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말레이시아 셈포르나 투어에 참여한 정모씨는 넓고 광활한 바다에 눈을 뗄 수 없었다. 하지만바다 속에서 이상한 변화를 발견했다. 평소 아름답게 빛나던 각양각색한 산호초들이 모두 하얗게 변해 있었던 것이다. 이는 바로 '백화현상(바다사막화)'으로 알려진 현상이었다.

최근 휴양지로 떠나는 해외 여행객들이 증가하면서 산호초의 보전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산호는 군체동물이며, 이러한 군체가 모여 산호초를 형성한다. 산호초는 산호충의 분비물이나 유해인 탄산칼슘이 퇴적되어 만들어진 암초를 말한다.

주로 따뜻한 해양 환경에서 발견되는 산호초는 수많은 해양 생물의 중요한 서식지로서의 역할을 하며, 해양 생태계의 다양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특히, 산호초는 폭풍이나 해일을 막는 장벽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바닷속 정화에 기여하며,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산소를 만드는 등 기후 안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최근 지구 온난화와 해양 오염으로 인해 산호초가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바다사막화)'이 증가하면서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백화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자외선 차단제'가 지목되고 있다. 자외선 차단제 내의 화학성분이 산호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외선 차단제는 통상 물리적 차단제와 화학적 차단제로 나뉘는데 그 중에서도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는 화학적 차단제의 주요 성분으로 사용된다. 화학적 차단제는 자외선을 흡수해 열로 변환하고 발산하는 원리를 적용하는데, 물리적 차단제 보다 백탁현상이 상대적으로 적어 소비자들에 더욱 선호된다.

하지만 이러한 성분들이 산호초의 대사과정에서 독성 감광제로 변환돼 산호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스탠퍼드대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 2022년 5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를 통해 발표된 스탠퍼드대학 연구에 따르면, 옥시벤존이 햇빛을 받았을 때 사람 피부는 보호하는 반면 말미잘과 산호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이는 원인을 조사한 결과 옥시벤존이 말미잘과 산호의 대사과정에서 포도당이 첨가되며 독성 감광제로 전환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평소에는 산호에 공생하는 미생물들이 독성 감광제를 품어 산호를 보호했으나 바닷물이 따뜻해지는 등 환경변화로 인해 산호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미생물들을 몰아내 독성 감광제가 직접적으로 산호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21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해양 국립공원 내에서 산호초를 파괴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4가지 화학물질이 함유된 선크림 사용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규정에 따르면, 해당 화학물질이 포함된 선크림을 사용하는 관광객 등에게 최고 10만밧(약 330만원)의 벌금이 부과할 방침이다. 이와 유사하게, 태평양 섬나라 팔라우와 미국 하와이주에서도 선크림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가 시행됐다.

이러자 국내 화장품업계에서도 해양 생태계를 해치는 유해성분(옥시벤존, 옥티녹세이트)이 없는 친환경 자외선 차단제를 선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프리메라의 선크림 '스킨릴리프 UV 프로텍터 EX', 라운드랩 자작나무 수분 선크림, 닥터지 그린마일드 선크림,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 아로마티카의 선크림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옥시벤존과 같은 화학성분이 산호에 미치는 영향은 대부분 돌산호의 골격형성을 방해하거나, 골격을 약하게 만들고, 생식세포, 유생 등의 이상 발생을 초래한다고 알려져 있다"며 "여러 해양생물을 위해서 옥시벤존 등 화학물질을 최소화한 선크림 사용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권하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