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2026년 5월, 서울 양천구의 한 모텔에서 아이를 혼자 낳은 20대 여성이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출산 후 119에 신고했으나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아이는 이미 숨져 있었다. 이 사건이 어떤 결론에 이를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영아살해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반복되는 한 가지 장면은 분명하다. 수사와 사회적 비난은 주로 친모에게 집중되고, 임신과 출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상대적으로 덜 조명된다. 친부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여성은 왜 의료기관에 접근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질문은 쉽게 사라진다. 범죄를 처벌하는 것과 범죄가 발생한 조건을 묻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 생각된다. 과연 우리 사회는 이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까. ◆ 아이는 혼자 만들어지지 않는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영아살해죄로 판결된 1심 판결문 46건을 분석한 한국교정학회 연구에 따르면, 영아를 분만 후 24시간 이내 살해한 사례는 40건에 달했다. 가해자는 대부분 국내 평균 출산 연령보다 어린 친모였으며, 판결문에서 친부의 존재가 언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영아살해의 직접 행위자는 대부분 친모이기에 형사 책임 역시 친모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 청년일보 】 지난 6월 3일 실시된 제 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둘러싼 참정권 침해 논란이 뜨겁다. 이번 사태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전국 91곳의 투표소에서 총 7,194장의 투표용지를 즉시 제공하지 못한 사건으로, 투표율 예측 실패와 지역별 투표용지 배분 부실이 그 원인이었다. 이는 헌법 제24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에 명시된 국민의 선거권(참정권)을 침해하는 공권력의 행사로, 단순한 행정 실수라 볼 수 없다. 민주주의의 핵심 절차를 관리해야 할 헌법기관이 오히려 그 절차의 신뢰를 훼손한 것이기 때문이다. 참정권이 왜 이토록 중요한 문제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것을 어떤 과정을 거쳐 획득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에서 참정권은 단순한 권리가 아니라 주권자가 국가권력을 심판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1960년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는 득표율 조작과 투표함 바꿔치기로 선거 결과 자체를 위조했고,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4·19 혁명을 일으켰다. 박정희 정권은 1972년 유신헌법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아예 폐지하고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간선제 구조 안에 권력을 영구적으로 가뒀다. 그로부터 15년, 1987년
【 청년일보 】 5·18 광주 민주화운동 46주년 기념일인 5월 18일, 스타벅스코리아는 앱을 통해 '탱크데이'라는 이름의 이벤트를 열었다. 탱크 텀블러 상품을 할인 판매하면서 홍보 포스터에는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함께 실었다. 논란이 일자 스타벅스는 "의도하지 않은 기획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탱크'라는 단어 하나만이었다면 우연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포스터 안에는 두 가지 이상의 역사적 맥락이 동시에 존재했다. '탱크데이'는 5·18 당시 계엄군이 광주 시내에 투입한 탱크를, '책상에 탁!'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이 사망 원인을 은폐하며 내뱉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말을 정확하게 연상시킨다. 5월 18일이라는 날짜, 탱크, 그리고 박종철. 이 세 가지가 한 장의 포스터 안에서 만난 것을 과연 우연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논란이 일자 스타벅스는 '탱크데이'를 '탱크 텀블러 데이'로, '책상에 탁!'을 '작업 중 딱~'으로 수정했다. 그런데 이 '작업 중 딱' 역시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에서 통용되는 유행어라는 사실이 곧 지적됐다. 수습을 위해 바
【 청년일보 】 노동운동은 본래 약자의 언어였다. 열악한 작업환경, 저임금, 부당해고에 맞서 집단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파업과 단체교섭의 출발점이었다. 한국에서도 1970~80년대 노동운동은 산업화의 그늘 속에서 기본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저항의 역사였다. 그러나 오늘날 언론이 조명하는 노동운동의 장면은 사뭇 다르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원청을 향해 총파업을 예고한다. 이러한 뉴스를 접한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며, "배부른 소리 한다"는 댓글이 가득하다. 이 온도차는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노조에 대한 대중의 불신은 단순한 오해나 반노동 정서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 안에는 구조적으로 누적된 불만과 이질감이 자리한다. ◆ 균열하는 노동 오늘날의 노동은 단일한 계층이 아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생산직과 사무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종사자, 사회초년생과 정년을 앞둔 중장년층이 각기 다른 이해관계 위에 서 있다. 정년 연장 요구는 청년층의 진입 기회를 잠식하고, 기본급 인상 투쟁은 같은 사업장 내 비정규직에게는 남의 일이 된다. Rueda를 비롯한 학자들은 이를 노동시장 이중화로 설명한다. 내부자(insiders)인 정
