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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지구를 되살릴 수 있다는 희망

 

【 청년일보 】급작스레 드리운 먹구름은 반 시간 남짓 장대 같은 비를 퍼붓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종적을 감추기를 여름 내내 반복했다.

 

오랜 시간 동안 우리나라의 장마는 6월 말에서 7월 초까지 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오르내리며 전국에 꾸준히 비를 뿌리는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기후변화로 장마의 모습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2021년의 여름을 기억하기 위해 가장 좋은 단어로 '집중 호우'보다 나은 것을 고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올해 한국의 여름을 살아낸 많은 이들은 이제 집중 호우를 하나의 '기후 패턴'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우산은 비 예보가 없는 날에도 반드시 챙겨야 하는 외출 필수품이 되기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름의 풍경이 변화하게 된 배경에는 기후변화가 서 있다. 집중호우가 발생하는 것은 대기가 불안정한 탓인데, 기후변화로 인해 과거보다 뜨거워지고 습해진 공기는 폭우 구름을 쉽게 발달시킬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공기의 뜨겁고 습한 성질은 높아진 온실가스의 농도에 영향을 받는다. 바로 이 온실가스가 온실효과를 일으켜 지표면에 도달한 태양열이 우주로 충분히 반사되지 못하고 대기가 더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이상기후 현상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8월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410ppm)가 2백만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한다.

 

또한, 같은 보고서에서 IPCC는 “감축이 빠르게 이뤄져도 2050년이 오기 전 북극빙하가 9월 중 한 번 이상 거의 녹아 없어지는 일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이런 암울한 소식은 점차 우리로 하여금 기후변화를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흐름으로 바라보게 만들며, '적응'해야 할 어떤 것으로 여기게 한다.

 

많은 이들은 이러한 위기를 인간 스스로 초래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기에 좋은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주장하는 이들에 따르면, 변화만이 지금-여기에 실재하는 것이며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력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나'의 생존을 꾀하는 것뿐이다. 


이러한 태도는 생각보다 주변에서 빈번하게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기후변화'라는 말을 들었을 때 북극곰 이미지를 떠올리며 “인간이 미안해”, 따위의 말을 중얼대어 보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직감은 하지만, 잘못된 그 무엇이 정확히 질문하지 않으려는 태도. 이러한 태도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의 체념과 개선 의지의 부재에서 비롯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를 만드는 시도에 대한 체념만이 기후위기 시대를 대처하는 유일한 해법인가에 대해 우리는 줄기차게 질문할 필요가 있다. 나 하나 달라진다고 해서 세상은 충분히 정의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기에,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나은 것일까? 


사실, 이 질문에 명확하게 “아니”라고 확언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인간에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은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장처럼 개인이 아무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 노력한다고 해도, 이미 견고하게 자리 잡은 탄소 사회의 산업 구조를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우리는 힘껏 던지는 돌이 구조라는 바다에 작은 파문조차 일으킬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을 느낀다. 


그러나 하나의 파문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최초의 입자가 진동하며 또 다른 입자들을 자극하고, 그 작은 입자들이 공명하여 새로운 파문을 만들었을 때만이 마침내 물결을 이룰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모든 입자의 진동이 물결을 일으키는 데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기억해야 할 사실은, 그 누구도 최초의 파문이 물결로 진화하지 못하리라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기억할 때 불확실성은 우리에게 포기해야 할 이유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꿈꾸어야 할 이유가 된다.  


불확실성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향하는 용기를 일컬어, 철학자 아도르노는 일찍이 “바다에 띄우는 편지”라는 은유를 사용한 적이 있다.

 

유리병에 담아 바다에 던진 편지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충고가 적혀 있다. 그 편지는 어쩌면 거센 파도에 삼켜져 끝내 그 누구에게도 닿을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편지는 동시에 배를 타고 항해하던 선원에게 발견되어 혁명의 씨앗이 될지도 모르는 일인 것이다. 


이제, 그 모든 근심과 막연함과 두려움을 안고 불확실성 속으로 과감히 유리병을 던지는 행위를 우리는 '희망'이라 하자. 모든 희망이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희망을 던진 자만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 왔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앞서 소개한 IPCC 6차 보고서에는 이런 조항도 나온다. “파리협약 1.5도 목표를 달성하면, 바다와 육지에서 일어나는 해수면 상승이나 극단적인 기상 현상, 생존 조건 악화 등의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심각한 기상이변이 촉발되는 임계점 도달 위험도 낮추게 될 것이다.” 


어떤 조항에 주목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는 명백하다. 당신은 유리병을 던지는 편에 설 준비가 되었는가. 

 

 

【 청년서포터즈 5기 조민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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