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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정돈된 체계가 만드는 의료 정의, 혼란의 이원화를 넘어 안전으로

 

【 청년일보 】 의료의 4원칙 중 가장 오해 받는 개념은 정의이다. 도덕적 옳음이 아닌, '한정된 의료 자원을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분배하자'라는 시스템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 체계의 도입은 보건의 향상을 이끌었다. 국민보건서비스 법(영국, 1946)을 제정하며 의료를 사회적 책임으로 규정했고, 플렉스너 리포트(미국, 1910)를 통해 의학 교육이 과학적 원리와 연구 프로토콜을 따르도록 개혁했다. 한국은 어떨까? 혁신적인 의료 보험 제도를 도입했으나, 모호한 이원화 체계는 자원의 효율적 운용, 즉 정의를 저해하는 요소가 되었다.

 

한국은 의료법 제2조에 따라 현대 의학과 한방을 별개의 영역으로 법제화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그 경계가 모호하다. 한방은 국제 기준에서 보충·대체 의학으로 분류되며, '한약(생약)제제 등의 품목 허가·신고에 관한 규정' 제24조에 따르면, '동의보감'을 비롯한 한약서에 실린 품목이면 안전성, 유효성 심사가 제외된다. 현대 의학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지만 4체액설을 적용하지 않는다. 과거의 지식을 의심하고 증명한다. 3상 임상시험 등 엄격한 근거 중심 의학을 기초로 한다.

 

현대 의학은 세계 어디에서나 환자의 경과를 SOAP 형식으로 기록하며, 객관적인 수치와 검사를 바탕으로 한다. 한방은 용어 및 성분의 표현이 독자적이라, 이를 배우지 않은 의사로서는 신속한 처치가 어렵다. 2021년, 통풍 치료제로 판매된 '동풍산'에는 1일 최소 복용량의 2.4배에 달하는 스테로이드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급격한 체중 증가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모호한 체계로 인한 피해는 의료진과 환자에게도 전가된다. 2018년, 봉침 시술로 아낙필락시스 쇼크가 발생하자 한의사는 근처 가정의학과 전문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의사가 처치에 나섰으나 환자는 사망하였고, 해당 의사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받았다.

 

응급 상황 시 책임의 소재가 불분명함은 물론, 소통의 어려움 속에서 불필요한 중복 진료 및 전원(transfer)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한방의 정체성이 분명 존재하는데, 부작용과 응급 상황을 현대 의학적 인프라에 의존하며 혼란한 의료 이원화가 만들어졌다. 바람직한 의료 체계 내에서라면 정확한 소통이 가능한 연계 체계가 존재해야 한다. 모르는 영역에 대한 부적절한 처치. 여기에서 비롯된 예방 가능한 피해 및 의료 자원의 비효율적 소모. 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시스템적 분리가 필요하다.

 

철저한 이원화는 한방 고유성을 인정하며 진정으로 보건의료 체계를 향상하는 방안이다. 한방 진료 중에 발생한 문제는 같은 교육과정을 공유하고 그 원리에 정통한 한방 대학병원, 한방 응급실로 연계되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급성 안면 마비 환자가 왔다면 의사는 Bell's Palsy로 진단하여 신경 손상의 정도를 파악하고 항바이러스제를 프로토콜대로 처방할 것이다. 한방에서는 구안와사로 진단, 침과 뜸, 한약을 처방할 것이다. 이렇듯 환자를 파악하는 체계, 처방, 근거가 다르다. 완결된 한방 전문 연계 체계 구축은 한방을 선택한 환자 자율성을 존중하는 길로도 작용한다.

 

한방이 국제기준과 다른 정체성을 고수하며 동의보감 등 고전 문헌 기반 진료를 수행한다면, 그 도구 또한 해당 원리를 사용하여야 한다. 국가는 기존 방식을 존중하였기에 안전성 검증을 면제해 주었다. 그런데 현대 의학의 성과물을 선별적으로 사용한다면, 이는 한방 학문적 근거를 부정하는 모순이며, 동시에 의료 이원화의 경계를 더욱 모호하게 만든다.

 

모호한 이원화는 단순한 용어 차이를 넘어 연계, 진단, 치료, 책임 소재까지 해친다. 만성 질환의 지속적 관리 및 전문의 연계의 역할을 수행하는 1차 의료가 한 예시다. 현대 의학적 근거 중심 관리와 상호 운용이 가능한 의료 정보 연계 고려가 결여된 한방 주치의제의 시행은 최악의 경우, 진료의 연속성을 해쳐 오히려 의료 사각지대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역할과 책임의 명확한 분리를 통해 의료 체계적 혼란을 줄이는 것, 그것이 건전한 의료 정의의 시작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정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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