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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의료 안전망으로서의 산정특례 제도

 

【 청년일보 】 대한민국 의료보장 시스템의 핵심 축인 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제도는 고액의 진료비와 장기 치료가 필요한 특정 질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05년 도입되었다. 암, 심뇌혈관질환, 희귀 및 중증난치질환 등 국가가 지정한 중증질환에 대해 본인부담률을 0~10%로 파격적으로 낮춘 이 제도는, 이른바 '재난적 의료비'로부터 가계를 보호하는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 효율성과 형평성, 그 접점에서의 고민

 

산정특례 제도는 늘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성과 치료의 형평성이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안에서 특정 소수에게 혜택을 집중하는 것이 전체 가입자의 이익과 상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의료의 본질적 가치가 생명 존중에 있다면, 고가의 신약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환자들을 위한 국가적 지원은 선택이 아닌 형평성을 실현하는 필수의 문제다.

 

그럼에도 현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절박하다. 산정특례가 적용되더라도 비급여 항목이나 선별급여는 혜택에서 제외되며, 특히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급여권 밖의 고가 신약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여러 신약을 병용하며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내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또 다른 형태의 치료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재정 건전성을 위한 장치도 간과할 수 없다. 경제학적으로 본인부담금이 낮아지면 환자의 비용 의식이 약해져 불필요한 의료 이용이 증가하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는 곧 건강보험 재정의 한계비용을 급격히 상승시켜, 정작 보장이 시급한 다른 중증 환자들에게 돌아갈 재원을 잠식할 수 있기에 문제가 된다.

 

이를 제어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환자에게 일정 수준의 비용을 부여하는 본인부담금 제도를 병행하고 있다. 산정특례는 이 부담률을 극단적으로 낮춰주는 예외적 장치인데, 이는 고액의 비용이 드는 중증 질환의 경우 환자가 자의적으로 의료 소비를 늘릴 여지가 적고, 오히려 비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사회적 손실이 더 크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 2026년, 희귀·중증난치질환 지원 정책

 

2026년 현재, 정부는 효율성 지표에만 매몰되지 않고 질병의 고통에 응답하는 진화된 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희귀·중증난치질환 지원 강화방안'은 의료 안전망의 외연을 획기적으로 확장했다. 주요 골자는 ▲보장성 확대와 사각지대 해소 ▲신약 등재 패스트트랙 도입 ▲공급 안정성 강화 등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현재 10% 수준인 본인부담률을 단계적으로 최대 5%까지 추가 인하하고, 선천성 기능성 단장증후군 등 70여 개 질환을 특례 대상에 신규 편입한다. 또한, 저소득층 지원사업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하여 실질적인 경제적 구제책을 마련한다.

 

아울러 고가 치료제의 급여 적정성 평가 및 협상 기간을 현행 240일에서 100일로 대폭 단축한다. 이 밖에 정부가 직접 긴급도입 및 주문제조 품목을 확대하여 해외 의존도가 높은 희귀질환 치료제의 수급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한다.

 

◆ 지속 가능한 의료 안전망을 위하여

 

정부의 이번 강화방안은 재정이 없다는 이유로 뒷걸음질 치기보다, 적극적인 재원 확보를 통해 환자들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산정특례 제도의 성패는 무엇보다 재원 확보를 위한 사회적 합의에 달려 있다. 단순히 혜택을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건강보험 재정의 한계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우선순위 설정이 병행되어야 한다.

 

정부는 고가 신약의 급여화 과정에서 제약사와의 위험분담제(RSA) 등을 통해 재정 위험을 분산하고, 환자는 책임 있는 의료 이용을 통해 제도의 존속을 도와야 한다. 재정의 효율적 운용이 형평성 있는 보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때, 산정특례 제도는 비로소 국민 모두의 삶을 지키는 진정한 의료 안전망으로 거듭날 것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이나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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