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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ㆍ전자ㆍ정유업계 등 전방위 포진"…전임 금융위원장들 모시는 대기업들

신제윤ㆍ고승범 전 금융위원장, 각각 삼성전자와 에쓰오일 사외이사로 선임
작년 3월 CJ와 삼성전기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잇단 영입...사외이사 '겸직'
김석동 전 위원장도 한진칼 이사회 의장에 SK텔레콤 사외이사로 겸직활동
업계 일각 "퇴임 후 대부분 대형로펌 고문行"...대기업 사외이사로 '겸직' 수순
법조계 일각 "정책 및 제도 추진 대응"..."기재부 출신간 네트워크 활용 기대"
금융위원장들 대기업 사외이사 영입에..."로비 활용 vs 전문성 인정" 해석차

 

【 청년일보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텔레콤, CJ, 에쓰오일 등 업종을 막론하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금융위원장 출신 인사들을 이사회의 멤버(사외이사)로 잇따라 영입하고 있어 새삼 주목된다.

 

전직 금융위원장 출신들의 영입 배경을 두고 경제 및 금융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이사회 및 경영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란 취지다. 반면 일각에서는 관(官)을 중심으로, 특히 모피아(?)들간 막강한 네트워크를 활용한 적극적인 로비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모피아(MOFIA)란, 이전 재무부(현 기획재정부)의 영문 약자인 '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로, 기획재정부 출신들의 막강한 파워와 연대감을 빗대어 일컫는 말이다.

 

22일 금융당국 및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국내 대표적인 정유업체 중 하나인 에쓰오일은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을 신규 사외이사(감사위원)로 영입했다.

 

고 전 위원장은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에 입문, 재무부(현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금융위원회 감독정책 및 혁신과장, 금융서비스 정책국장, 상임위원을 거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거쳐 지난 2021년 8월 금융위원장에 임명됐다.

 

문재인 정부 막판에 임명돼 약 1년 2개월간을 금융위원장직을 수행하다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2022년 7월 현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자리를 내주고 퇴임했다. 

 

고 전 위원장은 퇴임한 후 공직자윤리법상 재취업기간 제한에 걸쳐 자본시장연구원의 초빙 연구위원으로 이동한 후 이렇다할 자리를 맡지 못해오다가 지난 3월 비금융권 대기업인 에쓰오일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금융위원장직에서 물러난지 약 1년 반만이다.

 

에쓰오일측은 고 사외이사 영입에 대해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 및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면서 경제 및 금융 전반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의 운영 및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도 지난달 20일 주주총회를 열고 금융위원장을 지낸 신제윤 현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신 고문은 지난 2017년부터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의 지주사인 HDC 사외이사도 겸직하고 있으며, 지난달 삼성전자로 이동하기 위해 기존에 맡아왔던 롯데손해보험의 이사회 의장을 사임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현재 대형 로펌인 화우에서 고문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 3월 삼성전기와 CJ의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역시 법무법인 지평 고문을 맡고 있는 한편 지난 2020년부터 한진칼의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2022년에는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의 사외이사를 맡아 활동하고 있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 역시 자동차생산업체인 KG모빌리티(구 쌍용자동차)의 계열사인 KG모빌리언스와 건설산업의 한 분야인 건설사업관리(CM)가 주요 사업인 한미글로벌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아울러 금융위원장 출신인 현 우리금융지주의 임종룡 회장 역시 회장 선임 직전까지 법무법인 율촌에서 고문을 맡았고, CJ대한통운 등 국내 대기업의 사외이사를 맡은 바 있다.

 

또한 금융감독원과 금융감독위원회 통합 1대 금융위원장을 지낸 진동수 전 위원장 역시 퇴임 후 법무법인 김앤장의 고문으로 영입돼 활동 중으로, 현대로템 등 산업계 굴직한 대기업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금융위원장은 퇴임 후 공직자재취업 제한 요건에 모두 해당됨에 따라 금융기관은 물론 향후 3년간 재취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에 그나마 요건이 용이한 국내 대형 로펌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로펌에서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금융 및 경제 분야의 제도와 정책 대응에  대한 자문역할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현행법상 상장사는 2곳 이상 사외이사직을 맡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대부분이 두개 상장사의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행 상법 및 동법 시행령에서는 상장회사 사외이사의 업무집중도 제고와 이해충돌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상장여부를 가리지 않고 겸직한도(2개 회사만 가능)를 제한하고 있다.

 

금융위 출신의 법조계 한 관계자는 "전직 금융위원장이나 금감원장 등 기관장 출신들의 경우 공직자재취업 제한 범위가 넓어 그나마 유연한 대형 로펌의 고문직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면서 "금융권내 재취업이 어렵다보니 유관기관 자문이나 대기업 사외이사로 이동, 경제 정책 등에 자문 및 조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대기업들이 이들 금융위원장 출신들 영입에 경제 및 금융 정책에 대한 지식과 경험 등 전문성을 내세우고 있으나 결국 신규 사업 및 정책 추진 등에 모피아간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고 볼수 없을 것"이라며 "특히 전 권역에 걸친 정부 보조금부터 예산지원 , 신규사업 및 정책추진 그리고 정부 정책의 방패막 등 전 부문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기재부를 관리하기 위한 로비 목적이 크다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2020년 개정된 상법 시행령에 따라 기업의 사외이사 임기가 최대 6년으로 제한된 바 있다"면서 "이에 사외이사 교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신망 있는 인사들을 구하기가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라며 "이에 업종과 권역을 떠나 전문성과 명망이 있는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적극 영입하려는 분위기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두환 / 신현숙 / 이창현 / 신정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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