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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동폐쇄·무급휴직 등 종합병원 '경영난' 심화…"전문병원엔 환자 늘어"

응급실 피로도 가중, 의료 공백 우려..."병원 복귀 소식은 들리지 않아"
전문의 부족으로 병동폐쇄와 무급휴직 실시... 비상 경영 모드에 진입

 

【 청년일보 】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로 현장을 지키고 있는 전국 병원 의료진들의 피로도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전국적으로 정부가 군 의료진과 공중보건의까지 의료 현장에 투입해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메우려는 노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는 교수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종합병원들이 경영난에 시달리며 병동폐쇄나 무급휴직 등의 조치를 취하는 반면, 특정 전문병원들은 고객 수가 증가하는 반사효과가 나타내고 있다.

 

 

충북 유일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에선 전체 의사 비율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전공의 149명이 여전히 복귀하지 않고 있다.

 

충북도는 전날부터 공보의 총 9명(군의관 1명, 공보의 8명)을 이 병원에 투입해 의료 공백을 메우고 있으나 상황의 개선이 미미한 상태다.

 

입원 병상 가동률은 70%대에서 40%대로 떨어졌고 도내 유일 신생아 집중치료실과 응급실은 남은 의료진들이 당직 근무에 더 자주 투입돼 운영되고 있다.

 

정형외과는 전공의가 없어 수술을 진행해야 할 의사가 타병원에 진료 의뢰서를 쓰느라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전북 지역에서도 전공의들의 복귀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어 의료 현장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전북대병원에서는 전공의 206명 중 대다수가, 원광대병원에서는 126명 중 90여명이 병원을 이탈하는 등 전북에서 수련하는 전공의 403명 중 75.7%인 305명이 병원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

 

전북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가장 어려운 게 응급실 운영이다. 7명의 의료진이 순환근무를 해왔는데 지금은 4명의 전문의가 순환근무하고 있어서 의료진의 피로도가 매우 커진 상황"이라며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응급실 운영에도 여러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산대병원도 전공의 236명 가운데 2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달부터 출근하기로 했던 펠로 27명 중 22명, 신규 인턴 50여명도 임용을 포기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날부터 군의관과 공중보건의 등 158명을 상급종합병원과 지역 거점 국립대 병원에 파견했다.

 

인하대병원에는 군의관 1명과 공보의 4명이 투입됐지만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들 중 3명은 내과, 2명은 마취과로 수술이나 입원 환자 진료 등을 지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대병원에는 지난 11일 군의관 2명, 공보의 7명 등 총 9명의 공중보건의가 파견됐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오늘까지 교육을 마친 뒤 내일(13일)부터 본격적으로 업무에 투입된다"고 말했다.

 

전남대병원은 16명의 공중보건의와 군 의료진을 파견받았으며, 이들은 내부 교육을 받은 후 13일부터 진료에 투입될 예정이다.

 

그러나 파견된 의사 상당수가 성형외과 등의 비필수과 전문의나 일반의사로, 현재 응급 및 중증 환자를 진료하는 3차 병원에서는 큰 도움을 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제주도는 제주대병원과 제주한라병원에 제주지역 공중보건의 6명을 배치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지만, 아직 답변받지 못했다. 공중보건의 차출로 인해 보건소 등에서의 진료 차질도 빚어지고 있다.

 

의사 1명이 근무하는 곳이 대부분인 전남지역 보건지소 상당수는 공보의 차출로 진료를 중단해 주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경북도의 일부 시와 군에서도 공중보건의 부재로 인해 의료 공백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북도는 전날 공중보건의 23명(전문의 5명, 일반의 18명)을 연세대 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울산대병원, 화순전남대병원 등 7개 병원에 파견 보냈다.

 

강원 영월군 보건소의 경우 공보의 1명이 파견되면서 읍면별로 두고 있는 8개 보건지소 인력이 보건소에서 순환근무를 하고 있다. 강원 고성군 보건소 역시 토성면 보건지소 공보의 1명이 서울대병원으로 차출되면서 남은 9명이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강원 평창군 보건의료원은 총 12명이던 의사 인력 중 응급실에서 일하던 가정의학과 전문의 1명이 다음 주 파견될 예정이다.

 

 

전공의 집단이탈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종합병원들은 병동을 폐쇄하거나 무급휴직 실시를 준비하는 등 비상 경영 체제에 들어갔지만, 전문병원에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이날부터 환자 수가 적은 병동 1개를 폐쇄했으며, 환자 수 감소 추세를 보며 순차적으로 병동 가동을 줄이기로 했다.

 

대전 을지대병원도 지난 4일부터 내과와 정형외과 일부 병상을 폐쇄·축소 운영하는 한편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았으며, 현재까지 100여명이 신청했다.

 

충남대병원도 병동 통폐합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의사 외 모든 직군에 대해 무급휴직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종합병원들은 수술 감소와 입원실 가동 축소로 매일 수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어 임금 지급도 조만간 어려워질 것이라며 정부의 재정지원을 바라는 분위기다.

 

그러나 종합병원과 달리 특정 질환이나 진료과목에 대형병원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강소병원인 전문병원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대구에서 뇌혈관질환(뇌수술)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굿모닝병원은 전체 중증 환자가 30% 이상 늘었다. 상급종합병원 의료진 부족으로 인해 대구뿐만 아니라 인접한 경북과 경남에서도 응급환자들이 이송되고 있다. 뇌수술이 가능한 신경외과 의사 13명이 거의 휴일도 없이 돌아가면서 근무하고 있다.

 

 

정부에 대책 마련을 호소하는 의과대학 교수들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비대위는 "수련병원 교수와 젊은 의사들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협업체계를 바탕으로 높은 난도의 진료 행위를 수행하는 치료공동체"라며 "병원 고유의 진료 기능 회복은 지금 떠나간 이들의 복귀로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증원 방침 외에 건강보험 체계의 문제점도 지적한 뒤 "환자 진료에 매진키로 마음먹은 이들마저도 이번에 목격한 무지막지한 정책 추진과 왜곡 선전, 선정적 언론에 마음을 바꿔 병원 탈출을 결심한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제는 모두 다 돌아올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광주·전남 지역의 일부 의대 교수도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다만 현재까진 개인적 의견 개진에 그치고 있고 교수 회의 개최 계획은 없는 상태다.

 

 

대구시와 경북도 의사회는 오는 13일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비판하는 대국민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호소문과 결의문을 잇달아 낭독하며 정부 정책의 부당함을 알릴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대학교 의과대 교수들도 조만간 시국선언을 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전날 정부가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부산대병원 교수진도 전날 호소문을 통해 "2천명 의과대학 증원에 대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부족한 것은 이미 밝혀졌으며, 10년 이후에나 효과가 나타날 정책을 밀어붙이고 국민을 상대로 실험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반발했다.

 

충북대학교 의과대학·충북대병원 교수들이 모인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사직한 전공의들에게 사법절차가 진행된다면 집단행동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청년일보=권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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