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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금융당국의 대형GA 제재 '다소' 유감...'되살아난' 연좌제

 

【 청년일보 】연좌제(緣坐制). 연좌제란 범죄인과 특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대책임을 지게 하고 처벌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러나 그 폐해가 극심해 조선 후기까지 이어져 온 이 제도는 1894년의 갑오개혁 때 폐지됐다.

 

“범인 이외에 연좌시키는 법은 일절 시행하지 마라(罪人自己外緣坐之律一切勿施事)”는 요구에서다. 그러나 지금 현 사회의 일면을 볼때 연좌제가 과연 폐지된 것인지 간혹 의구심이 생긴다.

 

일례로 금융당국의 제재 내용들을 살펴보면 그렇다. 최근 금융당국은 대형법인보험대리점(이하 GA)인 리더스금융판매에 대해 31억원의 과태료 및 ‘60일 생명보험 상품 판매 금지’라는 사상 초유의 중징계를 내렸다.

 

금융위원회 의결 절차가 남았지만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정한 제재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감원은 최근 몇 년새 덩치가 급격히 커진 GA들에 대한 관리·감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검사를 강화하는 한편 모집수수료 개편안 등 각종 규제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금감원은 지난해 6월 리더스금융판매를 비롯해 대형 GA인 글로벌금융판매와 중소형 GA 태왕파트너스 등 3개 GA에 대한 고강도 검사를 진행했다. 최근 리더스금융판매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하고,나머지 두 GA에 대한 제재수위도 조만간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GA가 제도권 안으로 흡수돼 제대로 된 감독을 받고 위법한 행태가 적발되면 이에 따른 제재를 받고 있는 현 상황은 보험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 본다.

 

영업질서를 혼란케 하는 보험설계사들이나, GA에 철퇴를 가함으로써 보험소비자의 피해를 야기하는 불완전판매를 비롯한 금융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며, 궁극적으로 보험산업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도 크다.

 

다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다수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리더스금융판매에 대한 ‘60일 생명보험 상품 판매 금지’란 제재는 법인에 대해서다. 그러나 제재 결정의 범위는 해당 GA에 소속된 모든 설계사들에게 적용된다.

 

다시 말해, 리더스금융판매 소속 모든 보험설계사들이 향후 두달 동안 생명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는 의미다. 즉 금융당국의 의도와 상관없이 모든 보험설계사들에게 연대책임을 지우게 된 셈이다.

 

이를 두고 GA업계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여러 GA 조직이 연합한 형태인 ‘지사형 GA’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행정 편의적' 발상의 제재란 지적이 나온다. 즉, 제재를 야기한 일부 조직(모 지사)으로 인해 이와 무관한 타 지사 소속 보험설계사들까지 피해를 보게 됐다는 지적이다.

 

리더스금융판매 소속 한 지사장은 “제재가 확정되면 생명보험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조직들의 대거 이탈이 불가피하다”며 “충실하게 정도 영업을 해 온 보험설계사들 입장에선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금감원의 제재로 인해 본의 아니게 이직을 해야 하는 보험설계사들의 경우 금전적인 피해도 예상된다. 대다수의 GA들이 보험설계사들이 다른 GA 이직할 시 잔여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리더스금융판매 또한 잔여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잔여수당 지급 여부를 놓고 GA와 소속 보험설계사 간 법적 다툼이 다수 발생할 것이란 우려까지 제기된다. 만약 이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셈이다.

 

이직을 해야 하는 보험설계사 입장에서는 위촉계약 상 잔여수당을 지급받을 수 없다해도 이직 사유가 보험설계사 본인이 아닌 회사에 책임이 있다면 법적으로 다져 볼 여지가 충분하다.

 

선량한 보험설계사들의 피해도 피해지만, 또 다른 문제는 보험설계사들의 이직 과정에서 애꿏은 계약자들의 피해까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담당 보험설계사가 없는 ‘고아계약’이 양산되는 것은 물론이고, 타 GA로 이직한 보험설계사가 기존 고객의 계약을 해지시키고 새로운 보험계약으로 갈아태우는 이른바 ‘승환계약’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결국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금감원의 이번 대형 GA에 대한 행정편의적 발상의 제재는 되레 보험소비자 피해를 야기시키는 모양새다. 이 같은 점에 비춰보면 금융당국은 향후 제재 결정에 앞서 선의의 피해자는 없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동반돼야 한다.

 

【 청년일보=정재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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