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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욕심·무지·방관'이 부른 참사...반복되는 금융 '人災'

 

【 청년일보 】 키코, 사모펀드 사태 등에 이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까지 몇 년을 주기로 금융 악재가 되풀이되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손실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금융사와 금융당국은 저마다 다양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금융사는 내부통제 강화할 방안을 내놓았고, 금융당국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책을 모색해 왔다.

 

일례로 지난 2019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는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이 제정되는 계기가 됐다. 당시 금융당국은 금소법 시행으로 그간 관행처럼 이어오던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행태를 뿌리뽑겠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금소법은 이번 홍콩 ELS 사태의 방패막이가 되어주지 못한 모습이다.

 

수수료 성과에 눈이 먼 은행들은 지난 2021년 이후 홍콩H지수의 폭락을 예측하지 못하고 이를 추종하는 ELS 상품을 16조원 어치나 판매했다.

 

3년 만기에 따라 은행권의 홍콩 ELS 상품 판매잔액은 올 상반기에만 10조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홍콩 H지수의 변동이 없다는 가정하에 손실액은 무려 4~5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특히 8조원이 넘는 ELS 상품을 판매한 KB국민은행의 경우 DLF 사태 당시 손실이 없었던 만큼 이번에 타행에 비해 손실액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판매액이 400억원 수준으로 저조했던 우리은행은 DLF 사태로 파생상품 한도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피해갈 수 있었다. 사실상 은행들이 번갈아가며 대규모 손실사태를 일으킨 셈이다.

 

이는 은행의 성과체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른바 영업실적을 성과평가지표(KPI) 총점에 높게 반영함으로써 직원들의 상품 판매를 부추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역시 모든 책임을 은행으로 돌리고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책임을 피해갈 순 없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사에 대한 감독·감시 권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커질 때까지 이를 방관했기 때문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금감원은 지난달 11일 홍콩 ELS 손실에 대한 자율배상 기준안을 내놨다. 이는 1월 ELS 판매 금융사에 대한 현장검사에 돌입한 지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 같은 자율배상 책임을 은행에 떠넘겨버림으로써 투자자들의 시선을 은행으로 돌렸다. 이와 함께 감독당국의 감시 소홀이라는 책임도 희석되어 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욱이 금융당국이 내놓은 이번 자율배상 기준에 대해 투자자와 은행 어느 쪽도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은행을 상대로 원금 전액배상을 외치고 있으며, 은행은 당국의 자율배상 압박에 사실상 백기를 든 모습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 내부에선 총선을 앞둔 당국의 '관치'라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의 책임은 없을까? 그렇지 않다. 기본적으로 투자는 자신의 책임 하에 리스크를 떠안고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는 자신의 서명으로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은행을 믿었다'라는 말로 모든 책임을 금융사에 돌리기엔 한계가 있다.

 

특히 금융투자상품의 경우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로 설계된 상품이 많은 만큼, 반드시 그 만큼의 금융지식이 동반될 필요가 있다. 당초에 '단순 예금과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수익률의 뒤에 숨은 손실에 대한 리스크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을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홍콩 ELS 은행의 욕심, 금융당국의 방관, 그리고 투자자들의 무지가 불러온 금융 인재다. 그리고 이 같은 참사의 반복은 선진 금융의 갈림길에 서 있는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성장을 저해하는 악재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최근 'K금융'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한국의 금융은 선진국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외적 성장만큼, 그 뒷면에 존재하는 내적 성장 역시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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