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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단식(斷食)이 가린 인지상정의 본질...표류하는 민주주의

 

【 청년일보 】 수단의 아요드 식량 지원 센터를 향해 가던 소녀는 기력이 다해 주저 앉았다. 그 뒤에서 소녀를 지켜보던 독수리를 촬영한 사진은 1993년 뉴욕타임즈에 실리며 아프리카의 참상을 세계에 알리게 됐다.

 

피할 수 없는 기아(飢餓)는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그리고 동정심에서 비롯되는 논란을 낳기도 하지만 논란이 옳고 그름이란 가치 판단의 본질을 흐리지는 않는다. 상충되는 가치라 하더라도 가치 판단의 기준이 극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자발적인 기아지경(飢餓之境)은 때로 직시해야할 현실을 외면하게 만들기도 한다. 논란의 본질을 흐린다는 의미다.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써의 단식(斷食)이 그렇다.

 

정치적 프레임이 씌어진 단식은 인지상정의 의미에 암묵적 침묵을 강요하기도 한다. 보편적인 도리라는 도덕적 가치가 상충되는 가치의 시비를 가리려는 사고 자체를 막아서며 본질을 흐리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면서 표결에 들어간다.

 

이재명 대표는 "검찰은 수사가 아닌 정치를 하고 있다"며 "가결하면 당 분열, 부결하면 방탄 프레임에 빠트리겠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가결도 부결도 민주주의 방식에 따른 선택의 일환이지만 선택에 이르는 과정도 민주주의 방식을 따랐는가라는 질문에는 의문점이 남는다. 단식 동정론에 따른 부결 여론 고조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 당시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던 결연한 선언 만큼은 국민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다만 정가에서는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 했더니 진짜인 줄 알더라"라는 말까지 회자 될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 아닌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21년 12월 8일 당시 이양수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의 과거 발언들을 꼬집으며 "문재인 존중한다 했더니 진짜 존중하는 줄 알더라. 특검하자 했더니 진짜 특검하는 줄 알더라"고 언급 한 바 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21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전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에게 "당 혁신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이 대표와 제가 함께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오늘 체포동의안은 부결에 투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정심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숙연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지만,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사법적 사안의 처리에 있어 인지상정은 본질을 가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적확한 판단을 통해 정의가 지켜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의의 여신상이 눈을 가리고 있는 이유는 외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평무사(公平無私)의 평정심(平靜心)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국회법에 따른 법무장관의 체포동의안 설명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본회의장의 고성이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민주주의의 표류로 비춰지지 않기 바란다.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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