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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사업자의 문어발식 확장과 갑질···시장 지배력 남용 막아야

골목상권까지 넘보는 '新블랙홀'···혁신이란 '미명' 아래 그동안 제재 받지 않아
규제 법안 10건 발의···스타트업 생태계엔 악영향 없는 정밀한 '외과수술' 필요

 

【 청년일보 】 플랫폼(Platform)이란 본래 기차 승강장을 의미하는 용어다. 지금은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칭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 같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플랫폼 사업자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검색 엔진의 대명사 네이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 인터넷 상거래업체 쿠팡, 온라인 배달업체 배달의민족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이라는 독특한 비즈니스 환경을 갖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기업들이 소비자라는 단일시장만을 상대로 했다면, 플랫폼 사업자는 공급자 역시 하나의 시장으로 삼아 양쪽에서 모두 이익을 창출한다.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생산도 영업도 필요없다. 이들의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장사를 할 수 없는 현실을 이용해 막대한 '통행세'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플랫폼 경제는 참여자가 많을수록 매력도가 올라가고, 매력도가 올라갈수록 더 많은 참여자를 끌어모으는 구조로 돼 있다. 이 같은 구조는 플랫폼 사업자의 영향력과 지배력을 높혀 승자독식, 다시 말해 독점(獨占)의 문제를 불러오게 된다.

 

지난 2009년 전 세계의 시가총액 상위 10위권에 랭크된 플랫폼 사업자는 2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9년에는 7개의 플랫폼 사업자가 포진하게 됐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오는 2025년 플랫폼 사업자의 매출액은 60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는 글로벌 기업 전체 매출액의 30%에 달한다.

 

디지털 전환(轉換), 즉 디지털 기술을 사회 전반에 적용해 사회구조를 혁신시키는 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이에 따라 플랫폼 사업자의 영향력과 지배력 역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서 이들의 독점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 여부가 세계적 고민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6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방거래위원회(FTC) 수장에 리나 칸 컬럼비아대 부교수를 임명하면서 플랫폼 사업자와 전쟁을 선포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 당국이 지난 4월 알리바바에 대한 수조원대의 벌금을 물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 역시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제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각종 감시와 견제를 받는 기존 대기업과 달리 이들은 혁신이란 미명 아래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있다. 특히 이들은 플랫폼을 통하지 않는 경제활동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온갖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골목상권까지 침해하는 신(新) 블랙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카카오다.

 

지난 13일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117개의 국내 계열사를 두고 있다. 해외 계열사 41개를 합치면 총 158개에 달한다. 지난 2016년 상반기 국내 49개, 해외 29개 등 총 78개의 계열사를 신고한 것에 비하면 5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는 무차별적인 신규 사업 진출에 따른 결과다. 

 

현재 카카오 계열사 중 회사 이름에 '카카오'가 붙은 주력 계열사는 10개 가량이다.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커머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가운데 지난 2016년에도 존재하던 계열사는 당시 갓 인수된 카카오게임즈 정도다.

 

카카오가 새로 시작한 사업은 부지기수다. 굵직한 분야만 해도 금융, 교통, 쇼핑, 엔터테인먼트 등을 꼽을 수 있다. 더구나 여기에서 가지를 뻗어나간 세부 사업은 일일이 세기도 쉽지 않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 들어 택시나 대리기사를 부를 수 있는 호출 플랫폼 '카카오 T'를 통해 여러 방면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해왔다. 지난 3월에는 세차업체, 정비업체와 손잡고 카카오 T를 통해 방문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내 차 관리' 서비스를 선보였다.

 

4월에는 기업 간 거래(B2B) 플랫폼 '카카오 T 비즈니스'를 통해 꽃, 간식, 샐러드, 도시락 등의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6월에는 카카오 T를 통해 퀵과 택배 시범 서비스도 시작했다. 소화물 중심의 물류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한 것이다.

 

최근 '카카오 당하다'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도 이 같은 문어발식 확장과 이로 인한 골목상권의 생태계 파괴 때문이다. 택시 호출에 대한 요금 인상 시도처럼 독점적 지위를 악용한 횡포도 나타나고 있다. 한마디로 카카오 성공 신화의 이면에는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 시장 독점 후 요금 인상과 같은 시장 지배력 남용의 문제가 숨어있는 것이다.

 

네이버 역시 마찬가지. 네이버의 올해 상반기 기준 계열사는 45개다. 5년 전의 58개와 비교하면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는 당시 포함됐던 일본 자회사 '라인'과 관계사들이 제외된 탓이다.

 

네이버 쇼핑은 지난해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 18.1%로 1위를 기록했으며, 올해 거래액은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네이버 파이낸셜은 금융·보험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대우, 신세계, 빅히트 등 업계의 주요 업체와 지분 투자 또는 교환 등으로 간접 진출하는 방식을 통해 규제를 우회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는 사업 영역을 확장할 때 '제로 가격'을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한다. 이후 시장 장악에 성공하면 유료화에 이어 요금 인상을 통한 수익화에 나선다. 이것이 바로 산업 생태계를 파괴하며 독점으로 가는 주요 '루트'다.

 

현재 국회에는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는 법안이 10건 정도 발의돼 있다. 플랫폼 사업자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대표적이다. 플랫폼 사업자의 소비자 보호 책임을 강화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도 있다.

 

이들 법안은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권한 문제, 관련업계의 반대에 부딪혀 수개월째 계류 중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최근 조속한 입법 의지를 내비치면서 법안들에 대한 논의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독점화된 플랫폼 사업자에게 중소 상공인은 물론 소비자 역시 저항하기 어렵다. 종속 관계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는 것은 '필요충분조건'이다.

 

다만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기 위해 스타트업 생태계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면 교각살우(矯角殺牛)가 될 수 있다.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 혁신과 미래 성장동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플랫폼 사업자의 횡포를 막는 정밀한 '외과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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