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일보 】 지난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30분께 대한민국을 요동치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계엄이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대다수의 국민들은 "가짜 뉴스냐"라며 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비상계엄은 사실이었다.
계엄군들은 헬기를 동원해 국회에 들이닥쳤고, 국회 보좌관 등 실무진들 주변 시민들 그리고 야당 국회의원들은 계엄군의 국회 진입을 온 몸으로 막아섰다.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된 광경은 아찔한 순간들을 연출했다.
국민 모두가 염원하며 이뤄낸 민주주의 체제와 이에 대한 국민들의 자부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비상계엄은 2시간 30여분 만에 국회 의결을 거쳐 해제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후폭풍은 거셌다. 국회와 국민들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며 반발했고,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은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의결되면서 직무정지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고도의 통치행위'라며 위헌·위법적인 계엄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서울 용산 관저에 장기간 칩거했다. 이에 국민들의 분열은 더욱 가중됐고, 이로 인한 혼란은 더욱 심화됐다.
결국 지난 15일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국방부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에 의해 무려 43일 만에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로 윤 대통령은 긴급 체포됐고, 서울 구치소에 수감되기에 이르렀다. 국민들에게는 참담한 순간이었다. 현재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을 앞두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부터 '공정'과 '상식' 그리고 '법치'를 줄곧 외쳐왔다. 그러나 위헌·위법적인 계엄으로 국민들의 믿음을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었고, 그 동안 국민들이 자부해오던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위상을 추락시켰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행태는 정치적 측면에서 고결한 민주주의와 이를 지탱하는 톨레랑스(La Tolerance, 16세기 종교개혁 당시 프랑스에서 등장한 용어로, 자신과 다른 신앙과 사상, 행동 방식을 가진 사람을 용인해야 한다는 의미)를 짓밟았다. 또한 경제강국으로 평가받아온 우리 경제와 산업에 엄청난 퇴보를 야기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 사흘간 국내 증시에서는 72조원이 증발했고, 원·달러 환율은 2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기도 했다.
투자업계에 정통한 한 애널리스트는 "아직까지 미시 경제로서 가시화되지 않은 부분이 많지만, 비상계엄 사태가 우리 경제에 주는 부정적 여파는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우리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외환위기 사태(IMF) 이후 대체적으로 '안정적'이라 평가받던 한국의 신용등급은 계엄사태 여파 등으로 강등될 위기에 놓여있다.
실제 이달 10일 세계 3대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스탠다드앤드푸어스(S&P)·피치 등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화상 면담에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외국인 투자 또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행정부 수반 역할을 하고 있는 최상목 대행 면전에서 심각한 경고의 시그널을 보낸 셈이다. 게다가 현 정부가 집권한 약 3년간의 적자국채 증가 폭은 이전 정부 대비 1.5배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비상계엄으로 인한 혼란의 여파는 사회 곳곳에서 위험 신호로 이어지고 있다. 대출 원금 상환은 커녕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채무조정 신청자'는 올해 21만명을 돌파,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수 경제를 책임지는 각종 산업계의 신음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더욱 큰 문제는 소비자의 지갑 사정과 밀접한 유통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대형 유통업체의 고위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가 없었더라도 국내 유통업체들은 이미 충분히 어려운 상황을 감내하고 있다"며 "비상계엄이라는 결정을 내리며 민주적 가치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고, 특히 국내 경제와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고민을 했을까라는 의구심조차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유통업체 관계자 역시 "솔직히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이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크고 작은 피해를 입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기업들이 힘을 모아 세계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지원하고 응원해줘야 할 대통령이 되레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국제적 위상에 큰 영향을 받는 여행업계 역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대형 여행업체의 한 관계자는 "우리 국민의 입장에서도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내란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진 국가에 여행을 가고 싶겠느냐"라며 "코로나19 확산기(팬데믹) 이후 겨우 회복세에 진입했는데, 비상계엄은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고 비판했다.
골목 상권을 지키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정치적 이념을 떠나 대통령이 서민경제를 이처럼 참혹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가 하면 경제를 살리겠다던 대통령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소생시키기는 커녕 되레 빈사상태로 만들었다는 푸념이 나온다.
요컨데, 사고가 불가능한 언행과 행동을 최소한의 범위에서 제한하기 위해 고안된 사회적 장치가 바로 법이며, 법에 의해 통치될 때 사회 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수천만의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이 민주주의라는 제도 내에서 공존할 수 있는 이유는 톨레랑스에 기반한 사회적 합의와 질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리처드 호프스테더는 『미국의 반지성주의』에서 "지식에 대한 관심이 아무리 헌신적이고 진지하다고 할지라도, 지식인이 모종의 제한된 선입견이나 완전히 외적인 목적에만 봉사하게 되면 광신이 지성을 삼켜버린다"며 "정신적 삶에서 지식에 자립적으로 헌신하지 않는 것 이상으로 위험한 것은 특수하고 제한된 지식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일이다"라고 분석했다.
로버트 팩스턴의 『파시즘』에서는 "파시즘 정권은 파시즘 세력과 보수적 질서라는 두 가지의 완전히 다른 물질이 자유주의와 좌파에 대한 적대감, 적으로 규정한 대상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일도 서슴지 않겠다는 의지 등을 매개 삼아 합성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계엄사태로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경제상황의 불확실성 확대로 서민들은 불안한 하루를 살고 있다. 이에 하루 속히 정치적 불안 요소가 해소되고 민주주의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는 한편 경제와 산업도 본 궤도로 되돌려 국민들이 안정을 되찾기를 기대해 본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