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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단 vs 무리수"...KDB생명 인수 나선 하나금융지주

낮은 재무건전성에 1조원 규모 자금투입 필요...'오버페이' 우려 점증
KDB생명에 ABL생명도 추가인수 가능성...30조원 생보사 탄생여부 '이목'

 

【 청년일보 】 최근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에 대한 M&A(기업 인수합병)에 나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인수합병을 둘러싼 득실여부를 두고 연일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 네 차례에 걸친  KDB생명 매각 실패의 가장 큰 요인으로 KDB생명의 부실화된 재무건전성인 만큼 향후 인수대금 외에 추가 투입될 대규모 자금 부담 등 적잖은 자금 출혈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하나금융지주의 인수 추진 판단은 하나금융지주의 무리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면 향후 하나생명과의 합병을 통해 회사 규모를 키울 수 있는 데다, 추가 보험사 인수를 통해 국내 생명보험업계 상위권으로의 도약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더욱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계열사 내 은행, 증권사 등과의 시너지 효과까지 고려하면 이번 생보사 인수가 하나금융의 가장 큰 실험이 될 것이란 평가도 적지 않다. 

 

◆ 재무건정성 강화에 1조원 추가투입 전망...'오버페이' 우려 점증

 

20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산하 사모펀드 KDB칸서스밸류PEF(KCV PEF)는 지난 13일 KDB생명에 대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금융지주를 선정했다.

 

매각대상은 KDB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보유한 KDB생명 지분 92.73%다. 현재 KDB생명 자산규모는 17조1천434억원으로, 덩치면에서 생명보험업계 12위권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인수 후에도 KDB생명의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상당 규모의 추가 자금투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KDB생명의 올해 1분기 지급여력비율(RBC)은 47.68%이며, 올해부터 새로이 적용된 건전성 지표 K-ICS(킥스) 평가로는 101.66% 수준이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회사의 경영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로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제때에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을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킥스 유예조치인 경과조치를 적용하지 않으면 KDB생명 지급여력비율은 47.68%로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물론, 보험업법의 규제 기준인 10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더욱이 KDB생명의 경우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인정금액 비중이 32.1%(지난해 말 기준)으로 높다는 점 역시 인수자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는 KDB생명이 고객에게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기 위해 쌓아둔 자금의 32.1%가 미래에 갚아야 할 채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따라서 금융투자업계는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 후 경영정상화까지 떠안아야 할 자금이 초기 인수대금을 포함해 총 1조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더욱이 금융권은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를 성사할 경우 하나금융의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129%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자회사 출자총액을 지주사의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자회사에 대한 투자여력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인수할 경우 금융당국의 권고수준인 이중레버리지비율(130% 이하)을 유지하기 위해선 인수자금과 추가 투입자금이 1조2천790억원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DB생명의 영업력과 기업 가치를 높게 책정하더라도 정상화를 위해 1조원의 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오버페이로 여겨진다"며 "사실상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모양새"라고 말했다.

 

 

◆ 사상 최초 '2+1'...자산 30조원 대형 보험사 등장에 관심

 

반면 종합금융그룹을 넘어 국내 '리딩금융'을 목표로 세운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KDB생명 편입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보험사는 금융지주 산하 계열사 중에서도 핵심 금융사로 꼽힌다. 이는 보험사에서 나오는 이익이 금융지주사의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하나금융의 전체 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79.8%로,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20%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함 회장은 올해 3대 전략과제 중 '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비은행 부문 제휴와 투자확대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강조한 바 있다. 이어 그룹 내 협업 활성화·가속화 통한 시너지 추진 등 새로운 영역으로 업의 범위를 확대해 나아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재 하나금융은 생명보험사인 하나생명을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하나생명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생보업계의 시장지위는 극히 미미하다. 실제로 지난해 하나금융 당기 순이익 3조6천257억원 중 하나생명 이익규모는 101억원에 불과했다. 더욱이 올해 1분기 하나생명은 20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만큼 하나금융지주의 보험업 포트폴리오 확장은 절실한 셈이다.

 

현재 하나생명은 자산 6조3천265억원으로 업계 하위권이다. 하지만 17조1천434억원의 자산을 가진 업계 12위 KDB생명을 인수하면 총자산 23조5천억원에 달하는 거대 보험사로 단숨에 뛰어오르게 된다.

 

더욱이 보험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보험사 인수가 KDB생명이 끝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KDB생명 인수에 이어 또 다른 생명보험사를 추가로 인수해 생보업계 최상위권 보험사로 도약한다는 밑그림을 구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금융당국 및 금융권 일각에서는 가장 유력한 매물로 ABL생명을 꼽고 있다.

 

즉 하나생명과 KDB생명, 나아가 ABL생명까지 인수해 통합한다면 이는 국내 사상 최초의 보험 3개사 통합하는 사례로, 자산 30조원 이상의 국내 최상위권 보험사로의 도약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1조원 규모의 자금투입이 필요한 만큼, 하나금융지주가 자금 부담의 리스크를 감안해 M&A 협상과정에서 산업은행으로부터 유리한 조건을 챙길 여지가 크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금융업계는 KDB생명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보다는 민간 금융사인 하나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되는 것이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 발휘에 효과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 동안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저축성보험 판매에 주력해 온 하나생명과 달리 KDB생명은 보장성보험 위주의 상품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시너지 효과 창출에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내 실무진들 사이에서는 KDB생명 인수 계획에 상당한 반대의견이 있었다"면서 "경영진들이 이를 외면한채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단순 KDB생명을 인수하는데 그치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실제로 금융당국 및 금융권 경영진들 사이에서는 추가 인수대상으로 ABL생명이 거론되고 있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 인수를 위해 그동안 많은 자료를 수집해왔으며, 실제로 KDB생명측에 자료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것으로 안다"면서 "이번 KDB생명의 인수 추진 계획이 함 회장의 임기 중 최대 실험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하나금융지주는 KDB생명에 대한 본격적인 실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KDB생명은 지난 2017년 76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8년 64억, 2019년 345억원, 2020년 426억원, 2021년 232억원, 지난해 말 481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올렸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은 3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8% 증가했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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