【 청년일보 】 1892년 독일의 풍자 잡지 '플리겐데 블래터'에 실린 한 그림이 있다. 오리로도, 토끼로도 읽히는 이 그림은 훗날 비트겐슈타인이 '철학 탐구'(1953)에서 "~임을 봄(seeing that)"과 "~으로 봄(seeing as)"의 인식론적 차이를 설명하는 데 인용하면서 철학적 아이콘이 되었다. 이 그림에서 동일한 대상을 두고 어떤 이는 오리를, 어떤 이는 토끼를 본다. 그리고 각자는 자신이 본 것만이 불변의 진실이라 확신한다. 이 은유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소수자 혐오 담론에도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세계가치조사(WVS)와 장애인실태조사(2005) 등 주요 데이터는 소수자에 대한 불관용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실의 체감은 오히려 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듯하다. 즉, 어떤 이에게 한국 사회는 나아지고 있는 곳이고, 어떤 이에게 이곳은 여전히 혐오의 공간이다. ◆ 오리…데이터로 본 소수자 인식 세계가치조사(WVS, 1990–2018)와 한국 장애인실태조사(2005–2020)를 교차 분석하면, 한국 사회 소수자 인식의 뚜렷한 개선 추세가 확인된다. 이주민을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다는 응답은 1990년 46.6%에서
【 청년일보 】 아무도 죽음을 예상하며 타지로 일하러 오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주노동자의 죽음은 3D(Dirty, Dangerous, Demeaing) 업종에 이어 'Death'를 포함한 4D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만큼 구조화된 현실이 되었다. 2024년 국가인권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 사망률은 내국인의 2.2~3.6배에 달했다. 왜 이들의 죽음은 이토록 빈번하며 지워지는 것일까? 한국의 산재보험 제도는 형식적으로는 이주노동자에게도 차별 없이 적용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유족이 그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과정에는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장벽이 작동한다(강명주 외, 2025). ◆ 첫 번째 장벽…산재 신청의 제약 이주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유족에게 가장 먼저 접근하는 것은 지원기관이 아닌 사측 변호사 또는 브로커이다. 브로커들은 합의금 수수료를 목적으로 유족에게 접근하며,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불법 체류자이므로 보상받기 어렵다'는 허위 논리로 합의를 강요하기도 한다. 사측은 대사관과 연계해 공상 합의를 종용하거나, 유족의 동의 없이 시신을 화장·송환하는 방식으로 산재의 흔적을 지우는 사례도 보고된다. 여기에
【 청년일보 】 매 지방선거를 앞두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광경이 있다. 국회의원 배지를 단 이들이 의원직을 내려놓고 시도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는 것이다. 언론은 '사퇴서 일괄 제출', '보궐선거 예정'을 담담히 보도한다. 그러나 정작 물어야 할 질문은 끝내 던지지 않는다. 유권자가 4년을 위임한 대표가, 더 나은 자리가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임기 중에 자리를 떠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청년 세대에게 이 광경은 결코 낯설지 않다. 우리는 취업 시장에서 'MZ 세대', '요즘 애들'이라는 프레임 아래에 이기적이고, 끈기가 부족하고, 예의 없다는 이미지로 조롱받는다. 권위적인 업무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면 도의적 비난을 감수해야 하고, 이직은 철저한 자기 검열의 결과여야 한다. 그런데 국민이 직접 뽑은 대표자는 임기 중간에 더 좋은 자리가 눈에 띈다는 이유만으로, 어떠한 사회적 비난도 없이 자리를 옮긴다. 민간에서라면 서슴없이 '먹튀'라 불릴 행동이, 정치판에서는 '용기 있는 도전'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이 모든 일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버젓이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헌법은 국회의원의 겸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은 예외로 열어두
