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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의료서비스의 방향을 묻다: 사람을 먼저 보는 의료

 

【 청년일보 】 한국 의료의 큰 장점은 높은 접근성과 우수한 의료기술이다. 증상이 생기면 당일에도 병원을 방문할 수 있고, 검사 결과는 금세 나온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를 제공하고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이에 따라 본문에서는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되는 여러 제도적 대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환자 맞춤형 의료란 의학 서적에 명시되어 있는 획일적인 처방과 검사를 반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즉, 처한 환경과 유전자 등 개개인의 특성 그리고 니즈를 고려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속 쓰림을 호소하는 모든 환자에게 일괄적으로 제산제를 처방하는 대신 Pepsinogen I, PG I·PG II 비율, Gastrin-17 검사를 처방하고 나이와 기타 증상을 고려하여 저산증은 아닐지 판단하는 것이다.

 

또한 환자의 말을 신뢰하는 의료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Free T4과 TSH, TPO Ab 수치가 정상범위여도 갑상선기능항진증 혹은 저하증 증상이 발현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 환자는 지속적으로 증상을 호소하게 되는데 검사상 수치는 정상이다.

 

사실 이 수치들이 보여주는 건 현재 혈액 속 호르몬 농도이며, 호르몬이 잘 작용하고 있는지나 세포가 호르몬을 잘 받아들이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이런 경우,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건 증상 완화를 위한 또 다른 접근 아닐까?

 

도서 '연결된 고통'에는 환자가 직감적으로 갑상선 문제를 의심하며 추가 초음파 검사를 요청하지만, 담당 의사는 혈액검사가 반복해서 정상이라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던 실사례가 나온다. 이후 초음파 검사에서 악성 종양이 발견되는데, 이는 환자의 증상과 직감을 충분히 듣는 과정이 중요한 진단 단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예시와 같은 상황에서 의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의사와 환자 간 신뢰관계가 무너질 수 있고 환자는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환자 중심 접근의 부재는 과잉진단과 과잉치료 논란에서도 반복된다. 대표적인 예가 갑상선암이다. 일정 크기 이하의 갑상선암은 추적 관찰이 가능함에도, 여전히 '암'이라는 진단명 하나로 수술이 당연시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고령 환자라면 수술이 가져올 이득과 위험을 더욱 신중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수술 여부를 일률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의 위험과 부작용, 수술을 하지 않았을 때의 경과를 환자와 가족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함께 판단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공유된 의사결정은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의료일 뿐 아니라, 1인당 의료비 지출 증가율을 늦추는 의의도 지닌다.

 

한국 사회는 본격적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1인당 의료비 상승률은 OECD 평균보다 약 3.3%p 높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제는 의료의 질을 계속 끌어올리는 방식만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의료계 내부에서도 나온다. 최근 특강에서 만난 의사 A는 '이제는 같은 질의 의료를 더 적은 비용으로 제공하는 구조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 해답 중 하나가 예방의료다. 만성질환을 조기에 관리하고, 생활습관 개선을 의료 시스템 안에서 도우면 입원율을 낮출 수 있다. 평소 면역력을 증진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코로나19같은 감염병이 닥쳤을 때, 감염률을 줄일 수 있다.

 

이로써 국민 개인의 건강이 증진되며 건강형평성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의료비 지출의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에서 의사 한 명이 이를 모두 감당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다학제적 접근이 중요하다. 다학제적 접근이란 의사뿐 아니라 임상간호사, 재활 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이 한 팀을 이뤄서 환자를 입체적으로 치료하는 방식이다. 의사가 질병 위험 평가와 진료 계획을 주도하고, 간호사는 예방 교육을 담당하며 영양사와 운동치료사는 식습관 및 신체활동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식으로 업무분담하는 것이다. 이러한 효율성을 기반으로 예방의료가 원활히 실행될 수 있다.

 

의료진이 환자를 돕고 싶어도, 퇴원 이후 환자를 맡아줄 시설이나 연계 시스템이 없는 경우도 많다. 다학제적 접근을 한다면 사회복지사의 빠른 개입이 가능하고, 보건소에 연계된다면 지역사회 기반의 가정방문 의료로 관리가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이 갖춰지면 환자들의 예후가 좋아질 뿐 아니라, 응급실 과밀 현상도 줄어든다. 그 결과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이 빠르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다학제적 접근은 '여러 진료과를 전전하다가 결국 질환이 낫지 않는 문제'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도서 '연결된 고통'의 40대 남성이 허리 통증, 변비, 실신 같은 증상에 각각 정형외과, 대장항문외과, 신경과를 방문했다면 끝내 원인을 찾기 어려웠을 텐데, 통합적으로 접근한 의사 덕분에 실신의 원인을 발견한 것처럼 말이다.

 

특히 노인들은 복합적 건강문제를 지닌 경우가 흔하기에 다학제적 접근이 핵심적이다. 작년 여름,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소속 사업단이 주최한 '노쇠·근감소증 환자중심 다면적·다학제 통합의료 정책공청회'의 주제가 다학제 통합적 관리체계였던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전인적 관리다. 질병을 보기 전에, 그 질병으로 인해 삶을 잠식당한 사람을 먼저 보는 의료. 환자가 말하는 증상을 믿고, 환자의 상황과 니즈에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의료가 필요한 건 이 때문이기도 하다.

 

전인적 접근의 필요성은 특히 치료제가 없거나 치료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희귀·만성질환 환자들에게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들이 받는 진료는 대개 정기적인 채혈과 합병증이 생기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검사에 머문다. 필요하면 진통제 같은 대증치료가 추가된다.

 

일례로 필자는 1형 당뇨로 대학병원을 두 곳 이상, 20년 이상 다녔다. 하지만 진료 현장에서는 혈당 관리나 수치 중심의 평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환자의 일상생활과 연결된 다양한 증상과 그 의미를 충분히 다루기 어려웠다. 서류기록을 뒤지다가 신경과에서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라는 질병 코드를 받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당뇨가 있으면 통증 민감성이 높아지고 위장 운동성이 느려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발병 21년 차가 되어서였다. 전인적 접근을 보다 중시하는 가정의학과를 방문한 뒤에야 가능했던 이야기다. 특정 병원이나 의료인을 비판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이것이 상급종합병원 진료의 현실이기도 하다.

 

물론 한계는 분명하다. 의사들이 '3분 진료'를 원해서 짧은 진료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아닐 때도 많으며, 개인 의원에서는 다학제적 접근이나 예방의료 제공이 쉽지 않다. 그러나 이는 고병수 제주형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추진위원장이 이야기하듯, 외국의 주치의 제도나 여러 과 전문의가 한 팀으로 개원하는 형태를 참고함으로써 보완할 수 있다.

 

종합병원이든, 개인 의원이든 결국 중요한 것은 환자를 '수치'가 아닌 사람으로 바라보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의료가 사람의 삶을 지켜주고자 한다면 의료 서비스는 단순한 치료를 넘어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환자 맞춤형 의료, 예방의료와 다학제적 접근, 지역사회 연계, 전인적 접근. 이러한 변화가 모이면,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하고 따뜻해질 것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임승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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