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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일제 도입(上)] "생산성 저하 vs 휴식권 확충"…세계적 이슈 떠오른 '주 4일제'

장시간 노동에 코로나19로 새로운 근로형태 경험…다보스포럼서도 '주 4일제' 논의
영국, 주 4일제 실험 '성공적'…아시아 첫 걸음뗀 싱가폴, 카자흐스탄 지난 7월 도입
총선 공약 주 4일제 내세운 민주당, 인기공약 1위…국민의힘 "인기영합적 주장" 일축

 

 

직장인들 사이에서 이른바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갈망이 높아지면서 '주 4일제'에 대한 여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노동계에선 인간다운 삶의 보장을 위해 1주일에 4일 근무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에선 노동집약적 산업 같은 경우 근로시간이 생산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주 4일제가 대두된 배경, 경영계와 노동계간 입장차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생산성 저하 vs 휴식권 확충"…세계적 이슈로 떠오른 '주 4일제'
(中) "韓 노동생산성 하위권인데"…경영계 "주4일제 도입, 시기상조" 
(下) 직장인 10명 중 7명 "주 4일제 찬성"…노동계 "입법 필요성 충분"

 

【 청년일보 】 '주 4일제' 이슈는 과거부터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노동자들의 요구로 이슈가 됐다. 이제는 세계의 저명한 기업인, 경제학자, 정치인 등이 모여 범세계적 경제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다보스포럼에서도 다뤄질 만큼 핫한 이슈로 부상한지 오래다.

 
'주 4일제' 논의의 핵심은 기업의 생산성 제고과 노동자의 휴식권 확충 중 어디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지로 좁혀진다. 


28일 정치권 및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지난 4.10 총선을 기점으로 '주 4일제' 이슈가 다시 불붙은 모양새다. 현재는 일부 국내외 기업과 국가들에서 주 4일제 실험에 돌입한 상태다. 

 

◆ 장시간 노동에 코로나19로 새로운 근로형태 경험…다보스포럼서도 '주 4일제' 논의


최근 몇 년간 주 4일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그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주 4일제 도입의 배경으로는 ▲노동자의 건강 및 휴식권 ▲코로나19로 인한 근무형태의 변화 ▲MZ세대의 사회진출 본격화 등이 꼽힌다.


지난해 발간된 '주 4일제 도입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하 연구)'에 따르면 OECD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천915시간으로 세계에서 4번째에 위치한다. 


이러한 장시간 근무하는 노동환경은 단순한 노동자의 여가시간 부족을 넘어 노동자의 건강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실제 용혜인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한국에서 과로사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노동자는 509명으로 이는 전년대비 9.9% 증가한 수치다.


이렇듯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어 있던 한국의 근로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 등 새로운 근로방식을 체험하게 되고 이러한 경험들이 맞물려 주 4일제 이슈가 최근 더욱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아울러 연구에 따르면 MZ세대의 사회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청년세대 노동자가 원하는 자율권을 부여하고 개방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해 기업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4일제 도입이 지지되기도 한다. 


연구에 따르면 주 4일제의 형태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 5일·일 8시간 근무형태에서 완전히 하루를 쉬는 주 4일제, 주당 표준 근무시간은 단축시키되 주5일 출근을 유지하는 주 4일제, 주당 근무시간 단축 없이 근무일수만 4일로 변경하는 방식의 주 4일제 등이다.


주 4일제에 대한 논의는 전 세계적으로도 '현재 진행형'이며 주요 경제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비지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다보스포럼 '주 4일제 패널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주 4일제가 근무 유연성에 대한 전 세계 노동자들의 여망을 해결할 명백한 해답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도 "먼저 고려해야 할 핵심요소들이 있다"는 데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 4일제 도입자체에는 긍정적이지만 기업의 생산성이나 노동자들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토론에 참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카린 판 헤닙 네덜란드 사회고용부장관은 주 4일제 도입을 고려한다면 기업의 생산성 문제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판 헤닙 장관은 "기후변화 대응, 보건의료 등 처리해야 할 업무가 산적해 있다"며 "같은 생산성을 가진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한 번에) 줄이는 부담을 떠안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토론에서는 모든 노동자가 주 4일제를 원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근무시간을 늘려 소득을 늘리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런 한계점에도 주 4일제가 분명한 장점을 가진 만큼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애덤 그랜트 펜실베이니아대 훠턴스쿨 교수는 "상당수 국가에서 약 '한 세기' 동안 주 5일제를 유지해 왔다. 이젠 다른 모델을 시험해 볼 때"라며 새로운 근무 형태를 도입할 시기가 무르익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네덜란드 인재발굴 회사 란츠타트의 산더르 판트노르덴더 최고경영자(CEO)는 "기업이 직원의 근무 유연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는 비즈니스의 필수요소로, 인재 풀은 넓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은 고객을 모시듯이 인재도 존중해야 한다"며 "왜냐하면 (직장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기업을 떠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영국, 주 4일제 실험 '성공적'…첫 걸음뗀 싱가폴, 카자흐스탄 지난 7월 도입 


