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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담배는 아니지만, 담배였다"... 법을 비웃는 합성니코틴

 

 

【 청년일보 】 얼마 전, 소화제를 사러 들른 동네 약국에서 눈을 의심할 만한 제품을 마주했다. 이름하여 ‘피우는 비타민’. 비타민을 흡입한다는 개념도 낯설었지만,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이 제품이 약국 한가운데 버젓이 진열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드나드는 공공적 공간에서, 그것도 건강을 다루는 약국에서, 누가 봐도 담배를 연상시키는 제품이 아무 제약 없이 판매되고 있는 장면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이 제품에는 니코틴이 포함돼 있지 않다. 바로 그 점이 문제의 본질을 드러낸다.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판매에 제약이 없고, 그로 인해 청소년 역시 큰 경계심 없이 호기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담배처럼 생겼지만 담배는 아니다’라는 이 회색지대는, 오늘날 전자담배 시장의 확산과 소비자층 확대가 가능했던 메커니즘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제품을 접한 청소년들이 이를 흡연의 전 단계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우려가 고개를 들 즈음, 청소년 흡연율이 낮아졌다는 반가운 통계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나 안심하기엔 이르다. 통계의 표면 아래에서 진행되고 있는 변화는 결코 가볍지 않다.

 

통계를 제대로 살펴보니 일반담배 흡연율은 떨어졌지만 전자담배, 특히 합성니코틴 제품의 사용률은 오히려 증가했다. '금연정책이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 뒤편에서 규제 사각지대를 비집고 들어온 전자담배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합성니코틴을 사용한 액상형 전자담배가 청소년 흡연의 새로운 경로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이 제품들이 현행 법령상 ‘담배’로 명확히 분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담배사업법, 국민건강증진법, 개별소비세법, 청소년 보호법 등 관련 법률이 각각 다른 기준으로 담배를 정의하고 있어, 합성니코틴 제품이 규제망에서 빠지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처럼 법적 기준이 제각각인 상태에서 무인 판매기, 향료 첨가 제품, 온라인 광고 등은 청소년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청소년의 70% 이상이 '가향 제품'을 선택하고 있다는 통계는, 그 선택의 유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여기에 인증 절차 없는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의 후기 콘텐츠는 광고의 탈을 쓴 또 하나의 확산 경로로 기능하고 있다. 규제의 손길이 닿지 않는 영역에서 아이들은 이미 전자담배에 대한 정보를 학습하고 있다.

 

정책적으로 대응할 시간은 길지 않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은 이미 합성니코틴을 법상 담배로 명확히 규정하고, 유통과 광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합성니코틴은 담배다’라는 명확한 법적 정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동시에 온라인 플랫폼 특성을 반영한 자율규제와 사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전자담배는 더 이상 단순한 '신형 기기'가 아니다. 청소년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기존 금연정책을 우회하며 기능하는 신종 흡연 수단이다.

 

기술은 빨랐고, 시장은 영리했다. 이제 정책이 따라잡을 차례다. 입법과 행정이 머뭇거리는 사이, 아이들의 폐는 현실에서 연기를 마시고 있다.

 


【 청년일보=박윤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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