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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통신3사…CEO 신년 과제는①] 정재헌 SKT 사장, 위기 관리·경영 능력 시험대

SK텔레콤 위기 해결 소방수로 발탁…회사 최초 법조인 출신 CEO
첫 시험이자 핵심 과제 해킹 사태 수습…실적·소비자 신뢰 회복 등
취임 두달 만에 청사진 다수 제시…경영 체질 개선·AI 사업 계획 등
"해킹 사태 수습이 가장 중요…내년 사업 성과에도 영향 발생 가능"

 

【 청년일보 】 SK텔레콤은 올해 유난히 굴곡 많은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해킹 사태 이후 신뢰도 하락과 실적 충격이 발생했으며 이에 따른 내부통제 강화의 필요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다가오는 새해도 낙관하기는 어렵다. 당장 해킹 사태에 따른 후폭풍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인공지능(AI)의 경쟁력 강화와 수익 모델 확보 등의 과제까지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재헌 SK텔레콤 사장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킹 사태 이후 소방수로 투입된 그가 보여줄 위기관리와 경영 능력에 이목이 쏠리는 것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취임한 정재헌 SK텔레콤 사장은 이 회사 최초의 법조인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1968년생인 정 사장은 서울대 법과대학 출신으로 1997년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0년 서울지법 판사로 임관한 그는 서울지법 동부지원, 천안지원, 성남지원, 서울중앙지법 판사를 거쳐 창원지법, 수원지법 부장판사 등의 역할을 맡았다.

 

또 2011년 법원행정처 정책심의관, 2013년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지냈다. 이후 2019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공직 생활을 마무리 한 정 사장은 2020년 SK텔레콤에 법무2그룹장으로 합류해 신사업 관련 법무를 총괄했다.

 

지난 2021년 SK스퀘어 설립 당시에는 창립 멤버로 투자지원센터장을 맡아 전략, 법무, 재무 등 업무를 지휘했다. 지난해부터는 SK텔레콤의 대외협력 사장으로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대관(CR)·홍보(PR) 업무를 총괄했다.

 

정 사장의 발탁은 SK텔레콤이 직면한 위기 해결을 위한 인선이었다는 해석이 대체적이다. 해킹 사태에 따른 위약금 등 법률 부분부터 내부 조직 정비 등 다방면에서 문제 해결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법률적 전문성과 조직 통제 능력이 모두 검증된 그를 소방수로 투입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본의 아니게 경영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그의 핵심 과제는 해킹 사태 뒷수습이란게 정설이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2천324만명의 유심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1348억원 과징금을 부여받았다.

 

이 사건은 실적 충격의 원인이 됐다. 해킹 사태 이후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유심 해킹 피해 고객에게 요금 감면 등 '고객 감사 패키지'를 시행하며 일회성 비용이 증가한 결과 실적이 악화됐다. 지난해 3분기 5천332억원에 달했던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은 올해 3분기 484억원으로 90.9% 급감했다. 또 2000년 이후 지속됐던 흑자 기조도 마무리됐다. 올해 3분기 SK텔레콤은 1천66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향후 추가적인 비용 부담도 발생할 수 있다. 피해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21일 SK텔레콤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1인당 10만원 상당을 배상하라는 조정안을 결정했다.

 

특히 해당 조정안에는 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고객에게도 동일한 보상을 보장하는 계획서 제출이 포함됐다. 해킹 피해자가 2300만여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정안을 수용할 시 보상 규모는 2조3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특히 분쟁 조정안과 관련해 향후 민소 소송이 발생하고 패소할 시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신뢰 회복도 해킹 수습 중 하나다. 해킹 사태가 발생한 지난 4월 2천292만4천260회선이었던 SK텔레콤의 휴대폰 회선수는 올해 10월 2천240만5천714회선으로 51만8천546회선으로 감소하는 등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어서다.

 

SK텔레콤의 정보보호 강화 기반의 첫 기틀을 어떻게 닦을지도 관전포인트다. 지난 7월 SK텔레콤은 정보보호 강화조치와 함께 향후 5년 간 7천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입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정보보호 체계를 갖추겠다는 내용을 담은 정보보호혁신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정보보호 거버넌스를 대폭 개편한다.

 

우선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조직을 CEO 직속으로 격상함으로써 책임과 역할을 강화한다. 또 이사회에 보안 전문가를 영입하고 회사 보안 상태를 평가하고 개선하는 레드팀(Red Team)을 신설하는 등 사이버 보안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최고 수준 정보보호 인력을 영입하고 내부 전담인력을 육성하는 등 정보보호 전문 인력을 기존 대비 2배로 확대하고 보안 기술·시스템 강화에 투자 금액도 대폭 증액할 계획이다.

 

'정재헌표' SK텔레콤은 경영 체질 개선도 진행한다. 정 사장은 지난 16일 취임 후 진행한 첫 타운홀 미팅에서 핵심 관리 지표를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서 투하자본이익률(ROIC)로 전환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경영에 있어 단순히 양적 성장이 아닌 자본효율 중심을 따지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이미 고속 성장기를 지난 만큼 외형의 성장 자체는 더뎌졌다. 기업의 초기 성장 또는 사업 확장을 나타내기 적합한 지표인 EBITDA로는 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어려운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반면 새롭게 선택한 핵심 관리 지표인 ROIC는 사용 비용에 대비해 얼마나 효율적인 수익을 창출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AI 역시 그가 그리는 SK텔레콤 미래의 핵심 중 하나다. 정 대표는 지난달 진행된 'SK AI 서밋 2025(SK AI SUMMIT 2025)'에 참석해 엔비디아와의 AI-RAN(지능형 무선망) 공동 개발 등 AI에 대한 다양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 SK텔레콤의 대표 AI 서비스인 AI 에이전트 '에이닷'은 가입자와 월간 이용자가 10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사업이 본궤도에 안착한 상태다.

 

다만 올해 해킹 사태로 인해 안정성 면에서 물음표가 따라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통화의 녹음과 메모 등 서비스가 있는 만큼 사용자 입장에선 해킹으로 인한 정보 유출 불안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작게는 특정 서비스에 대해서지만 넓게 본다면 SK텔레콤이 제공하는 대부분의 서비스에서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그의 첫 과제인 해킹 사태의 뒷수습은 비용적인 부담부터 서비스 신뢰도까지 SK텔레콤의 새해 성패를 결정지을 핵심 과제로도 볼 수 있다. 때문에 해킹 사태의 수습은 '정재헌호'의 첫 단추인 동시에 내부 조직 정비, 사업 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수익 모델 확보 등 복잡한 과제 해결을 위한 키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소비자로부터 기업의 신뢰가 급격하게 저하돼 해당 사고를 겪은 기업은 경영상의 커다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해킹 사태에 따른 소비자 신뢰 하락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내년 사업 성과에도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사이버 위협 대응 수준에 걸맞은 대응 태세를 갖출 필요성 있다"며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보보호에 대한 비용이라기보다는 경영상의 리스크를 제거하는 새로운 투자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 청년일보=신영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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