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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코로나19 속 ‘사각지대’...소외되는 장애인의 일상

 

【 청년일보 】지난 1월 20일 우한에서 입국한 코로나19 확진자를 시작으로 전국적인 확산세를 이어간 코로나19는 10월인 현재까지도 장기화 되고 있다.

 

전례 없는 비상사태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과, 청소년, 그리고 직장인을 포함한 많은 시민들은 나름대로 이 위기에 잘 적응해나가고 있다.

 

부족했던 마스크 수급 문제도 이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어 마스크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고, 처음엔 답답했던 KF94 마스크도 이제는 마치 몸의 일부처럼 당연하게 느껴진다.

 

혼란스러웠던 재택근무도, 대학교 온라인 강의도 익숙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지인들을 만나지 못하고, 음식점과 카페에 가기 어렵고, 헬스장에 쉽게 갈 수 없지만, 모두들 ‘집콕’하며 새로운 취미생활, ‘언택트’ 활동, ‘홈트’ 등을 통해 조금 불편하지만 나름대로 잘 적응한 모습이다.

 

그러나, 여기 그에 속하지 못한 사각지대의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들이다.

 

장애의 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코로나19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장애인의 삶 구석구석에 고통을 주고 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수많은 사례를 찾을 수 있었고 그 중 몇 가지에 대해 다뤄볼 것이다.

 

첫 번째는 지체장애인의 사례이다. 지난 2월, 지체장애 1급 김모(37)씨는 소속 단체(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활동지원사가 확진 판정을 받으며, 11일 간 혼자서 힘겨운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온몸이 마비되어 오직 왼팔 하나만 움직일 수 있었기에 보급품으로 받은 즉석 밥과 3분 카레를 먹는 일조차도 버거웠고, 지급된 생쌀과 생배추는 물론 가장 많이 보급된 라면도 모두 먹을 수 없었다.

 

애당초 가스레인지 불을 사용하여 조리를 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혹시나 조리를 하다가 다쳤을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공포스러운 일이었다. (출처: 국민일보 이슈 & 탐사 중증장애인 왼팔로만 버틴 11일의 자가격리. 2020.4.6.)

 

이렇듯 스스로 생활이 어려운 지체장애인들은 활동지원사가 없다면 식사, 목욕 등 기본적 생활자체가 유지될 수 없어 코로나19는 곧 생존의 문제로 이어진다.

 

장애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명목상으로만 보급품을 제공하는 것보다는 장애인의 상황에 맞는 실효성 있는 지원이 더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로 어려움이 있는 노인과 장애인들에게 ‘사회서비스원 긴급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의 돌봄 및 활동지원이 중단된 노인과 장애인에게 식사, 청소, 장보기와 같은 일상생활과 외부활동 지원이 제공되고, 자가격리 등으로 인한 서울시 운영 격리시설 입소자에게는 격리시설 내 돌봄인력이 지원된다.

 

더 나아가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또 다른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시행된다면 이들의 고통을 효과적으로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시각ž청각 장애인들의 어려움이다.

 

시각장애인들은 식당이나 카페에서의 QR코드(전자출입명부)와, 항균 필름에 덮인 엘리베이터 버튼을 사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전자출입명부 QR코드의 15초라는 너무 짧은 제한시간으로 몇 번이고 실패하거나, 엘리베이터 버튼의 점자를 항균필름이 가로막아 층수를 알 수 없어 엉뚱한 층에 내리기도 한다.

 

다수의 비장애인을 위한 정책과 방법이 소수의 장애인에게는 차별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일괄적인 지침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대안이 필요하고 생각된다.

 

청각장애인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들은 의사소통을 할 때 수어 뿐만 아니라 입 모양과 표정을 모두 활용하여 내용을 파악해야 하는데, 입을 가리는 마스크는 입 모양과 표정을 알 수 없어 내용파악에 혼란을 준다.

 

그 대안으로 입 부분이 투명필름으로 제작된 마스크를 사용하면 효과적이지만, 아직은 제작 초기단계로 미흡하여 방역기능을 신뢰할 수 없고, 필름에 김이 서리기도 하며, 비싼 가격이 부담이 된다는 한계점이 있어 이를 대중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세 번째는 신장장애인들이 겪는 생명의 위협이다. 신장장애인은 면역기능이 현격히 떨어져 코로나19에 취약할뿐더러, 혈액투석을 제 때 받지 못한다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병원에서의 환자 수용이 어려워지자 투석을 받을 수 없어 생존의 문제로 이어졌다. 해외입국으로 자가격리라도 하게 된다면 더더욱 문제가 커진다.

 

따라서 국가차원에서 신장장애인의 현황을 파악하여 혈액투석을 위한 기관을 충분히 제공하고, 해당 기관에는 적절한 지원을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온라인 수업에서 시각ž청각 장애 학생들은 음성 또는 자막 프로그램이 미흡하여 학습에 제약을 받았다.

 

척수장애인들은 활동 부족으로 인한 관절 구축으로 신체적ž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시각장애인들은 선별진료소에서 수어 통역을 제공하지 않는 탓에 의사소통이 불가능했으며, 방송에서도 수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아 코로나19 관련 정보 획득이 제한되기도 했다.

 

복지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과 그 가족 역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

 

장애인 인권을 위한 다양한 단체들의 뉴스와 인터뷰를 찾아보며 필자의 머릿속에 박힌 것은, 대부분이 하나같이 ‘메르스 이후로 달라진 점이 없다.’ 라고 언급한 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이 있다. 지금은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하는 시점이다. 앞으로도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는 팬데믹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생활 곳곳의 어려움을 연구하여, 현재의 불합리함은 뜯어고치고,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은 새로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비장애인이 ‘다수’라고 해서 ‘소수’인 장애인이 소외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소외들은 쌓이고 쌓여 결국 이들을 ‘코로나 블루’를 넘어선 ‘코로나 블랙’에 빠지게 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보여줄 최적의 타이밍이 아닐까.
 

 

【 청년서포터즈 3기 여 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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