【 청년일보 】 과거 대한민국 고도성장기를 상징하던 '개천에서 용 난다'는 격언은 이제 통계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개인의 노력보다 타고난 환경이 경제적 성취를 결정하는 '수저 계급론'이 단순한 체감을 넘어 실증적인 수치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역 간 인구이동과 세대 간 경제력 대물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계층 이동 사다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자산의 영향력과 지역 격차라는 거대한 장벽이 놓여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세대가 젊어질수록 경제력 대물림 현상이 강해졌다는 점이다. 세대 간 계층 이동성을 측정하는 소득백분위 기울기(RRS)를 분석한 결과, 1970년대생 자녀의 소득 RRS는 0.11에 불과했으나 1980년대생에 이르러서는 0.32로 약 3배 급등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자산의 대물림이 소득보다 훨씬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80년대생의 자산 RRS는 0.42에 달하는데, 이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동산이나 금융 자산이 자녀의 경제적 출발선을 근본적으로 다르게 설정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제 자산은 단순한 부의 척도를 넘어 세대 간 계급을 고착화하는 결정적인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 청년일보 】 한국 사회에서 가족 간병은 오랫동안 미덕과 도리라는 숭고한 언어 뒤에 숨겨진 여성의 눈물겨운 희생을 담보로 유지되어 왔다. 유교적 전통에 기반한 가부장적 관습은 돌봄의 책임을 특정 성별, 특히 며느리와 딸의 몫으로 당연시해 왔으며, 이러한 구조적 불평등은 '효(孝)'라는 문화적 규범 아래 무급 노동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냉정하게 질문해야 한다. 한 개인의 신체적, 경제적 안녕을 무너뜨리며 유지되는 돌봄이 과연 건강한 공동체의 모습인지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한국에서 노부모 간병은 여전히 공적 영역보다는 사적 영역인 성인 자녀의 어깨에 지워져 있다. 특히 장남의 배우자인 며느리가 간병의 중심축을 담당해 온 전통적 구조는 최근 딸들의 참여가 늘어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도 여전히 견고하다. 문제는 이러한 비공식 간병(informal care)이 사회 제도적 뒷받침보다는 관습에 의존하면서, 돌봄 주체인 여성의 노동 가치를 무상으로 편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간병은 단순히 시간을 할애하는 정적인 활동이 아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일으켜 세우고 수시로 수발을 드는 과정은 상당한
【 청년일보 】 대한민국 의료보장 시스템의 핵심 축인 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제도는 고액의 진료비와 장기 치료가 필요한 특정 질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05년 도입되었다. 암, 심뇌혈관질환, 희귀 및 중증난치질환 등 국가가 지정한 중증질환에 대해 본인부담률을 0~10%로 파격적으로 낮춘 이 제도는, 이른바 '재난적 의료비'로부터 가계를 보호하는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 효율성과 형평성, 그 접점에서의 고민 산정특례 제도는 늘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성과 치료의 형평성이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안에서 특정 소수에게 혜택을 집중하는 것이 전체 가입자의 이익과 상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의료의 본질적 가치가 생명 존중에 있다면, 고가의 신약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환자들을 위한 국가적 지원은 선택이 아닌 형평성을 실현하는 필수의 문제다. 그럼에도 현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절박하다. 산정특례가 적용되더라도 비급여 항목이나 선별급여는 혜택에서 제외되며, 특히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급여권 밖의 고가 신약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여러 신약을 병용하며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내하고 있으며,
【 청년일보 】 민주주의는 모든 시민에게 평등한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고 다수의 선호가 제도적 의사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설계된 정치 체제이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사회,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으며, 전통적으로 민주주의는 사회적 약자 보호와 평등 증진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 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실제 현실은 이러한 이상과 거리가 멀다. 민주주의적 제도가 존재하더라도 불평등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거나 오히려 심화되는 사례는 적지 않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소득 불평등과 노인 빈곤율이 높은 국가에 해당한다.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서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재확인된다. 2024년 기준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25로 전년보다 소폭 증가하였고, 상대적 빈곤율은 15.3%, 특히 66세 이상의 은퇴연령층은 37.7%로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재분배 전후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조세와 이전소득을 통한 불평등 완화 효과가 OECD 평균보다 낮다는 기존 평가를 다시 한번 입증하는 결과이다. 자산 불평등 역시 심각하다. 2025년 조사에서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 6,678만 원이었으나, 상위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