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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시크한 나작의 잔소리] ⑤ 병! 아는 것이 힘? vs 모르는 게 약?

 

【 청년일보】병, 아는 것이 힘?

 

주변에 건강 검진을 아직 한 번도 안 받은 4050 세대가 의외로 많다. 아니 왜? 뭘 믿고? 진심 궁금했다. 그들의 대답 曰 “감기 잘 안 걸릴 정도로 건강한데 뭘~~.” 그러다 훅~ 간다고 잔뜩 겁을 주었건만 반응이 시큰둥하다. 반면 해마다 건강 검진받고 조금만 몸에 이상징후 있으면 큰 병이면 어쩌나 싶어 대학병원부터 찾는 사람도 있다. 어느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게 좋을까? 사실 나이 탓이려니, 설마 내가? 하다 믿는 도끼에 발등 제대로 찍힌 사람들, 숱하게 봤다. 자신의 병을 안다는 것은 그것도 빨리 안다는 것은 생명과 직결된다! 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인 완치율의 앞 단위 숫자가 달라지고 치매도 조기에 발견할수록 진행을 막거나 최악으로 가는 걸 늦출 수 있다. 한마디로 병에 있어서 분명 아는 것은 힘이 맞다.

 

◆병, 모르는 게 약?

 

유튜브 '시크한 작가들'에서 유전자 질병 예측검사를 했다. 과음 안 하고 담배 한번 핀 적 없고, 과식, 야식 즐기지 않는 소식주의자라 비록 지금은 골골해도 “큰 병 있겠어?” 생각했다. 유전자 검사하면서 생활습관 논하는 게 좀 웃기긴 하지만 암튼 믿는 구석이 있었다. 갑상샘암을 제외하면 가족 중에 아직 암 걸린 사람 없고,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라 만병의 근원인 비만 걱정도 평생 안 하고 살았다. 근데 유전자 분석을 통해 알게 된 10년, 20년 후 나의 질병 예측 결과는?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 나를 기다리고 있는 암이 위암, 대장암, 유방암, 췌장암 등 무려 6개에 관절염. 2형 당뇨. 심근 경색. 홍반성 낭창 등 만성 질환도 9개가 나왔다. 지금 내 몸에 암세포가 있다는 것도 아니고, 결과를 해석해주며 걱정하던 교수님과 달리 나, 쿨~하게 촬영했다.

 

근데 문제는 이틀 후부터 시작됐다. 자꾸 암 걸리는 꿈을 꿨다. 오늘은 생존율 낮은 췌장암에 걸리는가 하면 다음 날은 삶의 질 확~ 떨어지는 대장암에 걸렸다. TV 보다가 심장마비로 돌연사하는 꿈도 꿨다. 불면증 있어서 안 그래도 잠들기 힘든데 악몽에 시달리다 자꾸 깬다. 유전자 질병 예측이 도대체 뭐길래? 확률적인 가능성일 뿐이라고 되뇌었지만 난 분명 괜찮지 않았다. 아는 게 병! 모르는 게 약이라더니 진짜 그랬다. 혹여 멘탈이 약해서 그런 거 아니냐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 참고로 생방송 10년 넘게 한 작가치고 멘탈 약하기 힘들다. 악몽에서 벗어나는 데 꼬박 한 달이 걸렸다. 진짜 암 걸릴 뻔했다.

 

◆유전자 질병 예측검사가 뭐길래?

 

우리 몸의 유전자는 약 1억 2천 개 정도 된다. 2013년 '게놈 프로젝트'라는 명으로 우리 몸의 유전자 지도가 완성됐는데 유전자 검사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유전적 요인을 점검해서 미래에 발병할 확률이 높은 질병에 대해 예측하는 검사다. 검사를 의뢰하면 집으로 진단키트가 날아온다. 여기에 구강 점막 세포를 채취해서 퀵서비스로 보내면 2주 후에 결과가 나온다. 물론 암이 나왔다고 반드시 그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그 암에 걸리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만, 같은 환경에서 생활하고, 유사한 생활습관을 지니고 있다면 다른 사람보다 해당 질병에 걸릴 위험성이 확률적으로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정부 성모병원 염근상 교수님이 강조하셨다. 결과가 나쁘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라! 나이가 들면서 걸릴 수 있는 질병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한데 내가 특별히 취약한 질병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으니 예방에 좀 더 집중함으로서 그 질병에 걸릴 위험을 낮추는 자료로 활용하길 바란다. 참고로 미국 할리우드 여배우, 안젤리나 졸 리가 이 검사로 유방암과 난소암 관련 유전자인 BRACA가 변이된 소견을 받고 예방 차원에서 2013년 유방 절제술을, 2015년엔 난소와 나팔관 제거 수술을 받았다.

 

 

◆과한 걱정은 독! 건강염려증

 

병에 있어 아는 것은 분명 힘이지만 너무 많이 알아서 독이 될 때도 있다. 유튜브 '시크한 작가들' 방송을 보고 한 구독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요즘 **한데 혹시 큰 병 걸린 거 아닐까요?” 몇 가지 물어보니 걱정할 수준이 아닌데 자꾸 불안해했다. 대화하다 보니 반 의사 수준으로 아는 것도 많다. 한마디로 정리해줬다. YOU= 건강염려증! 흔히 자신이 병에 걸린 게 아닌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불안해하는 것을 건강염려증이라고 한다. 의료계에서는 국민의 5%, 병원 방문자의 15%를 건강염려증으로 추정한다. 건강염려증은 주로 지나치게 건강에 집착하거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나타난다는데 그래서 단순한 증상도 확대해석해 스스로 심각한 병에 걸렸다고 확신하고 의사의 진단을 믿지 않는다. 그런 분들에게 전하는 오늘 나작의 한마디는 티베트 속담! “걱정해서 걱정이 사라지면 걱정이 없겠네.”

 

 

글/나둘숙(건강프로그램 작가)

 

◆SBS 잘먹고 잘사는 법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KBS 명견만리

◆유튜브/블로그 <시크한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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