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장사 대신 집장사... LH, 직접 시행 '산넘어 산'

등록 2025.10.31 08:00:07 수정 2025.10.31 08:19:45
김재두 기자 suptrx@youthdaily.co.kr

직접시행 확대, 분양가 안정 기대 속 역량 우려
인력 위기·재무구조 악화, 사업 확장의 또 다른 복병

 

【 청년일보 】 정부가 9·7부동산 공급대책을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직접시행 방식을 전면 도입하며 공공주도 주택공급 확대에 나섰다.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기존 방식을 중단하고, LH가 택지 조성부터 주택 건설 및 분양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종합 사업 주체' 역할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정부는 LH의 직접 시행으로 2030년까지 수도권에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H 이한준 사장 또한 지난 지난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LH개혁위원회와 중장기적인 재무안정 방안을 긴밀히 협의 중"이라며 "앞으로 직접 시행을 하면 (땅장사)오명에서 벗어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확신 뒤에는 조직 역량, 재무구조 악화, 인력 위기 등 현실의 괴리를 극복해야 할 첩첩산중의 난관이 예상된다.

 

 

◆직접 시행 확대, 분양가 안정 기대 속 역량 우려
LH 직접시행 방식은 분양가 정상화와 공급 안정성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전문가들은 LH가 직접 시행하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고분양가의 부작용을 줄이고, 민간 사업 대비 수익률과 분양가를 낮춰 사업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LH가 민간의 경기순응적 공급 사이클을 보완하고 개발이익을 공공이 환수할 수 있다는 장기적 의미도 크다.

 

그러나 현실적인 우려도 만만치 않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박승국 선임연구위원은 “LH 직접시행은 주택을 싸고 빠르게 공급하는 데 있어서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LH 부채가 작년 기준 약 160조원인 상태에서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사업수행이 어려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라며 “LH 주택사업의 시공사로 참여하게 되는 건설사는 수익이 낮아져 대형 건설사의 참여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민간 건설사의 적극적인 협력이 관건이지만, 낮은 수익률로 인해 협력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인력 위기, 가장 현실적인 걸림돌
LH가 직면한 가장 시급하고 현실적인 문제는 인력 부족이다.

 

LH가 2022년~2025년까지 4년간 증원 요청한 2천271명 중 기획재정부의 승인 인력은 14%(319명)에 불과했다.

 

인력 확충이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LH 조직 개혁에 따른 정원 감축으로 5년간 약 800명이 감소하며 직접시행 업무는 늘어나는데 인력은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적 상황이 현실이 됐다.

 

더 심각한 것은 젊은 인력의 이탈이다.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실이 LH로부터 받은 퇴사자 현황에 따르면, 2024년 전체 퇴사자 약 600명 중 근속 10년 이하 직원이 130명으로 최근 4년 내 최다치를 기록했다.

 

주택사업본부 인력은 2021년 대비 2024년 14.2% 줄어 실무를 담당할 허리층 인력 기반이 흔들리는 위기에 놓였다.

 

LH 이한준 사장 역시 "9·7 대책에서 중요한 착공은 건축직의 역할이 중요한데 LH는 행정, 토목, 건축 중 건축직이 가장 숫자가 적어서 충원이 필요하다"며 "최소 200명 정도는 건축직 충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기획재정부의 증원 승인 확대를 통해 인력을 적기에 충원하고 타 사업부 인력을 주택사업 부서로 전환 배치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AI 등 디지털 시스템을 도입하여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인력 부족을 보완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 중이다.

 

 

◆재무구조 악화, 사업 확장의 또 다른 복병
소위 '땅장사' 모델의 붕괴는 LH의 재무구조를 급격히 악화시키고 있다.

 

LH의 주요 수입원인 토지 판매는 2022년 15조5천억원대에서 2023년 10조4천억원대로 급감했으며, 작년에도 목표 대비 실적이 크게 부진했다.

 

영업이익 또한 2023년엔 전년 대비 98% 가까이 급감한 437억원을, 작년엔 3천404억원을 기록해 수익 모델 붕괴가 현실화됐다.

 

그간 LH는 토지 판매를 통해 얻은 개발 이익을 바탕으로, 수익성이 낮은 공공 임대주택 사업의 손실을 보전하는 '교차보조 시스템'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미 부채가 16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직접시행 확대로 인한 추가 자금 조달 부담은 수익원인 토지 판매가 중단되고 재정 악화가 심화되면서, 이 교차보조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한 미매각 토지 증가, 목표 대비 판매 부진 등 경영 리스크가 심각하게 부각되는 가운데, LH의 만성적인 재정 악화는 직접 시행을 통한 주택 공급의 속도와 규모를 제약하는 핵심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시장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 없이는 대규모 공공 주도 공급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재정 투입 확대와 자금조달 보완이 필수적"이라며 "사업구조를 혁신하고 자금 운용 체계를 개선해 재무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LH 직접시행이 성공적으로 연착륙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과 LH의 조직 혁신, 그리고 민간과의 협력 체계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땅장사에서 집장사로'의 전환이 성공하려면 단계적 접근과 민관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인기지역의 경우 LH에서 택지공급을 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비인기지역에서는 LH가 직접시행하여 주택 공급에 재투자하는 방식을 병행하는 것이 LH가 장기적으로 부채 증가 리스크를 낮추면서 장기간 사업을 진행하는 데 유리해 보인다”라고 조언했다.

 

LH의 재정 부담과 활용 가능 부지가 한정적인 만큼,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에 전략적으로 공급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2030년까지 대규모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인력 부족, 재무구조 악화, 조직 역량 미흡 등 현실적 제약은 첩첩산중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가 줄어드는 점은 확실한 장점"이라며 "다만 LH가 실제로 민원 처리 같은 부분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 있다. 품질 측면에서도 민간과 협업하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라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LH 관계자는 “LH개혁위원회에서 조직 구성 및 인력 수급, 예산에 대한 부분을 논의 후 금년 말까지 발표 예정이다. 세부 사항은 발표 후 협의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직접시행은 도급형 민간참여 사업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자금조달 부담 경감을 위한 금융상품 개발, 적정 사업비 보장 등을 통해 우수한 민간 사업자 참여를 유도하여 국민이 선호하는 고품질 공공주택을 차질없이 공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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