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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처법 갈등 격화(中)] 경영계, 중처법 확대 시행에 '울상'..."준비 미흡, 유예 촉구"

중처법 시행에 '안전 최우선' 외치는 대기업 늘어
50인 미만 확대 적용엔 "대비 부족해…유예 요청"
경제 6단체 "이번에 유예해주면 다시 요청 안해"
학계 "법 개정 필요", 정치권 확대 시행 첨예 대립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기까지 불과 1주일도 채 안남으면서 거대 양당, 경영계와 노동계 간 미묘한 전운(戰雲)이 감지되고 있다. 정부·여당과 경영계는 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준비가 부족한 중소기업들에 처벌이 집중될 우려가 있다며 2년간 유예해 달라고 촉구한다. 반면 거대 야당인 민주당과 노동계는 중소기업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 이미 충분히 유예됐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서로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러한 갈등을 촉발하게 한 중대재해처벌법 도입배경과 경영계와 노동계 간 입장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오는 27일 확대 적용 코앞…시작부터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

(中) 경영계, 중처법 확대 시행에 '울상'..."준비 미흡, 유예 촉구"

(下) 중처법 적용 확대 '목전'…노동계, 추가 유예시 법 취지 "퇴색"

 

【 청년일보 】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 시행 2년차를 맞아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요 기업 CEO들의 새해 첫 일성인 신년사에서도 '안전 최우선', '중대재해 제로', '생명존중'과 같은 표현이 빈번히 등장한다. 그만큼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대기업들은 안전 관련 예산을 늘리고 책임자를 임명하며 혹시나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이같은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경영계는 오는 27일 시행 예정인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적용엔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은다. 중처법 확대시행 대상인 중소기업들은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금리 등의 여파로 영세업체들이 중처법에 대응할 여력이 없다고 토로한다.


◆ 기업들 중처법 대응수준↑…산업재해 발생 증가에 실효성 지적도


중처법 시행 1년차를 맞이한 지난해 2월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중처법 대응 웨비나에 참여한 29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이들 기업은 중처법 시행초기보다 산업안전 역량을 갖춘 기업이 늘어났고 법규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처법 시행 100일차에 실시한 기업실태 조사에서 안전보건업무 담당부서를 설치한 기업은 45.2%였으나 1년차 조사에서는 75.5%로 크게 늘었고, 안전전담 인력을 둔 기업도 31.6%에서 66.9%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법에 대한 기업들의 이해수준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처법 내용을 이해하고 대응이 가능하다고 응답한 기업은 61.3%로 100일차 실태조사의 30.7%보다 두배 가량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어 중처법 적용사례가 쌓이면서 이에 대한 분석과 대응방안도 속속 마련되고 있다.


대한상의는 '중처법 주요 기소·선고사례 분석 및 대응방안 연구'를 통해 중처법 시행 후 '위험성평가(법 시행령 제4조제3호)'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경우 중대재해가 발생시 법 위반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고용노동부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34건의 사건 중 28건(82.4%)이 위험성평가 위반에 해당했다.


'위험성평가'는 기업이 스스로 사업장의 유해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그로 인한 부상 또는 질병의 발생가능성(빈도)과 중대성(강도)를 추정·결정해 감소대책을 수립해 시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이외 대한상의는 주요 위반조항으로 제5호(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평가) 위반이 20건(58.8%), 제8호(비상대응매뉴얼 마련 및 점검) 17건(50.0%), 제4호(안전보건 예산편성) 15건(44.1%) 순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같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위험성평가에 대비해 법 시행 1년차 조사에서 이미 대다수의 기업(92.1%)이 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업들의 대응과는 별개로 중처법 시행 이후 산업재해 발생과 사망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근로자의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제정된 중처법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재해 재해자 수는 지난 2021년 12만2천713명에서 2022년 13만348명으로 2022년 1월 중처법 시행 이후 오히려 약 7천6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재해로 사망한 사람도 지난 2021년 2천80명에서 2022년 2천223명으로 143명 늘었다. 산업재해는 사고와 질병으로 구분되는데 중처법이 시행된 뒤 사고와 질병 모두 많아진 것이다. 


이러한 수치를 바탕으로 홍 의원은 "무조건 처벌만 강화하면 산업재해가 감소할 것이라는 단편적 생각으로 중처법을 성급하게 제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하면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깊이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종합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중처법 확대시행 앞둔 경영계 "안타깝고 참담"…영세업체 대부분 "법 준수 어렵다"


50민 미만 사업장 대상 중처법 적용을 앞둔 경영계는 그간 유예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요구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법 적용이 목전으로 다가온 올해 초 경제 6단체(한국경제인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대응수위를 높이고 있는 모양새다.


경영계는 성명을 통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유예 논의가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는 현실에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을 표한다"며 "이대로 법을 시행한다면 준비가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처벌이 집중되면서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입법취지보다 폐업과 근로자 실직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우려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나아가 경영계는 "본 성명문을 통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유예기간 2년 연장 후에는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정부 대책이 실효성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영계의 이같은 요구는 법 시행에 무방비로 노출된 대상 업체들의 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지난해 11월 14일부터 22일까지 7일간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기업 1천53곳을 대상으로 중처법 이행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94%는 아직 법 적용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적용 시한까지 의무준수가 어렵다고 답한 기업의 비율도 87%에 달했다.


먼저 응답기업 45%는 중처법이 배치를 규정한 안전보건 담당자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안전보건 담당자가 있다고 한 기업의 57%도 사업주 또는 현장소장이 업무를 수행 중이었다.


아울러 응답기업 82%는 고용노동부 등 정부로부터 컨설팅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소규모 기업은 인건비 부담과 인력난으로 안전보건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정부로부터 도움조차 받을 수 없었다고 경총은 설명했다.


법 준수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는 '전문인력이 없어서'(41%), '의무내용이 너무 많아서'(23%)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준비가 어려운 법 이행항목은 '안전보건관리 책임자 등에 대한 업무수행 평가기준 마련'(29%), '위험 요인 확인 및 개선절차 마련'(27%) 등이 꼽혔다.


중처법 이행과 관련해 가장 지원이 필요한 사항으로는 '현장 특성에 적합한 매뉴얼·가이드 보급'(33%), '전문인력 지원'(32%) 등을 꼽았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소규모 기업의 준비 실태를 고려했을 때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추가 유예가 불가피하다"며 "정부는 의무내용과 처벌수준을 합리화하는 중처법 개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학계 일각 "법 개정 필요"…정치권 "중소기업 여건 감안 vs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계획 먼저"


정부와 학계 일각에서도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적용을 유예하거나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중기중앙회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이근우 가천대 교수는 "중대재해 방지를 위해 실질적 노력을 한 사업주나 기업의 경우, 가중된 형벌을 감경하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 중대산업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처벌하고, 그중 상습·반복적이거나 사망자가 많은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가중 처벌하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아울러 정부도 중처법 적용유예 법안을 처리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근로자 안전이 중요함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하지만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중소기업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할 때 시간을 더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이같은 요청에 "산업안전보건청 연내 설치와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오면 이 법을 유예할지 말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최철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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