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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너진 '주거 사다리'...'월세'가 집어삼킨 청년의 미래

100만원 육박한 월세에 소득 30% 증발...'월세 난민' 전락한 청춘
비아파트 공급 씨 말라...보여주기 정책 대신 민간 공급 숨통 터야

 

【 청년일보 】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주거 사다리'라는 단어는 이제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과거 사회 초년생들은 부모의 도움을 받거나 대출을 끼고 전세로 시작해, 차곡차곡 돈을 모아 내 집 마련이라는 종착역에 도달하는 공식을 따랐다.

 

전세 제도는 주거 비용을 최소화하며 자산을 불릴 수 있는 한국 특유의 징검다리였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수도권 청년들에게 그 징검다리는 끊어진 지 오래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매달 월급 통장을 '로그아웃'하게 만드는 가혹한 월세 고지서뿐이다.

 

최근 서울 대학가와 오피스텔 밀집 지역을 취재하며 만난 청년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그들은 전세 사기에 대한 공포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택하고 있었다.

 

보증금을 떼일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청년들을 월세 시장으로 내몰았고, 이는 곧장 임대료 폭등으로 이어졌다. 서울 주요 대학가와 업무지구 인근 오피스텔 월세는 관리비를 포함해 심리적 저지선인 100만원을 위협하고 있다.

 

사회 초년생의 평균 실수령액을 고려하면 소득의 30% 가량이 고스란히 집주인에게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숨만 쉬어도 나가는 이 막대한 주거비는 청년들이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할 종잣돈을 잠식하며 그들을 '월세 난민'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이 아니라는 점이다. 건설 부동산 업계의 구조적인 위기가 청년 주거난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인해 건설사들의 자금줄이 말랐고, 30% 이상 급등한 공사비는 신규 착공을 가로막았다. 수익성이 악화된 건설사들은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돈이 안 되는 빌라나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부문의 공급을 대폭 줄였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예년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청년들의 주된 거주지인 소형 주택의 공급이 끊기니 기존 주택의 월세 가격이 뛰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여기에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전세 자금 대출 이자보다 월세를 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수요까지 겹쳤다.

 

공급은 줄어드는데 수요만 넘쳐나는 기형적인 구조 속에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경제적 체력이 가장 약한 청년층에게 전가되고 있다.

 

정부는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신생아 특례 대출 등 여러 카드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러한 정책이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심 외곽에 지어지는 행복주택은 직주근접을 원하는 청년들의 니즈와 동떨어져 있고, 치솟은 분양가는 청년들에게 그림의 떡이다. 단순히 '공급 숫자'를 채우는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라, 민간 건설사들이 다시 소형 주택 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사업성을 보장해 주는 유인책이 절실하다.

 

또한, 전세 사기 피해 예방을 넘어 오피스텔 등 준주택에 대한 부가세 감면, 월세 세액 공제 확대 등 당장 주거비 부담을 덜어줄 실질적인 금융 지원책도 강화되어야 한다.

 

집은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이 아니다. 내일을 꿈꾸고 미래를 설계하는 베이스캠프다. 하지만 지금의 청년들은 그 베이스캠프를 유지하기 위해 청춘의 기회비용을 모두 쏟아붓고 있다.

 

월세 100만원 시대. 청년들이 월세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동안 대한민국 경제의 허리는 무너지고 있다. 끊어진 주거 사다리를 다시 잇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의 역동성 또한 영영 사라질지 모른다.

 

청년이 수도권에서 살아남는 법이 '각자도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건설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월세 난민'이 된 청년들을 위한 구조적 해법을 내놓아야 할 때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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