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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OCI그룹 통합 무산에...고세율 상속세 논란 '재조명'

OCI그룹과 통합 신속 추진 배경 상속세 문제도 영향
기업에 최대주주 할증과세 적용 실제 상속세율 60%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기술개발(R&D) 발목 우려
삼성·효성그룹 등 오너가, 상속세 재원 마련에 고심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 및 상속세율 인하 필요"

 

【 청년일보 】 임종윤 전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의 한미약품그룹 경영복귀가 주주총회를 통해 확정됐다. OCI그룹과 통합을 두고 불거진 오너가의 분쟁이 일단락 됐지만, 내부 갈등 봉합과 함께 상속세 이슈 등이 과제로 남았다는 평가다. 아울러 상속세 고세율에 따른 창업과 기업 영속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일 제약바이오업계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주주총회에서 '한미-OCI그룹 통합'을 추진한 모녀(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와 통합에 반대한 장·차남(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전 사장)의 '신규 이사 선임 주주제안' 표대결에서 장·차남의 '신규 이사 5명 선임 주주제안'이 의결됐다.

 

장남과 차남인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전 사장이 제안한 임종윤·임종훈 사내이사, 권규찬·배보경 기타비상무이사, 사봉관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되면서 장·차남은 한미약품그룹 경영에 복귀했다.

 

한미약품그룹은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한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및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 모녀와 이를 반대하는 형제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전 사장이 대립해 왔다.

 

모녀측이 확보한 총 지분은 42.66%, 장·차남측 지분은 40.57%로 2.09%포인트 차이의 박빙의 차를 보이면서 소액주주들의 지분 16.77% 향방에 이목이 집중된 표대결에서 소액주주들이 형제측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녀 측인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을 포함한 이사 6명은 한미사이언스 이사로 선임되지 못하면서 사실상 통합이 무산됐다. 

 

이번 주총으로 임종윤·종훈 형제측이 이사회 주도권을 쥐면서 한미사이언스의 새 대표이사 선임 등을 통한 경영 전반의 변화도 관측된다. 형제측이 경영 복귀에 성공하면서 조직 개편과 인사 등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할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형제 측은 1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통한 바이오 위약품 수탁 개발사업 추진과 함께 5년 이내 순이익 1조원 달성 목표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아울러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가족 간 갈등 봉합 문제에도 이목이 모인다. 지난달 28일 주총장에서 형제 측은 기자들에게 "어머니와 여동생은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이 실망할 수도 있지만 같이 가기를 원한다"며 화해의 제스처를 보였다. 

 

무엇보다 OCI와의 통합 추진의 배경인 오너 일가의 상속세 문제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형제측은 상속세 재원과 미래비전 실천을 위한 투자 유치의 구체적 계획 등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고(故) 임성기 명예회장이 타계하면서 유족들에게 부과된 상속세는 총 5천400억원 규모다. 오너 일가는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5년간 6차례에 걸쳐 분할 납부 중이며, 납세 의무를 다수 상속자가 함께 납부하는 연대납부를 하고 있다. 

 

오너 일가는 지금까지 지분을 처분하거나 금융권 차입을 통해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3월 말로 예정된 세금 납부일정을 4월로 미루며, OCI그룹과의 통합을 신속히 추진한 배경도 상속세 문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유상증자와 구주 매각 및 현물출자를 포함한 패키지 딜을 통해 송 회장측은 2천775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었지만 통합 무산으로 실행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상속세 납부가 지연될 경우 세무당국에 담보 설정된 주식에 대한 반대매매로 매각이 진행된다.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시장에 대규모 물량이 출회할 경우 오버행 이슈에 따른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결국 피해는 소액주주들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담보 대출을 받는 경우도 의결권 인정으로 경영권 행사에 지장없는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하지만 주식가격이 담보권 설정 이하로 하락할 경우 증권사의 반대매매에 따른 주가 하락은 곧바로 소액주주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상속세 이슈로 R&D 투자 등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한미약품은 상속세로 인한 경영권 갈등이 불거지기 전까지 앞선 기술력을 통해 지난 2015년 글로벌 제약 업체 사노피와 5조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외 그 해에만 일라이릴리, 얀센, 베링거인겔하임 등 글로벌 제약 업체와 6건의 기술이전 계약도 맺었다.

 

다만 창업주 사후 상속세 문제가 주요 사안으로 불거지면서 신약 개발 등 회사 경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지적은 비단 한미오너가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삼성 오너가의 경우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에게 물려받은 유산 26조원에 대한 상속세는 12조원 이상이다. 이 선대회장의 보유 주식과 서울 용산구 자택, 경기 용인 에버랜드 부지 등 부동산과 미술품 등을 더해 이 선대회장이 남긴 유산은 총 26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 선대회장 보유 주식은 삼성전자 주식 4.18%(약 15조5천억원) 외에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8%, 삼성 SDS 0.01% 등 19조원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상속세액은 11조400억원 가량으로 이는 상속세 최소세율 50%에 대기업 최대 주주 할증률을 가산해 60% 세율을 적용한 금액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삼성전자 주식 524만7140주를 처분키로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사실상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한 주식담보 대출과 이에 따른 대출금 상환이 목적이란 해석이 나온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도 상속세 마련을 위해 삼성전자 지분을 블록딜로 대거 처분한 바 있고, 삼성 일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대출받은 금액은 4조원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가 유족들도 연부연납 방식을 통해 5년 간 상속세를 나누어 낸다. 홍라희 전 관장의 상속세는 3조1천억원이며 이재용 회장 2조9천억원, 이부진 사장 2조6천억원, 이서현 이사장 2조4천억원 순으로 알려졌다. 

 

세 모녀는 지분 매각과 주식담보대출 등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 삼성전자 지분 등을 담보로 3조3천억원이 넘는 돈을 대출받았고, 이에 따른 이자만 연간 1천700억원이 넘는다는 해석이다.  

 

가업승계를 위해 상속받았지만 상속세 현금 납부를 위해 주식 담보 대출을 받거나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고(故)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의 별세에 따른 효성가의 상속세 문제도 같은 맥락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 조석래 명예회장은 효성 주식 10.14%에 해당하는 213만5823주와 함께 자회사 효성티앤씨 9.09%, 효성화학 6.16%, 효성중공업 10.55%, 효성첨단소재 10.32% 등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계열사 지분 금액만 7천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상속세 비율을 적용할 경우 향후 상속세는 4천억원 수준이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지난달 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회와 정부에 '2024년 조세제도 개선과제' 건의서를 제출하면서 상속세제 개편에 관한 내용을 담은 것도 이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국내 상속세 최고세율은 1997년 45%, 2000년 50%로 상향됐다. 여기에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는 최대주주 할증과세를 적용해 실제 상속세율은 60%에 달하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란 지적이다. 

 

반면 G7 국가를 중심으로 상속세 폐지와 함께 최고세율인하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경우 55%에 달하던 세율을 2012년 40%로 인하했다. 최고세율 40%를 유지하는 영국도 20%로 대폭 낮추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와 함께 과세 방식에서 '유산세' 방식을 적용해 상속 부담이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상속세가 있는 국가는 24개국이며 20개국은 상속인 각자가 취득하는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유산세 적용방식에 대해 "상속세를 '받는 사람'이 아닌 '주는 사람' 기준으로 과세해 과세표준이 올라 세율이 더 높아진다"며 "우리나라도 상속세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하고, 상속세율에 있어 기업가의 창업 정신과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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