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서울상공회의소.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41249/art_17334673594464_591cff.jpg)
최근 정년연장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경영계는 정년연장이 청년층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는 반면, 노동계 내에선 노후 소득 공백 문제 해소를 위해서라도 정년연장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노사간 첨예한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과 함께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입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上) 고령화가 불러온 '정년연장'…정치권 논의 '급물살'
(中) "점진적 도입 vs 법제화"...정년연장 둘러싼 재계·노동계 '시각차'
(下) "세대 갈등 촉발 우려"…정년연장 '사회적 합의' 우선
【 청년일보 】 초고령화와 청년 일자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사회에 정년연장이 뜨거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재계와 노동계는 큰틀에서의 정년연장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그 속도와 방법에 대해선 시각차를 나타내고 있는 양상이다.
◆ 대한상의·한경협 등 재계 "점진적 및 자율적 정년연장"
8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경제에 미칠 여파와 청년 일자리 문제를 거론하며 대체로 점진적인 정년연장을 주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지난 4일 발간한 '일본의 고용연장 사례로 본 한국 고용연장 방안' 보고서에서 "일자리 상황이 열악한 한국에서 일률적인 정년연장을 시행하면 자칫 청년 일자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정년연장은 시기상조로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일본은 2023년 기준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를 나타내는 신규구인배수가 2.28개로 일자리가 풍족한 상황에서 2025년 65세 정년연장이 의무화된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가 0.58개로 일자리 상황이 열악해, 정년연장으로 기성세대 은퇴가 늦어지면 청년 취업 기회가 감소할 수 있다고 대한상의는 우려했다.
일본은 2006년 65세 고용연장 제도를 도입하면서 일률적 정년연장이 아닌 60세 정년폐지, 정년연장, 계속고용(재계약) 중 기업 여건에 맞는 제도를 선택하게 했다.
그 결과 일본 기업의 69.2%는 60세 정년을 유지한 채 65세까지 계속고용방식을 채택했으며, 특히 301인 이상 대기업의 81.9%가 계속고용방식을 도입했다.
또 일본은 2000년부터 2025년까지 3단계에 걸쳐 점진적으로 65세 고용을 정착시켜 기업 현장의 부담과 노동시장 부작용을 최소화했다.
반면 한국은 정년을 65세로 일률적으로 연장하는 법안 개정(고령자고용촉진법)이 주를 이루며, 제도 정착 기간으로 5∼8년(2025∼2033년)을 두고 있다.
이런 점을 참고해 대한상의는 노동시장에 부작용 없이 60세 이상 고용이 정착하려면 점진적 및 단계적, 자율적 고용연장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인구성장 끝 세대인 1990년대생의 노동시장 진입 후 점진적 고용연장 시행 ▲고용연장 노력과 노사 합의로 선별적 고용연장 ▲다양한 고용연장 방식에 대한 자율성 부여 등이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은 지난 2일 김현석 부산대학교 교수에게 의뢰해 작성한 '정년연장에 따른 비용 추정 및 시사점' 연구용역 보고서를 통해 정년을 65세로 연장할 경우 60∼64세 근로자의 추가 고용에 따른 비용을 추산한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데이터를 활용해 65세 정년연장으로 늘어나는 60∼64세 정규직 근로자 수에서 정년연장이 도입되지 않더라도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60∼64세 근로자 수를 차감해 정년연장의 적용규모를 추정했다.
그 결과 65세 정년연장 도입 1년 차에 60세 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이 연장되면 추가 고용되는 규모는 5만8천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도입 5년 차에는 60∼64세 모든 연령대의 정규직 근로자가 정년연장 적용 대상이 돼 추가 고용규모도 59만명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65세 정년연장으로 근로자의 고용을 64세까지 유지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간접비용 포함)을 산출한 결과 65세 정년연장 도입 1년 차 60세 정규직 근로자의 추가 고용 비용은 3조1천억원으로 집계됐다.
60∼64세 모든 연령대의 정규직 근로자가 정년연장의 적용 대상이 되는 도입 5년 차에는 비용이 30조2천억원까지 불어났다.
한경협은 이와 관련 "정년연장에 따른 60∼64세 추가 고용 비용 30조2천억원은 25∼29세의 월평균 임금 기준으로 약 90만2천명의 청년층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한경협의 결과발표는 대한상의가 우려하는 일률적 정년연장으로 인한 기업 부담 및 청년 일자리 축소 우려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현석 교수는 "업종별, 기업별 사정에 따라 고령 근로자의 지속적인 고용 필요성이 다르므로 정년과 관련한 사항은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계단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65세 정년연장 법제화 국회입법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41249/art_173346748064_2abd15.png)
◆ 한국·민주노총 등 노동계 "일률적 정년연장"
경영계의 점진적 정년연장 주장과는 달리 노동계는 일률적 정년연장을 위해 정년연장 법제화를 촉구하고 있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연령과 정년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으로 압축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은 지난 3일 국회 본청 앞에서 '국민연금 수급 개시연령과 연계한 65세 정년연장 법제화 국회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65세 정년연장 법제화를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노후소득 공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민연금 수급 개시연령에 맞춘 정년연장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영계가 내세우는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변경을 전제로 한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이 아니라 보편적 및 일률적 정년연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 측은 "우리 사회의 급격한 노인 부양비, 심각한 생산가능 인구감소, 고령 퇴직자의 소득절벽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설계하고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고용안정과 양질의 일자리가 청년과 고령자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노총은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은 쉽게 해고할 수 있는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임금하락과 노동조건을 크게 후퇴시킬 수 있다”며 “여야협치를 통해 2025년 이내 정년연장 법제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의 양경수 위원장도 "일하던 사람이 같은 고용형태를 유지하면서 정년만 연장되는 방향이 옳다"는 입장이다.
양 위원장은 지난달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오래 일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연금 수급 연령이 높아져 생길 소득공백을 생각하면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니, 양질의 일자리 확대와 노후생활 보장이란 (두마리)토끼를 잡을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1999년부터 사회적 대화에 불참해 왔고, 이에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진행되는 사회적 대화 등에는 한국노총만 노동계 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철회 및 탄핵 정국에서 한국노총 측이 정부가 만든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관련 논의는 파행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 청년일보=최철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