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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첫 단추 꿴 키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 청년일보 】 "외환파생상품 키코 판매 은행들이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13일 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 등 키코 피해 기업 4곳에 대해 은행이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이는 지난 2008년 키코 사태가 발생한 이후 11년만으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이후 1년4개월을 끌어온 숙제였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불완전판매 여부만 심의해 4개 기업에 키코를 판매한 6개 은행이 적합성원칙과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은행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이 인정된다고 했다.

 

당초 금융권 일각에서는 분쟁조정위원회의 배상 비율이 20~30%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저 배상비율은 15%로 예상치보다 다소 낮지만, 최고 배상비율이 41%라는 점에서 금융권 전망을 훌쩍 뛰어넘은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금감원은 주거래은행으로서 피해 기업의 외환 유입규모 등을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경우와 계약기간(만기)을 과도하게 장기로 설정해 리스크를 증대시킨 경우 배상비율을 가중해다고 설명했다.

앞서,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으나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지난 2007년~2008년 중 환 헤지를 목적으로 은행과 수출중소기업이 다수의 키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2008년 초 글로벌 금융위기로 당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키코에 가입한 많은 중소기업이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됐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는 당시 723개 기업이 약 3조300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며, 키코 상품의 불공정성, 판매과정에서의 사기성, 환율상승 시 손실확대 리스크 미설명 등을 이유로 은행에 키코 피해를 배상할 것을 요구했다.

 

은행업계에 따르면 피해 기업에 배상할 은행은 신한·우리·KEB하나·KDB 산업·씨티·대구은행 등 6곳이다.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등으로 총 255억원이다.

이에 은행들은 분조위 조정안 수용 여부를 이사회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이사회가 키코 피해기업 배상이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며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이사회를 통과하더라도 주주들이 배임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금감원은 소멸시효과 완성됐더라도 분조위 결정을 수용하는 것은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영국 등 해외에서도 키코와 유사한 파생상품 대규모 불완전판매에 대해 시효와 관계없이 감독당국의 권고로 은행들이 배상을 한 사례가 있다"며 "과거 키코 불완전판매에 따라 지급해야 했던 배상금을 뒤늦게 지급하는 것을 배임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양측이 분조위 결정을 수용할지가 관건이다. 양 측은 배상비율 권고안을 받은 뒤 20일 내에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양측이 분조위 권고안을 수용하더라도 다른 피해기업의 추가 분쟁 조정이 이어지면 배상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당시 재판에 참여하지 않고 이번 분쟁조정도 신청하지 않은 기업은 약 150여개로 추산되며, 금감원은 이번 분조위 조정을 신청을 하지 않은 나머지 키코 피해 기업에 대해서는 은행과 협의해 피해배상 대상 기업 범위를 확정한 후 자율조정(합의권고) 방식으로 분쟁조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들 기업도 은행에 비슷한 수준의 배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들 기업에 대한 배상이 결정되면 은행이 부담해야 할 키코 배상금은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따라 은행들이 이번 4개 기업에 대한 분조위 조정안을 쉽게 수용할 수 없는 이유다.

첫 단추를 꿴 키코, 배상비율은 결정됐지만 은행과 피해기업의 분쟁 조정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 청년일보=길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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