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내 시중은행들이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의 유연한 사고 방식을 경영에 적극 반영하는 등 기존 보수적인 기업 문화에서 탈피하기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시중은행들의 시도는 카카오와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들이 젊고 실용적인 조직문화를 앞세워 금융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나서면서, 기존 은행들도 "변해야 생존할 수 있다"란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시중은행들은 직장 내 '호칭파괴' '복장 자율화' 등 그 동안 관행적으로 굳어진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이와 함께 메타버스와 같은 디지털 가상세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등 파격적인 혁신을 통해 MZ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해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은행권내 복장 자율화는 KB국민은행이 가장 먼저 도입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19년 5월부터 정형화된 유니폼 복장을 완전 폐지했다.
이어 우리은행도 자율과 책임이란 원칙에 기반해 창의적이고 유연한 기업문화 조성을 위해 지난해 6월부터 국내 전 직원의 복장 자율화를 시행했다. NH농협은행 역시 올해 4월부터 유니폼을 폐지하고 전 직원D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으로 전환했다.
하나은행은 최근 기존 여성 직원만을 대상으로 적용해왔던 근무복장 자율화를 남성 직원들에게까지 확대했다. 앞서 남성 직원의 경우 기본 정장 착용(노타이 허용)이나 선택적 비즈니즈 캐주얼 복장을 유지해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보다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수평적인 기업문화를 만들고, 이를 확대하기 위해 근무복장도 전면 자율화를 시행하기로 했다"며 "기존과 같이 정장을 고수하는 직원들도 많지만 회사 내 청바지와 같은 편한 차림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신한금융은 이 보다 한발 더 나아가 지난 3일 MZ 직원 중심의 자치 조직인 '후렌드(who-riend) 위원회'를 출범했다.
후렌드 위원회란 '후(who·누구)와 프렌드(friend·친구)'의 합성어로, 주류 세대로 부상하고 있는 MZ세대 중심으로 전략적 인사이트(Insight)를 확보하는 한편 직원들의 주도 및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는 환경을 MZ세대 직원들이 직접 만들어 나가도록 하기 위해 구성한 조직이다.
신한금융은 이 조직 구성을 시작으로 직위·호칭, 드레스코드(Dress Code), 휴가결재 프로세스 개선 등 직원들의 일상 영역부터 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MZ세대 중심 자치 조직 구성을 전 그룹사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시중은행들은 MZ세대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메타버스 플랫폼 활용에도 심혈을 기울여 나가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혼합한 공간을 의미한다.
하나은행은 메타버스 전용 플랫폼 '제페토'를 활용하여 가상세계에 '하나글로벌캠퍼스'를 구현하고, 메타버스 연수원 '그랜드 오프닝' 행사 및 신입행원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 '벗바리 활동' 수료식 등 기존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또한 MZ세대 직원들의 특성을 감안해 연수 프로그램을 메타버스에서 실시하는 한편, 향후 지식포럼, 리더십 과정 등으로 확산하는 등 교육 분야에서도 메타버스 활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도 직원들과의 소통에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권광석 우리은행장도 가상공간 속에서 은행장과 행원이라는 직급에서 벗어나 MZ세대 직원들과 수평적인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가입과 동시에 메타버스 기반 미래금융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 역시 메타버스를 활용해 계열사 MZ세대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타운홀 미팅을 실시했다.
이날 손 회장은 상반기 DT추진으로 고생한 계열사 직원들을 격려하며 허심탄회한 소통의 시간을 보냈다. 직원들도 손 회장에게 평소 궁금했던 질문도 하고 손 회장 아바타와 셀카를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나눴다.
이같은 시중은행들의 움직임은 지난달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각 금융지주 회장들이 일제히 MZ세대를 강조한 부분과 맥을 함께한다.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은 지난달 '2021년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MZ세대는 이제 그룹의 미래가 아닌 현재를 이끄는 주축 세대인 만큼 MZ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함께 만들자"고 당부한 바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관행적 업무 방식 등 새로운 문화의 장애물을 치우고 내부 관리 프로세스를 다시 고객으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윤종규 KB금융 회장 역시 "과거 영광을 누렸던 거대 기업들 중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해 시장에서 사라진 사례가 많다"며 "디지털 주역인 MZ세대의 목소리를 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