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많은 영역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메타버스'를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사회적 이슈라는 이유를 내세워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진행한 정책이나 사례 등을 토대로 실제 산업의 올바른 발전 방향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콘텐츠미래융합포럼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11차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메타버스 산업 전략의 방향성을 모색하고 차기 정부에서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할 지에 대해 토론하는 장으로 마련됐다.
현장에서 위정현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의장(중앙대학교 교수)은 '메타버스, 환상인가, 미래인가?'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메타버스가 크게 떠오른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외부 활동의 제약 덕분이다. 직접적인 촉발제는 '어몽어스'라는 게임이다. 어몽어스는 무리 속에 숨어든 마피아를 찾는 '마피아 게임'의 방식을 채택한 게임으로, 1년 이상 지속된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답답함을 느끼던 시점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후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BM)을 제시한 게임 '로블록스'와 SNS의 성격을 띤 '제페토' 등이 성공하면서 메타버스 붐이 빠르게 확산됐다.
한동안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실감 기술의 산업적 성장이 진척되지 않고 있었으나 이들의 성공으로 메타버스가 이를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위 의장은 현재 메타버스에 대한 열기가 과열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터넷, 스마트폰에 이어 메타버스가 정보화 혁명을 이끌 것이란 말까지 나온다. 이로 인해 메타버스는 냉정하게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추종해야 하는 대상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주가 폭등·예산 확보·언론의 신규 사업 진출… 메타버스 버블의 원인
메타버스 자체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창조한 것도, 새로운 BM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메타버스는 VR과 AR, 홀로그램, SNS 등 기존의 기술을 그대로 사용했으며 BM도 일반 게임에서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과 동일하다. 오히려 향후 BM을 찾아야 하는 상태라고 위 의장은 설명했다.
메타버스에 대한 강박관념과 조급증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주가 폭등'이다. '메타버스ETF'와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메타버스 관련 단어가 들어가면 주가가 폭등한다. 실제로 엔씨소프트의 경우 올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으나, NFT 게임을 개발한다는 발표 하나로 상한가를 찍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메타버스 구축 경쟁과 예산 획득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부 정부 부처는 메타버스를 화두로 기획재정부를 압박, 예산 대폭 증액에 성공했다. 하지만, 관련 이슈가 사라지면 그대로 외면받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위 의장은 "메타버스 관련 콘텐츠를 구축한 후에는 그대로 버려지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과거 정부가 제페토 내에 '청년창업센터'를 구축했지만, 현재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 최근 4일에 걸쳐 방문했으나 한 명도 만날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메타버스를 키워드로 한 사업에 일부 언론사가 진입하는 것도 문제다. 즉, ▲주가 폭등 ▲정부 부처의 예산 확보 ▲언론의 신규 사업 진출 등 3자의 이해관계 일치가 메타버스 버블을 만들었다고 위 의장은 지적했다.
◆ 메타버스에서 관련 모듈 '해방' 필요… 새로운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해야
위 의장은 과거 메타버스와 관련된 실패를 토대로 무엇을 배웠는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메타버스의 비즈니스적 본질은 변화했는지 ▲메타버스의 기술적 진화가 과거 VR, AR, XR 등과 다른지 ▲메타버스 기업 예산이 좀비기업의 생존처가 된 것은 아닌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위 의장은 "내년 메타버스 예산 관련 사업 꼭지를 체크하면서 깜짝 놀랐다. 특히, '메타버스 애니메이션'이란 단어에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메타버스와 애니메이션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예산 확보를 위해 전혀 연관이 없는 개념이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메타버스 게임'이란 단어는 더더욱 충격이었다고 위 의장은 말했다. 게임이란 큰 카테고리 안에 메타버스가 들어가거나, 메타버스의 중요한 파트에 게임이 들어가는 등 게임과 메타버스는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는데 굳이 분리하려는 것 자체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위 의장은 "분리할 수 없는 것을 하려는 것 자체가 게임 관련 규제를 피하려는 것 아닌가 의심이 간다. 만약 메타버스에 NFT를 적용해 실제 환전이 이뤄지기 시작하면 웹보드 게임과 소셜 카지노의 합법적 진입이 가능하게 된다"며 "이는 제2의 바다이야기 사태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굳이 메타버스에만 매달리지 않아도 관련 산업에는 엄청난 가능성이 존재한다. 위 의장은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로 '디지털 휴먼'을 소개했다. 미국 스타트업 브러드에서 지난 2016년에 제작한 가상 아이돌 '릴 미켈라'는 연 매출 140억 원, 팔로워 300만 명이란 기록을 남겼다. 일본의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도 성공사례 중 하나다.
위 의장은 가상 아이돌, 가상화폐, AI, 빅데이터, NFT, 핀테크 등 메타버스라는 애매한 카테고리 내에 묶인 모듈을 해방해 각각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2D 메타버스 '게더타운'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3D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2D에 대한 연구와 새로운 BM에 대한 모색, VR·AR·MR·XR·홀로그램 등 메타버스를 구성하는 기술의 진화도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게임 기반의 메타버스 모델 진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위 의장은 "메타버스를 구성하는 모듈이 자유롭게 이합집산을 하도록 유도해야 산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이러한 환경을 토대로 새로운 메타버스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박준영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