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투자와 시장 개방을 조건으로 기존 25%로 예고됐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했다.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도 동일하게 15%로 인하하며 반도체, 의약품 등 주요 품목에 대해서도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적용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국 무역협상 대표단과 면담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미국과 한국이 전면적이고 완전한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미국이 소유하고 통제하는 투자를 위해 3천500억달러(약 487조원)를 제공하기로 했다"며 "향후 2주 내로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어 이를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국의 투자금은 일본의 대미 투자금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반도체, 핵심광물 등 전략 산업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국이 미국산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 교역 시장을 전면 개방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자동차·철강 등 품목별 관세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31일 브리핑을 통해 "상호관세 인하뿐 아니라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도 15%로 낮췄다"고 밝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향후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 대비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에는 총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조성도 포함됐다.

김 실장은 "조선 분야에 1천500억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협력 펀드'가 조성돼 선박 건조와 유지·보수(MRO),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를 전반적으로 포괄할 것"이라며 "반도체, 원전, 2차전지, 바이오 등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에도 2천억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가 마련된다"고 밝혔다.

농축산물 시장 개방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강한 요구가 있었지만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김 실장은 "미국과 협의 과정에서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강한 요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식량 안보와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이번 협상이 대미 주력 수출 품목의 관세 인하와 국내 산업 보호 간 균형을 맞추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 실장은 "우리 기업이 전략적 파트너로서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미국 진출에 관심 있는 우리 기업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의 합의에서 투자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간다고 언급했지만, 한국 투자에 대한 수익 배분 비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