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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 영속성 저해"...국내 기업들, 상속세율 '골머리'

한국 상속세율, OECD 최고 수준 달해…일부 국가 '상속세 폐지'도
과도한 稅 부담에 가업 승계 포기 빈번…'쓰리세븐' 지분 전량 매각

 

【 청년일보 】 우리나라의 상속세율 부담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비 최상위권에 속하는 가운데, 최근 재계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부의 대물림'을 방지한다는 명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상속세율이 되레 기업 경영을 옥죄는 건 물론 자칫 사업의 영속성을 저해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다.

 

31일 한국무역협회(이하 무협) 및 재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 명목세율은 50%로 OECD 국가 중 일본(55%)에 이은 2위에 속한다. 여기에 대기업 최대 주주 할증과세까지 적용하면 최고세율은 60% 수준에 달한다. 

 

OECD 주요국 현황을 살펴보면 포르투갈·슬로바키아(2004년)를 기점으로 해서 스웨덴(2005년), 러시아(2006년), 오스트리아(2008년), 체코(2014년) 등이 상속세를 전면 폐지한 바 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 같은 경우 과도한 상속세 부담에 따라 과거 가업승계를 포기하는 사례도 잇따라 발생하면서 기업의 영속성 및 기업가 정신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1952년 설립된 손톱깎이 세계 1위 업체였던 '쓰리세븐'은 2008년 창업주 김형규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로 인해 발생한 상속세금 150억원을 마련하고자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결국 '쓰리세븐'은 적자기업으로 전락하는 처지에 빠지고 말았다.

 

콘돔 생산업체 1위였던 '유니더스' 역시 마찬가지다. 1973년 창업한 유니더스는 지난 2015년 창업주였던 김덕성 회장이 타계하면서 아들인 김성훈 대표가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당시 김상훈 대표가 납부해야 할 상속세가 약 50억원 가량이었으며 이러한 부담으로 2017년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겨야만 했다.

 

이밖에 1978년 설립된 밀폐용기 제조업체인 '락앤락'도 상속세 부담을 이기지 못해 2017년 말 홍콩계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각에선 세계 최고수준에 달하는 상속세로 기업 경영권 및 근간이 흔들리는 건 물론, 최악의 경우에는 기업을 매각하거나 국외 이전을 하는 경우에는 국부 유출과 경제성장 잠재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아울러 높은 상속세율이 수출증대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앞서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 28일 발간한 '수출 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한 제언' 보고서를 통해 "기업의 영속성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국내의 가업승계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4곳(42.2%)은 상속세 부담 등으로 가업승계 대신 폐업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 기업은 원만한 가업승계가 ▲해외시장 진출(57.3%) ▲기술개발 및 투자(43.2%) ▲기업가 정신(37.8%) ▲고용 확대(35.0%) 등에 기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무협은 원활한 가업승계와 수출 장수기업을 늘리기 위해 상속세율 인하, 상속인 범위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OECD 회원국 중 상속세를 부과하는 국가들의 평균 수준(26.5%)으로 상속세율을 인하하고, 상속인 요건을 기존 자녀·배우자·부모·형제 등에서 손자·손녀·전문 경영인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전문가들도 OECD 최고 수준의 국내 상속세율이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과 연속성을 저해해 자칫 투자와 고용을 정체시킬 우려가 있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인하하는 것이 현 정부의 시급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 사회엔 가업승계가 부의 대물림이란 인식이 깔려있는데, 가업은 가문 특유의 기술과 경영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상속세율, 천문학적 규모의 상속세가 결국 국가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지름길"이라면서 "일본이나 미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엔 100년 이상 이어가는 장수기업이 있는데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속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만큼 정부와 국회가 조속히 제도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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