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최첨단 IT 기술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전환'이 은행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은행들이 앞다퉈 개발자 영입에 나서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개발자들은 은행권으로의 이직을 망설이는 분위기다. 최근 개발자들을 찾는 회사가 많아지면서 몸값이 상승하고 있는 데다 타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보안에 대한 부담, 보수적인 분위기 등이 개발자들의 발길을 돌려세우는 요소로 평가된다.
단적인 예로 올해 초 한 시중은행의 최근 개발자 수시 채용 공모에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은 사실은 은행을 바라보는 개발자들의 인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 "디지털 경력 우대"...은행권, IT 인재 영입 활발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인공지능,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IT 기반의 금융서비스 도입에 속도를 내고자 IT 개발자 영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반기 신입 행원에 대한 채용이 전무한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먼저 KB국민은행은 클라우드 엔지니어링, 인공지능 기술 기획·개발, 클라우드 TAM·TSM 전문직무직원 등에 대한 채용을 진행 중이다. 채용은 서류-면접 등을 거쳐 10월 말에서 11월 중 완료할 예정이다.
우리은행도 최근 10건의 채용 공고 중 7건이 IT 부문에 집중하면서 개발자 확보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스마트앱 개발과 관련된 UI디자이너·UX기획자를 비롯해 디지털 비즈니스 기획자에 대한 채용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마이데이터를 위한 웹크롤러(데이터 수집)와 데이터사이언티스트(데이터분석)를 모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6일까지 AI·데이터사이언스·클라우드·뱅킹시스템·정보보호 분야에서 석·박사 특별 전형을 실시했다.
자격 요건은 컴퓨터공학, 통계학, 전산학 등 관련 전공의 석·박사 학위 소지자로, AI 역량평가와 온라인 코딩테스트, 면접 등을 거쳐 오는 10월 최종합격자를 발표한다.
◆ 개발자 "간섭 많은 은행 갈 이유 없어"...은행권 러브콜에도 '싸늘'
그러나 은행권의 잇단 '러브콜'에도 정작 개발자들의 반응은 싸늘한 모습이다. 이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추구하는 개발자들의 업무 니즈를 '보수적인' 은행권이 채워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13년 경력의 한 개발자는 "개발자들의 은행 기피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일"이라며 "기획 단계부터 적극적인 의견을 낼 수 없는 보수적인 분위기가 은행권 이직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라고 꼬집었다.
은행권 특유의 금융 보안 문제에 대한 부담과 보수적인 업무 환경 또한 개발자가 은행에 등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라는 평가다.
그는 "금융 보안이 강조될 수 밖에 없는 업무다 보니 사고에 대한 부담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최선의 코드를 찾는 것을 장려하는 IT업계의 환경과 달리 코드 변경 하나에도 결제를 받아야하는 보수적인 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최근 모든 기업에서 디지털전환을 외치다 보니 개발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몸값이 오른 점도 은행 행(行)을 막는 요소로 꼽힌다.
3년 경력의 다른 개발자 역시 "업계에서는 3년 경력이면 아직 배울 것이 많은 주니어지만, 요즘은 주니어 개발자를 찾는 곳이 더 많다"며 "이는 높은 연봉의 개발자들 대신 많은 기업에서 주니어 개발자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 IT기업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은행의 보수적인 분위기 중 같은 돈을 받는다면 개발자들의 선택은 뻔하다"고 덧붙였다.
◆ 인뱅 "구인난 없다"...토뱅 개발자 공채에 5천명 지원
이같은 은행권 구직난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개발자들의 입사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 개발자 입장에선 이들 인터넷은행들이 은행보다는 IT 기업에 더 가깝다는 평가에서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당행은 2021년 3월말 기준 전체 직원수의 83%가 40세 이하의 젊은 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 임직원 중 약 40%는 IT 전문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개발자로서 성장 가능성과 수평문화로 매년 모집에 많은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10월 출범 예정인 토스뱅크 역시 최근 개발자 공개 채용에 5천명이 지원하면서 88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개발자들의 구인 행렬이 이어졌다.
물론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 스톡옵션, 현금성 복리후생 혜택이 지원 확대에 주효했지만, 역량있는 개발자라면 인원 제한없이 채용한다는 방침 역시 개발자들의 이목을 끈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케이뱅크 역시 지난 7월 별도의 자기소개서를 받지 않고, 지원자가 채용사이트에 입력한 신상정보 및 경력사항만을 토대로 서류전형을 진행하는 등 파격적인 IT 인력 구인 공고를 내 이목을 끌기도 했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