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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락장에도 "사라" 일색…증권사 투자의견 '매도' 0.1%

국내 증권사 32곳 중 30곳 기업분석보고서 매도 의견 '전무', 외국계 매도·중립 의견 40% 차지
기업 상대 영업하며 객관적 분석 의문…"합리적 보고서 낼 독립기관 설립해야"

 

 

【 청년일보 】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 폭락장세가 연출됐지만 국내 증권사가 발행한 기업분석보고서의 투자의견은 '매수' 일색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중에는 매도 의견뿐만 아니라 '중립' 의견도 없이 100% 주식을 사라는 '매수' 의견만 낸 곳도 5곳 있었다.

 

이는 매도 의견이 20% 수준을 보인 외국계 증권사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기업을 상대로 영업하는 증권사가 객관적인 기업분석보고서를 내놓는 데 한계가 있고 이로 인해 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시장 구조를 고려해 증권사와 경쟁하며 합리적인 보고서를 낼 수 있는 독립 기관 설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분당을)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3월 기업분석보고서를 발행한 국내 증권사 32곳 중 30곳은 보고서의 투자의견을 '매도'로 제시한 경우가 한건도 없었다.

 

흥국증권(61건), DS투자증권(28건), 리딩투자증권(10건), 유화증권(4건), 한양증권(2건) 등 5곳은 100% 매수 의견이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코스피 1,500선이 붕괴하는 등 폭락장이 지속할 동안에도 주식을 계속 사라고 권유할 뿐 팔라고 이야기한 경우는 없었다는 이야기다.

 

증권사별로 매수 의견 비율을 보면 5곳을 제외하면 키움증권이 98.7%로 가장 높다. 보고서 157건 중 매수 의견이 155곳, 중립 의견이 2건이다.

 

그다음으로 교보증권(97.8%), 상상인증권(97.4%), 유진투자증권(96.8%), 하이투자증권(96.5%), 신한금융투자(96.1%), 케이프투자증권(95.3%), 미래에셋대우(95.2%), 한화투자증권(94.4%) 등 순이다.

 

매수 의견이 가장 낮은 증권사는 카카오페이증권이지만 보고서가 '중립' 1건뿐이고 부국증권은 보고서 13건 중 매수 의견이 9건으로 69.2%다.

 

대형사 중에는 KB증권이 77.3%로 낮고 삼성증권(78.7%), NH투자증권(78.8%), 메리츠증권(84.9%), 유안타증권(86.2%), 신영증권(87.3%), 한국투자증권(87.7%) 등 순으로 낮다.

 

그러나 이들 증권사도 매도 의견은 거의 없고 나머지는 중립 의견이다.

 

국내 증권사 중 그나마 매도 의견을 1건이라도 낸 곳은 NH투자증권과 대신증권 2곳뿐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NH투자증권 1건과 대신증권 3건으로 해당 증권사의 전체 기업분석보고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4%, 0.3% 수준이다.

 

국내 증권사 32곳이 발간한 전체 기업분석보고서의 투자의견 평균은 매수 89.4%, 중립 10.5%, 매도 0.1%다.

유안타증권은 대만계지만 국내 증권사와 거의 비슷한 영업 구조를 가지고 있어 국내 증권사로 분류했다.

국내 증권사와 비교해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의견 비율은 꽤 높은 편이다.

 

외국계 증권사 13곳이 발간한 기업분석보고서 2천174건 중 매도 의견이 달린 보고서가 399건으로 18.4%에 달하고 매수 의견 60.2%, 중립 21.4%다.

 

일본계 다이와증권은 보고서 96건 중 매도 의견 보고서가 무려 86건으로 그 비율이 89.6%에 달했다. 매수 의견은 4.2%, 중립 의견은 6.3%였다.

 

메릴린치증권이 매도 의견이 26.4%로 그다음으로 높았고 UBS증권 17.6%, 맥쿼리증권 17.5%, 모간스탠리증권 17.3%, CLSA증권 14.5% 등이다. 외국계 중에는 홍콩상하이증권이 1.9%로 가장 낮았다.

 

이처럼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발행한 기업분석보고서에서 매수 의견이 대부분이고 매도 의견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증권사 영업 구조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증권사는 코스피가 폭락해 개인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봐도 주식을 많이 사 거래하기만 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증권사의 주식 수수료 수입은 코스피 수치가 아닌 주식 거래 규모와 비례한다.

 

최근 한 증권사가 시장점유율 기록을 경신해 직원에게 특별격려금을 지급한 것은 이런 면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또 기업은 증권사의 고객이다. 증권사는 기업을 상대로 기업공개(IPO), 투자은행(IB), 신용공여 등의 업무를 하고 있어 기업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증권사 보고서 중에는 해당 분석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면 이를 반영해 목표주가는 하향 조정하면서도 투자의견은 그대로 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은 2017년 증권사 보고서의 객관성을 제고하기 위해 증권사 내부검수팀 역할을 강화하고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의 괴리율을 공시하도록 하도록 했다. 또 애널리스트 독립성 강화를 위해 합리적인 보수 산정 기준을 마련해 내부 규정 등에 명확히 반영하도록 했지만 별 효과가 없는 상황이다.

 

김병욱 의원은 "정보의 신뢰성은 자본시장 발전에 있어 기본인 만큼 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합리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작 주식을 사라고 계속 권유한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들은 향후 해당 종목의 주가가 내려가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봐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러나 주식시장 전반과 개별 종목들에 대해 분석을 내놓는 곳이 증권사밖에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정보를 얻을 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탈피해 자본시장을 더 건전하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증권사와 리포트 분석 측면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관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며 "자본시장연구원이나 금융연구원이 그런 기능을 해주거나 안되면 독립적인 기관을 세우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원장은 "금융당국이 이런 노력조차 안 하고 관심도 안 두다 보니 잘못된 구조가 지속할 수밖에 없다"며 "금융당국이 현안에만 너무 치우쳐 있고 이런 잘못된 시장 구조를 큰 틀에서 바꾸는데 너무 소홀한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지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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