는 기술 유출 행위가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어 우려가 증폭된다. 

 

앞서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제조 기술과 세정 레시피 등 국가 핵심첨단기술을 중국 경쟁업체에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내 장비업체 M사 직원들에게 1심을 선고했다.

 

또한 이들은 삼성전자와 자회사인 세메스의 전직 직원들을 통해 몰래 취득한 초임계(액체와 기체를 구분할 수 없는 상태) 세정장비 도면 등 반도체 첨단기술과 영업비밀을 활용해 중국 수출용 장비를 개발한 혐의도 적용받았다.

 

그러나 부사장 1명만 징역 1년을 선고 받았고, 함께 기소된 직원 7명에게는 징역 8개월에서 1년6개월의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이 선고됐다. 

 

아울러 전직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이었던 이 모 씨는 삼성전자에 재직하던 지난해 3∼6월 미국에 있는 회사로 이직하려 'D램 반도체 적층조립기술' 등 국가핵심기술 13건, 'D램 반도체 사업화 전략 자료' 등 영업비밀 100여 건을 개인 이메일로 전송한 혐의를 받지만 불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이씨가 이직에 활용할 목적으로 해당 자료를 빼돌린 사실은 확인했으나 실제 해외 유출까지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일련의 내용들을 종합해볼 때 산업기술 유출 수법이 날로 대담해졌지만 정작 법적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단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안팎에선 기술유출 행위로 인해 자칫 기술 가치 및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직결될 것이라며 좌불안석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7월 말까지 해외유출된 산업기술과 국가핵심기술은 총 14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산업기술이 총 104건, 국가핵심기술은 36건인데 모두 반도체에서 가장 많은 해외유출이 발생했지만 정작 처벌 수위는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한국경제인협회(구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법원 사법연감을 기반으로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리된 제1심 형사공판 사건 81건을 검토한 결과에 따르면, 집행유예 비율이 39.5%에 달했다. 

 

무엇보다 산업기술 유출로 인한 우리나라의 연간 피해 규모만 무려 5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만큼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개선안이 긴요한 가운데 양형 기준 강화가 급선무다.

 

실제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면 국가핵심기술을 해외로 유출한 사람은 3년 이상 징역과 15억원 이하 벌금을 병과하고, 일반 산업기술을 해외 유출한 경우 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의 양형 기준은, 해외로 기술을 유출한 범죄의 형량을 기본 징역 1년에서 3년 6개월, 가중 처벌할 경우 최장 징역 6년으로 정하고 있다. 

 

오늘날 첨단 핵심기술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우리나라를 포함, 주요 국가들은 기술 패권을 주도하기 위해 끊임없는 혁신 기술 개발에 나서며 고군분투 중이다. 

 

엄중한 상황 속에서 기술 유출 행위는 비단 기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 경쟁력을 좀먹을 수 있어 보호망을 촘촘히 다져야 한다. 국가 핵심기술 유출 행위에 적용될 양형 기준 상향을 통한 법적 실효성 제공 등 사법 시스템의 대대적인 개편이 시급한 때다.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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