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가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의 '과소 투자(Underinvestment)'를 경고함에 따라 한국의 핵심 동력인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첨단 산업의 원가 부담과 생산 안정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픽사베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1042/art_17606894105227_44e3ee.jpg)
【 청년일보 】 국제에너지기구(이하 IEA)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화석 연료와 청정 에너지 분야 모두에서 발생하는 투자 공백이 향후 글로벌 에너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는 에너지 전환 가속화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공급을 위한 기반 투자가 미진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미칠 잠재적 파급 효과에 대한 업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IEA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는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이 현재 '과소 투자(Underinvestment)'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먼저 석유·가스 분야에 대한 투자가 지정학적 불안정 등으로 위축되면서 장기적인 공급 충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OPEC+ 외 국가들의 생산량 증가세가 지속적인 수요 및 공급 리스크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며, 이는 유가 및 천연가스 가격 변동성을 더욱 증폭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청정에너지 전환 투자(매년 수조 달러 규모) 역시 현재 수준으로는 격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청정에너지 기술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및 부품의 공급망 병목 현상은 투자 부족과 맞물려 에너지 안보를 새로운 측면에서 위협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정유 업계 고위 관계자 A씨는 "IEA의 경고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유전 개발 프로젝트는 고위험-장기 회수 구조인데, 탄소 중립 정책 강화와 환경 규제로 인해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며 "당장 내년, 내후년에 필요한 안정적인 석유·가스 공급을 위한 투자가 충분치 않아, 지정학적 리스크가 터질 때마다 국제 유가가 이전보다 더 크게 출렁이는 근본적인 불안정성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한국은 IEA가 지적한 글로벌 투자 공백의 위험에 가장 취약한 구조다. 유가 및 LNG 가격 불안정성 증가는 물가 상승과 무역 수지 악화로 직결되며, 이는 한국 거시 경제의 주요 위협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청정에너지 공급망 리스크는 한국의 핵심 동력인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첨단 산업의 원가 부담과 생산 안정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에 따르면 "청정에너지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보고서가 경고하듯 청정 에너지원 확보 과정에도 새로운 안보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며 "우리는 태양광, 풍력,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의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다. 특정 국가의 수출 통제나 지정학적 이슈 발생 시, 국내 첨단 산업은 생산 중단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에너지원 및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투 트랙' 전략을 통해 IEA가 경고한 이중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EA 보고서는 정책 당국이 청정에너지로의 과감한 전환과 더불어 현재의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기반을 유지하는 균형 잡힌 투자 전략을 수립해야 함을 시사한다.
특히 한국은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더불어 수급 안정성을 담보할 기저 발전(가스 등)에 대한 계획적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는 업계 및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청년일보=이성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