이 가운데 일부 국가 또는 기업에서는 주 4일제 실험에 들어갔거나 이미 도입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2월 영국에서 6개월 동안 주 4일 근무제를 실험해 본 기업 대다수가 긍정적 효과를 인정하고 앞으로도 이를 지속하기로 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뉴질랜드 비영리 단체인 '주 4일 캠페인' 측은 이번 실험에서 "광범위한 부문에 걸쳐 직원 복지가 향상됐고, 경영 생산성이 개선되거나 유지됐다"면서 '중대한 돌파구'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이 단체는 여러 학자들과 함께 지난해 6월부터 영국에서 61개 기업을 대상으로 주 4일제 근무를 시도했다. 참여 기업은 근무일을 주 5일에서 4일로 줄여도 임금을 삭감하지 않도록 했으며, 워크숍, 심리상담 등도 병행하도록 했다.


6개월에 걸친 실험이 끝난 뒤에도 전체 61중 56개 기업이 주 4일제 근무를 연장하기로 했으며, 이중 18개 기업은 영구적으로 주 4일제 근무를 하기로 했다.


직원들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시험에 참여한 약 2천900명 가운데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답한 비율이 39%에 달했고, 수면의 질이 좋아졌다는 응답은 40%, 일과 가정의 균형을 찾는 게 쉬워졌다는 응답은 54%로 나타났다. 또 직원들이 병가를 내는 일수도 3분의 2가량 줄었고, 이직하는 직원도 이전보다 57% 감소했다.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직원 8명으로 구성된 한 회사는 주력상품을 박람회에 출시하는 과정에서 제작 일정이 지연되는 문제에 직면하기도 했다. 또, 일부 직원은 여전히 주 5일 근무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싱가포르는 유연근무제 확대를 골자로 하는 지침마련으로 아시아 최초로 주 4일제로 가는 첫걸음을 뗐다. 우리나라와 같이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는 싱가포르 정부는 노동시장 경직성 문제 해결을 위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매체에 따르면 싱가포르 인력부는 올해 12월부터 직원이 육아나 간병 등 합당한 사유로 유연근무를 신청하면 모든 고용주가 이를 공정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지침을 마련했다. 


노동자의 요청을 받은 회사는 2개월 내에 답해야 하며 거부시에는 합당한 이유를 제시하고 해결방안을 찾도록 권장된다. 정당한 사유없이 회사가 이를 거부하면 경고를 받고 관련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지침에 대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업무시간 조정을 통해 일주일에 나흘만 일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현지매체들은 이 지침을 주 4일제 도입의 초석으로 평가하고 있다.


선제적으로 주 4일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국가도 있다. 중앙아시아 자원부국 카자흐스탄은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이 주 4일제 근무조항이 포함된 개정 노동법에 서명함에 따라 지난해 7월 1일부터 주 4일 근무제가 도입됐다.


주 4일 근무자도 일요일을 휴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주중 세번째 휴일은 단체협약이나 노동규정에 따라 정해진다. 다만, 노사가 합의하면 주 5일 또는 주 6일 근무 등으로 교대 근무를 할 수 있는 권리도 보장된다.


노동부 대변인은 "매월 첫째 주는 5일 근무, 둘째 주는 4일 근무와 같이 주 단위로 번갈아 가면서 일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면서 "이러한 교차근무 관행은 이미 카자흐스탄의 사무직에 적용되고 있고 국제 노동기준과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 총선 공약 주 4일제 내세운 민주당, 인기 공약 1위…국민의 힘 "인기영합적 주장" 일축


한국 정치권에서도 지난 20대 대선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주 4일제 공약을 제시하며 이후 관련 논의가 지속돼 왔다.


그러던 중 지난 4.10 총선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주4(4.5)일제 도입 지원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며 다시 이슈화되고 있다.

 
해당 공약은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만 18세 이상 국민과 기업인 6천명을 대상으로 조사 한 결과 민주당이 발표한 공약 중 가장 높은(5.9%)선택을 받아 인기공약 1위에 오른바 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주 4(4.5)일제 공약이 인기영합적 주장이라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정치권이 주 4.5일제를 이야기할 때 국민이 던지는 질문의 핵심은 더 적은 시간을 일해도 기존의 동일한 급여를 받는가"라며 "동일 급여가 보장되지 않으면 삶의 질 향상은 커녕 강제로 근로시간 단축을 당하는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표는 "전문가들은 주 4일제나 주 4.5일제가 가능한 직종이 있고 그렇지 않은 직종이 있어서 이를 일괄 규정하는 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분석한다"며 "5일의 업무성과를 단축된 시간 내에 해내야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최철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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